약초연구가 최진규의 약초 이야기 연재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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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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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남쪽에 우뚝 솟아 있는 도솔봉은 옛날부터 산삼을 비롯한 신비로운 약초들이 수천평 밭을 이루고 있으나 산신령의 심부름꾼인 큰 호랑이가 지키고 있어서 아무나 그 근처에 갈 수가 없고, 이 산 속에 석가모니에 못지 않은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수도처가 있다는 등 영험이 많고 신성한 산으로 알려져 왔다. 도솔봉과 묘적봉 사이로 뻗어 내린 갈래골과 안성금마을은 풍수참위예언서 좥정감록좦(鄭鑑錄)에서 전쟁과 역병과 기근을 피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터인 십승지후보 중에 하나로도 알려져 한때 정감록 비결을 믿는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모여들기도 했으며, 남천 계곡 상류에는 온천이 발견되기도 했다. 도솔봉에서 서남쪽으로 길게 뻗어 내린 연애골은 아직 인근 마을의 주민들한테까지도 거의 안 알려진 비경이다. 등산객은 커녕 나물꾼이나 약초꾼도 거의 다니지 않아 산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고, 가끔 이 골짜기에서 처녀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에 마을 주민들도 들어가기를 꺼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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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골은 이름 그대로 연인들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며 걷기에 좋을 만큼 완만하고 서정적이며 아기자기한 골짜기다. 깨끗한 반석들이 발길이 멈추는 곳마다 깔렸고, 시오리가 넘는 계곡을 따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담소들이 맑은 물을 가득 담고 있으며, 이름도 없는 크고 작은 폭포들이 구슬을 꿴 듯 이어져 있다. 물을 따라 골짜기를 오르면서 경치를 구경하고 약초를 관찰했다. 봄철에 산나물 아닌 새순이 어디 있으며 약초 아닌 풀뿌리가 어디 있으랴. 참나무 가지에 붙어 기생하는 겨우살이, 냇가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하얗게 꽃을 피운 돌단풍, 짚신을 삶아 먹는 것처럼 맛이 없다는 짚신나물, 산삼인지 착각하게 하는 오갈피나무, 하트모양의 잎을 달고 있는 세신, 은방울 같은 꽃이 핀 둥굴레, 잎이 최고급 산나물인 삽주, 개두릅이라고도 부르는 엄나무, 10m 밖에서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더덕, 소나무를 감고 올라간 담쟁이덩굴, 발에 밟히는 질경이와 민들레,잎에서 오이냄새가 나는 오이풀,바위마다 달라붙어 희고 작은 꽃을 피우는 바위말발도리, 옻나무와 공생하는 칠해목, 껍질을 물에 담그면 물이 파랗게 되는 물푸레나무, 깊은 산 속 물가에 자라는 당귀, 당귀를 꼭 닮아서 개당귀라고 부르는 바디나물, 그 바디나물을 닮은 기름나물, 날카로운 가시를 달고 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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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지느러미엉겅퀴,엉겅퀴 사촌이지만 가시가 없고 키가 작은 조뱅이, 크고 탐스런 흰 꽃을 피운 산작약, 사람의 발에 밟혀야만 잘 자라는 그령, 애기똥처럼 노란 진이 나오고 노란 꽃이 피는 애기똥풀, 잎모양이 호랑이 귀 같다는 범의귀, 뿌리가 봉황을 닮아 봉삼이라고도 부르는 백선…. 엉겅퀴 사촌이지만 가시가 없고 키가 작은 조뱅이, 크고 탐스런 흰 꽃을 피운 산작약, 사람의 발에 밟혀야만 잘 자라는 그령, 애기똥처럼 노란 진이 나오고 노란 꽃이 피는 애기똥풀, 잎모양이 호랑이 귀 같다는 범의귀, 뿌리가 봉황을 닮아 봉삼이라고도 부르는 백선…. | |
◎ 만병통치약의 상징 겨우살이 겨우살이는 참나무, 오리나무, 밤나무, 버드나무, 팽나무 같은 낙엽활엽수의 줄기에 뿌리를 박아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살아가는 늘푸른 여러해살이 기생목이다. 모든 나무가 잎을 떨어뜨린 한겨울에 공중에서 홀로 푸름을 자랑하니 옛사람들이 이를 신성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잎과 줄기가 모두 진한 녹색이고 가지가 두 갈래로 계속 갈라지고 가지 끝에 잎이 마주나기로 난다. 잎은 두껍고 앞뒤가 같으며 선인장처럼 물기가 있고 연해서 잘 부러진다. 그러나 가지는 탄력이 있어서 센 바람에도 여간해서는 부러지지 않는다. 겨울에 노랗고 투명한 콩알모양의 열매가 달리는데 이것을 까치나 산비둘기 같은 산새들이 즐겨 먹는다. 열매에는 끈적끈적한 점액이 많이 들어 있어 새들이 이것을 먹고 나서 부리에 붙은 씨앗을 떼어내려고 다른 나뭇가지에 부리를 비빌 때 씨앗이 들러붙는다. 점액이 마르면서 접착제처럼 씨앗을 나뭇가지에 단단하게 고정시키고, 이 상태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씨앗에서 싹이 나와 나뭇가지에 뿌리를 박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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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는 황금가지라는 찬사를 받는 만큼 다양하고 뛰어난 약효를 지닌 식물이다. 먼저 겨우살이는 동맥경화와 고혈압을 치료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혈압을 완만하게 떨어뜨리면서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며 혈액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동맥경화로 인한 여러 심장병을 낫게 하며 심근의 수축기능을 세게 한다. 하루 30~60g을 달여 먹으면 동맥경화로 인한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 여기에 산사, 마늘 등을 같이 쓰면 더할 나위 없는 고혈압 치료제가 된다. 협심증에도 겨우살이를 먹으면 통증이 가라앉는데, 이것은 겨우살이가 관상동맥을 확장하고 혈액의 흐름을 빠르게 하기 때문이다. 겨우살이를 복용하고 고혈압 치료약을 먹던 사람이 약을 끊어버린 사례가 많을만큼 뛰어난 고혈압 치료약이다. 겨우살이는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간과 신장을 이롭게 하므로 류머티스성 관절염을 비롯한 요통, 신경통 등에도 효력이 크다. 당귀, 천궁, 두충, 속단, 위령선, 도인 등을 더해 써도 좋지만 겨우살이 한가지만을 써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말려서 가루내어 알약으로 짓거나 달여서 먹으면 중풍으로 인한 반신불수나 사지마비 등을 푸는 효과도 있다. 겨우살이는 마비를 풀고 척추와 말초신경이 손상된 것을 회복시키는 작용이 있다. 3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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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가진 여성의 유산을 막는 안태약으로도 겨우살이를 쓴다. 임신 중에 자궁에서 피가 나오거나 아랫배와 허리가 아프면 유산할 징조인데 이럴 때 겨우살이, 하수오, 당귀 등을 달여 먹거나 가루내어 알약을 지어 먹으면 유산을 막을 수 있고 피나는 것도 멎는다. 겨우살이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피나는 것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다. 여성의 생리불순, 자궁염, 산후에 나쁜 것이 잘 빠져 나오지 않는데 등에도 효과가 좋다.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에는 황기와 으름덩굴을 같이 넣어 달여 먹으면 젖이 잘 나온다. 우리 나라에서 나는 겨우살이 중에서는 반드시 참나무나 떡갈나무에서 자란 것만을 약으로 쓴다. 버드나무나 밤나무 같은 데서 자란 것을 달여 먹으면 머리가 몹시 아픈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겨우살이는 항암효과가 매우 높다. 요즘 유럽에서 가장 널리 쓰는 천연 암치료제가 바로 겨우살이 추출물이다. 독일에서만 한해에 300t 이상의 겨우살이를 가공하여 항암제 또는 고혈압, 관절염 치료약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 나라에서 자란 겨우살이가 유럽에서 자라는 겨우살이보다 항암효과가 20배 이상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겨우살이는 독이 없고 모든 체질의 사람에게 맞으며 신진대사기능을 좋게 하고 통증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으므로 어떤 사람이든지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다. 겨우살이의 주성분은 올레아놀산과 사포닌, 아미린, 아라킨, 비스찐, 고무질 등인데 이들 성분들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 다른 나라에서 실험한 것에 따르면 동물실험에서 겨우살이를 달인 물이 암세포를 77% 억제하였고, 흰 생쥐에게 이식한 암세포의 성장을 90% 이상 억제했다고 한다. 위암에는 겨우살이 생즙을 짜서 한 잔씩 마시고, 갖가지 암에는 겨우살이 30~60g을 진하게 달여서 수시로 차 마시듯 마시면 효험이 있다. 민간에서는 겨우살이만을 부지런히 달여먹고 신장암과 위암 등을 고친 보기가 더러 있다. 겨우살이로 담근 술은 기동주(寄童酒)라고 부른다. 생리가 일정하지 않거나 월경과다, 자궁출혈, 대하 등에 천하의 명약이라 할만하다. 특히 산후에 이 술을 조금씩 마시면 몸안에 있는 어혈이 깨끗하게 풀려 나온다. 또 겨우살이를 35° 이상의 술에 1년쯤 담가두었다가 그 술을 끓여서 뜨거울 때 마시면 고혈압, 신경통, 관절염, 근육통에 효과가 크다. 겨우살이를 겨울철에 채취하여 깨끗하게 씻은 다음 잘게 썰어 항아리에 넣고, 겨우살이 분량의 3~4배쯤 술을 붓고 밀봉하여 서늘한 곳에 두어 1년쯤 숙성시키면 독특한 향기가 나는 겨우살이술이 된다. 이것을 하루 2~3번, 한 번에 소주잔으로 반 잔에서 1잔씩 마신다. 겨우살이 잎은 신경쇠약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하루 10~30g을 달여 차로 마시면 가슴두근거림, 불면증이 없어진다. 또 노랗게 익은 열매를 오래 고아서 고약처럼 만들어 유방암, 피부종양 등에 바르면 좋은 효과가 있다. 겨우살이를 몇 가지 질병에 활용하는 방법을 적는다. ① 위궤양:겨우살이 80kg을 물로 진하게 달여 고약처럼 만들어 15ℓ가 되게 한 다음 하루 3번, 한 번에 5㎖씩 밥 먹는 중간에 먹는다. 복통이 심한 환자는 처음에는 죽을 먹고 맵고 짠 음식을 피하도록 한다. 부작용이 없고 위궤양을 잘 낫게 한다. 위궤양의 주요 증상인 속쓰림을 없애는데 효과가 뛰어나다. ② 간암:두릅나무 껍질 40g, 애기똥풀 50g, 자작나무버섯·겨우살이 각 20g, 조릿대·황기 각 15g, 오갈피·금은화 각 8g, 전호·엄나무 껍질·감초 각 5g, 장춘화·짚신나물·돌이끼·마가목 열매 각 2g을 물로 달여 하루 3번에 나누어 밥먹기 전에 먹는다. ③ 자궁출혈:아교 8g, 쑥·편축·겨우살이 각 4g, 오적골 2g을 한 첩으로 하여 하루 2첩을 물로 달여 먹는다. 10일 이내에 출혈이 멎는다. ④ 습관성 유산:백출·황금·겨우살이·속단·감초 각 9g, 백복령·연실 각 15g, 사인 3g을 한 첩으로 하여 물로 달여서 하루 1~2번 빈속에 먹는다. 임신하기 전부터 매월 5일 동안 먹으며, 임신한 뒤에는 하루 걸러 먹는데 임신 7개월까지 계속하여 먹는다. 겨우살이는 안태작용이 높다. 이 처방으로 습관성 유산을 80% 이상 치료할 수 있다. 드루이드 교도들은 겨우살이를 ‘만병통치약’(all-healer)이라 불렀고 지금도 프랑스, 아일랜드, 스코틀랜드의 일부에서는 만병통치약이라면 겨우살이를 뜻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산삼이 만병통치약의 상징이었지만 유럽에서는 겨우살이가 만병통치약의 상징이었다. 말린 겨우살이를 오랫동안 두면 황금빛으로 변한다. ‘황금가지’라는 이름도 이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항암효과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 나라의 겨우살이는 진짜 황금에 못지 않은 가치를 지닌 ‘보물나무’임에 틀림없어 보인다.v | |
◎ 봉황삼으로 부르는 백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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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은 봉삼(鳳蔘) 또는 봉황삼(鳳凰蔘)으로 알려져서 한 뿌리에 수천만원이나 수억원씩에 거래되기도 했던 식물이다. 뿌리의 생김새가 봉황을 닮았고 산삼보다 약효가 더 높다고 선전하면서 이것을 술에 담아서 은밀하게 팔아 엄청난 재산을 모은 사람이 꽤 여럿 있었다. 가끔 중앙의 일간신문에도 어떤 스님이 꿈에 계시를 받아서 큰 봉삼을 여러 뿌리 캤는데, 값으로 따지면 몇 억쯤 되는 것을 자선단체에 기증하기로 했다는 식의 엉터리기사가 버젓이 실리기도 했다. 내가 잘 아는 한 승려는 봉삼을 팔아 한해에 100억 이상을 벌어들여 어마어마한 규모의 절을 여러 채 지었다. 덩달아서 아무것도 모르는 한의사나 자칭 약초전문가들이 봉삼이 산삼을 능가하는 선약이며, 산삼보다 구하기 더 어려운 것이라고 떠들어대서 온 국민들이 봉삼이야말로 진짜 산삼보다 나은 영약이라고 믿게끔 되었다. 나는 요즘에도 봉삼이 어떻게 생겼으며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봉삼이 산삼의 한 종류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본디 봉삼이라는 이름은 일본인 가네무라(今村)가 쓴 좥인삼사좦(人蔘史)라는 책에 만주지방에 뿌리모양이 봉황을 닮은 삼이 있어서 봉삼이라고 한다고 적혀 있는데에 근거로 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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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책에서는 인삼이나 산삼 중에 봉황을 닮은 것을 봉삼이라고 한다는 뜻이지 봉삼이라고 하는 식물이 따로 있다는 뜻은 아니다. 백선은 흔한 식물도 아니지만 그렇게 귀한 식물도 아니다. 백선은 뿌리껍질을 백선피라고 하여 흔히 피부병 치료약으로 쓰는데, 한약재 시장에 가면 600g을 2,000~3,000원이면 살 수 있다.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약초의 가치는 그것이 얼마나 귀하고 흔하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약효가 얼마만큼 뛰어난가에 따라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백선 뿌리에 봉삼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비싸게 받는 것이 오히려 타당한 일인지도 모른다. 백선 뿌리는 알레르기성 비염, 기침, 천식, 간염 등에 탁월한 효력이 있는 약초이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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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의 어느 한 장군은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을 오래 하면서 온갖 좋다는 약을 다 먹어보고 이름난 병원을 골라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으나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부하 중의 하나가 산삼보다 더 귀한 봉삼이라는 것을 구했다면서 백선 한 뿌리를 선물로 갖고 왔다. 맛이 몹시 써서 먹기가 고약했지만 날로 조금씩 먹어야 효과가 난다고 해서 날마다 조금씩 먹었더니 어느 사이에 알레르기성 비염이 완전하게 나았으며 면역력이 강해져서 그 뒤로는 지금까지 감기에도 한 번 걸리지 않을만큼 몸이 건강해졌다. 그 뒤로 군대에 있는 여러 장군들과 지휘관들이 앞다투어 백선 뿌리를 구해 정성들여 먹었는데 거의 대부분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 | |
한 아주머니는 간이 몹시 나빠서 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상태였지만 백선 뿌리를 담가 만든 술 그러니까 봉삼주 한 병을 날마다 조금씩 마시고 완전하게 나았다. 이 밖에 백선 뿌리를 먹고 폐결핵이 나은 사람도 있고 위장병이 나은 사람도 있으며 천식, 관절염이 나은 사람이 있다. 백선은 여름철에 하얗게 피는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서 관상용으로도 좋고 야생화 애호가들한테도 인기가 있다. 폭포 옆의 축축하고 그늘진 절벽에 범의귀가 넓은 잎을 매단 채 물기에 젖어 있다. 이 식물은 어둡고 축축하고 위험한 바위틈 같은 곳에만 자라므로 채취하기가 쉽지 않다. 범의귀는 그늘지고 물기있는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잎모양이 호랑이 귀를 닮았다고 해서 범의귀 또는 바위취, 호이초(虎耳草) 등으로 부른다. 연애골 상류의 폭포 위의 바위에 붙어서 자라고 있다. 독을 풀고 열을 내리며 염증을 없애는 작용이 뛰어나서 감기, 기침, 인후염, 비염, 축농증, 중이염 등에 달여서 먹는다. 열이 날 때나 감기로 인한 기침에는 호이초를 날로 짓찧어 즙을 내어 한 번에 10㎖씩 하루 세 번 먹으면 곧 낫는다. 동상이나 화상에는 신선한 잎을 찧어서 붙이면 효험이 있고, 타박상이나 상처에도 잎을 비벼서 바르면 어혈이 풀리면서 덧나지 않고 잘 낫는다. 또 어린이들의 감기나 폐렴에도 달여서 먹는다. 생즙을 내어 귀에 넣으면 중이염에 좋다고 하여 일본에서 특효약으로 널리 알려졌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02-720-4420 한 아주머니는 간이 몹시 나빠서 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상태였지만 백선 뿌리를 담가 만든 술 그러니까 봉삼주 한 병을 날마다 조금씩 마시고 완전하게 나았다. 이 밖에 백선 뿌리를 먹고 폐결핵이 나은 사람도 있고 위장병이 나은 사람도 있으며 천식, 관절염이 나은 사람이 있다. 백선은 여름철에 하얗게 피는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서 관상용으로도 좋고 야생화 애호가들한테도 인기가 있다. 폭포 옆의 축축하고 그늘진 절벽에 범의귀가 넓은 잎을 매단 채 물기에 젖어 있다. 이 식물은 어둡고 축축하고 위험한 바위틈 같은 곳에만 자라므로 채취하기가 쉽지 않다. 범의귀는 그늘지고 물기있는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잎모양이 호랑이 귀를 닮았다고 해서 범의귀 또는 바위취, 호이초(虎耳草) 등으로 부른다. 연애골 상류의 폭포 위의 바위에 붙어서 자라고 있다. 독을 풀고 열을 내리며 염증을 없애는 작용이 뛰어나서 감기, 기침, 인후염, 비염, 축농증, 중이염 등에 달여서 먹는다. 열이 날 때나 감기로 인한 기침에는 호이초를 날로 짓찧어 즙을 내어 한 번에 10㎖씩 하루 세 번 먹으면 곧 낫는다. 동상이나 화상에는 신선한 잎을 찧어서 붙이면 효험이 있고, 타박상이나 상처에도 잎을 비벼서 바르면 어혈이 풀리면서 덧나지 않고 잘 낫는다. 또 어린이들의 감기나 폐렴에도 달여서 먹는다. 생즙을 내어 귀에 넣으면 중이염에 좋다고 하여 일본에서 특효약으로 널리 알려졌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 | | | | |
약초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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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는 삼복더위에 얼음이 어는 묘한 곳이 몇 군데 있다. 경북 의성군 춘산면 빙계리의 빙혈, 경남 밀양군 산내면 남명리의 얼음골, 경북 울릉군 울릉읍 저동의 천연에어컨굴 등이 한여름엔 얼음이 얼고 겨울철엔 더운 김이 새어나오는 곳이다. 그러나 이 세 군데보다 규모가 몇 십배 크고 얼음도 많이 얼지만 사람들한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얼음굴이 있다. 밀양 남명리의 얼음굴에서 20리쯤 떨어진 곳에 있는 함화산 얼음굴이 바로 그 곳이다. 함화산 중턱 해발 600m께에는 한여름엔 얼음이 얼고 한겨울에는 더운 김이 나오는 바위굴이 대여섯 개 있다.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는 이 얼음굴들은 길이 40m, 높이 5m나 되는 거대한 것도 있고, 열댓 명이 앉아 놀기에 좋을 만한 것도 있으며, 서너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것도 있고, 수직으로 깊게 뚫려 도저히 내려가볼 엄두를 낼 수 없는 굴도 있다. 아마 발견되지 않은 굴도 여러 개 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곳 일대에는 집채만한 바위들이 겹겹이 포개지면서 크고 작은 굴을 많이 만들어 놓았는데, 굴의 크기와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굴들은 10m에서 100m쯤의 간격을 두고 흩어져 있는데, 이 중에서 냉기를 제일 많이 내뿜는 동굴은 제일 오른쪽 윗편에 있는 동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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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자는 암세포에 대하여 90% 이상의 억제효과가 있으며, 씨앗의 기름에 들어 있는 올레인, 리놀레인, 팔미틴 등의 성분이 혈압을 낮추고 염증을 없애며 갖가지 균을 죽이는 작용이 있다. 예지자를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어떤 병에도 걸리지 않으며 초인적인 정신력이 생긴다고 한다. | |
술을 물되게 하는 오리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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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나무는 호깨나무와 함께 숙취를 없애고 알코올중독을 풀며 간기능을 좋게 하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는 나무이다. 오리나무라는 이름은 친숙하지만 산에 가서 오리나무를 찾으려면 그다지 흔하지 않다. 오리나무와 사촌이랄 수 있는 물오리나무와 물갬나무, 사방오리나무는 흔하지만 진짜 조선오리나무는 무척 귀한 편이다. ‘십리절반 오리나무’ 라는 옛 노래말대로 오리나무는 거리를 나타내는 이정표로 오리(五里)마다 심던 지표목이다. 재질이 치밀하여 지팡이나 나막신, 그릇 같은 것을 만드는 재료로 널리 썼고 껍질에서 다갈색 염료를 얻을 수 있으므로 집 근처에 즐겨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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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나무가 간염, 간경화, 지방간 등 갖가지 간질환에 뛰어난 치료효과가 있는 약나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동서고금의 어떤 의학책에도 오리나무가 간질환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민간에서 수백년 전부터 간질환을 치료하는 약으로 써 왔다. 오리나무는 자작나무과에 딸린 잎지는 큰키나무로 유리목(楡里木) 또는 적양(赤陽)이라고 하며 중국에서는 다조(茶條)라고 한다. 뿌리에서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흡수할 수 있으므로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고 또 땅을 기름지게 하므로 사방목으로 귀중하게 여겼다. 오리나무는 잎과 잔가지 껍질을 약으로 쓴다. 성질은 서늘하고 맛은 떫고 매우며, 열을 내리고 독을 푸는 작용이 있다. 술을 많이 마셔서 간이 나빠진데에는 오리나무 잔가지나 껍질을 달여서 마시면 간기능이 회복된다. 오리나무는 술을 물이 되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옛날에 술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산에 땔감을 구하러 갈 때도 꼭 술병을 가지고 다녔는데, 어느날은 술병마개를 잃어 버려 길 옆에 있는 오리나무 잎을 뜯어 뭉쳐서 술병마개로 썼다가 나중에 술을 마시려고 보니 술이 물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실제로 오리나무를 술에 오랫동안 담가두면 술이 묽어진다. 술이 화기(火氣)를 많이 품고 있는 반면에 오리나무는 화기를 진정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술의 독성이 완화되는 것이다. 잎이나 잔가지를 봄이나 여름에 채취하여 그늘에 말려 약으로 쓴다. 30~40g에 물 2되를 붓고 3분의 1이 되게 달여서 하루 3~5번에 나누어 마신다. 달인 물은 붉은 빛깔이 나고 맛은 떫고 텁텁하다. 만성 간염이나 간경화에는 하루 100~150g씩 많은 양을 달여서 복용하는 것이 좋다. 간경화로 오래 고생하면서 온갖 좋다는 약을 다 써 보았으나 별 효과를 못보던 사람이 오리나무를 복용하여 완치되는 것을 보았다. 오리나무 한가지만을 써도 효과가 있지만 조릿대 잎, 동맥(겨울을 지난 어린 보릿잎), 도토리 등을 더하여 쓰면 효과가 더 빠르다. 대구에 있는 어느 한약방은 간질환을 잘 고치는 것으로 한때 이름이 높았는데, 그 비결이 바로 오리나무와 어린 보릿잎이었다. 오리나무 잎과 잔가지를 채취하여 몰래 창고에 가득 쌓아두고 또 보리를 비료와 농약을 치지 않고 심어서 어린 싹을 거두어 말려서 쌓아두고 간치료약으로 썼다. 오리나무는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데도 쓴다. 곧 오리나무로 목패를 만들어 그물에 꿰어 바다에 던지면 물고기가 많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일본 원주민인 아이누족들이 이 방법을 써서 물고기를 많이 잡았는데, 이것은 그 민족들한테만 전해 오는 비결이었다. 물고기를 많이 잡고 난 뒤에는 오리나무 목패를 바다에 던져 바다의 신한테 바치는 제물로 삼았다고 한다. 외국에서 들어온 사방오리나무나 물오리나무를 오리나무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것들은 별로 약효가 없다. 반드시 깊은 산 속에서 자라는 조선오리나무라야 술독을 풀고 간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 |
◎소변 잘 나가게 하는 으름덩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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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름덩굴은 개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가장 일찍 새순이 나는 식물 중에 하나이다. 타원꼴의 쪽잎 다섯 개가 손바닥모양으로 붙었으며, 열매는 바나나처럼 생겼으며 익으면 가운데가 벌어진다. 다른 이름으로 임하부인(林下婦人) 또는 조선바나나라고 한다. 한자로 줄기를 목통(木通)이라고 하며 열매를 예지자 또는 팔월찰이라고 한다. 으름덩굴은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약재로 이름이 높다. 콩팥염이나 심장병으로 인한 부종, 신경통이나 관절염으로 인한 부종, 임산부의 부종에 으름덩굴을 달여서 복용하면 잘 듣는다. 으름덩굴은 콩팥사구체의 여과기능을 좋게 하고 콩팥세뇨관에서 재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에 별다른 부작용없이 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 콩팥이나 세뇨관, 방광에 생긴 결석에도 으름덩굴이나 으름열매를 달여서 먹으면 좋다. 바나나모양의 열매는 가을에 익어 가운데가 벌어지면 속에 잘고 까만 씨앗이 가득 박혀 있는데, 열매 옆에 있는 부드러운 살을 먹을 수 있다. 으름덩굴 씨앗은 머리를 맑게 하고 앞일을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하여 예지자라는 이름이 붙었다. | | | |
예지자는 암세포에 대하여 90% 이상의 억제효과가 있으며, 씨앗의 기름에 들어 있는 올레인, 리놀레인, 팔미틴 등의 성분이 혈압을 낮추고 염증을 없애며 갖가지 균을 죽이는 작용이 있다. 예지자를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어떤 병에도 걸리지 않으며 초인적인 정신력이 생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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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혈을 멎게 하는 짚신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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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신나물은 산길 옆에 널리 퍼져 자라는 풀이다. 나물로 먹으면 마치 짚신을 삶아서 먹는 것처럼 별 맛이 없다고 하여 짚신나물이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새싹이 나올 때의 모양이 용의 이빨과 같다고 하여 용아초(龍牙草)라고 하며, 약명으로는 선학초(仙鶴草)라고 한다. 이 풀을 선학초로 부르게 된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옛날 두 친구가 과거를 보기 위해 서울로 가던 중에 한 친구가 병이 났다. 갑자기 어지럽고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며 코와 입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여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은 황막한 벌판이어서 약을 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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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물 좀 줘.” “여기는 물이 없네. 조금만 참게.” 바로 그때 하늘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두루미 한 마리가 날아와서 입에 물고 있던 풀을 떨어뜨려 주었다. “두루미가 이 풀을 주고 가는군. 이것으로 목을 축이게.”피를 흘리던 친구는 그 풀을 받아서 씹어 먹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코와 입에서 나오던 피가 멎었다. 두 친구는 얼싸안고 기뻐했다. “선학이 선초를 보냈구나.” 두 친구는 간신히 과거날짜에 서울에 도착하여 과거시험을 치렀고 나란히 급제를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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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가 지난 뒤에 두 친구는 우연히 길에서 만나 주막집에 가서 정겹게 얘기를 나누었다. “여보게, 우리가 과거 보러 갈 때 고생한 일 기억나나?”“그걸 누가 잊겠는가. 그때 자네가 아니었다면 난 죽었을 걸세.”“아니야. 그때 자네를 구해 준 것은 두루미였어.” “그래. 그때 두루미가 갖다 준 풀이 무슨 풀이었을까?”“몰라.” “나는 그 약초를 꼭 찾고 싶네. 그 풀이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걸세.”두 사람은 그 풀의 생김새를 그림으로 그려서 많은 사람들한테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한참이 지난 뒤에 그 풀을 찾아왔다. 그 풀을 많은 사람한테 보였으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약초를 갖다 준 두루미를 기념하기 위해 이름을 선학초로 지었다. 그 뒤로 사람들은 그 풀을 출혈을 멎게 하는 약으로 쓰게 되었다. 짚신나물은 암 치료에 효력이 있다. 북한에서 펴낸 좥동의학사전좦과 중국의 여러 의학책들에는 이 풀을 위암, 식도암, 자궁암, 간암, 방광암 등에 쓴다고 적혀 있다. | | |
짚신나물은 예로부터 지혈제나 대장염, 설사를 치료하는 약으로 더러 써 왔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신장병, 간장병, 관절염 등을 치료하는 약으로 썼고, 유럽에서는 위궤양, 장염, 설사를 치료하고 출혈을 멎게 하는 약으로 썼다. 에드워드 바크라는 영국인 의사는 우울증이나 신경쇠약에 좋은 효험이 있다고 하였고, 미국에서 펴낸 한 책에는 오장을 편안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성악가들이 짚신나물을 달여서 먹거나 달인 물로 입가심을 하면 성대를 보호할 수 있다고 하였다. 짚신나물은 부작용이 없는 암치료약이다. 다만 혈압을 높이는 작용이 있으므로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지 말아야 한다. 짚신나물에 들어 있는 성분은 암세포를 파괴하거나 굳어지게 하여 더 이상 퍼지지 못하게 막는 작용이 있다. 중국에서 임상실험한 자료를 보면 짚신나물은 암세포만을 억제하고 정상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도 매우 풍부하여 배추나 상추 같은 채소보다 단백질과 당질은 4배, 섬유질은 15배, 회분은 6배, 철분은 10배 이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타민C는 상추보다 13배 이상이 많다고 한다. 폐결핵, 위궤양, 치질 등으로 피를 토하거나 출혈이 심할 때에는 짚신나물 말린 것 10~20g을 달여서 마시면 출혈이 멎는다. 갑자기 많은 양의 피가 날 때에는 35~40g을 달여서 마시도록 하고, 한 번 마셔서 피가 멎지 않을 때에는 다시 한 번 더 복용한다. 짚신나물은 많은 양을 먹어도 위에 부담을 주지 않고 부작용이 없다. 짚신나물은 잎과 뿌리를 모두 약으로 쓴다. 그늘에서 말려야 약성이 제대로 보존되며, 햇볕에서 말리면 유효성분이 증발되어 약효가 거의 없다. 말릴 때 곰팡이가 피거나 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상하거나 곰팡이가 핀 것을 먹으면 그 독성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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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이야기 3
신부전증 치료하는 동백나무 겨우살이와 항암효과 높은 하늘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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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에 이어 약초여행 / 한라산 계속>
신부전증을 고친 동백나무 겨우살이의 신비 그는 녹나무 말고 동백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로 암과 신부전증을 고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무슨 도의원인가를 지내는 사람이 신부전증이라. 병원에서는 못 고친다고 했는데 내 약 먹고 두 달만에 완전히 나았어. 동백나무겨우살이로 고쳐 줬어. 그런데 그것도 자기가 먹고 고쳤으니 자기가 고친거지 내가 고친 건 아냐.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물고기나 미역, 다시마 같은 해초의 정기가 공중으로 올라갔다가 동백나무 가지에 내려앉아 화생(化生)한 것이라. 그래서 그걸 씹어 보면 해초맛이 나. 신장병이나 당뇨병 또 암에도 효과가 커요. 자궁암, 위암, 간암환자를 여럿 고쳤어. 진통작용이 매우 강해요. 진통제를 하루 13번 맞던, 그래도 통증이 멎지 않던 자궁암에 걸린 처녀가 그거 한 봉지 끓여 먹고는 통증이 싹 멈췄어. 아프다는 소리 안해요. 다 나아버린 거지. 동백나무 겨우살이로 병원서 못 고친다는 병 고친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녀.” 신부전증은 양의학, 한의학할 것 없이 치료의 가능성조차 부인하는 난치병 중의 최고 난치병이다. 신장이 딱딱하게 경화되고 망가져서 피를 걸러내지 못하므로 오줌을 눌 수 없고 요독이 몸 안에 쌓여 천천히 죽어가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혈액투석으로 피를 걸러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는 신부전증환자만도 서울에만도 수만명이 있다고 한다.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동백나무, 광나무, 감탕나무, 사스레피나무 등 상록성 나무의 줄기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다. 참나무나 팽나무, 오리나무 등에 기생하는 겨우살이와는 생김새가 좀 다르다. 잎과 줄기의 구별이 거의 없고 줄기가 좀 작고 연약하여 잘 부스러지며, 잎은 퇴화하여 마치 마디 위에 뿔이 난 것처럼 보인다. 아무 때나 채취하여 그늘에서 말려 약으로 쓴다. 성질은 평하고 맛은 담담하고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맛이 난다.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염증을 없애며 콩팥과 방광의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몸 안에 있는 독을 푼다. 암 치료에 뛰어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매우 센 항암작용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우리 나라에서는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 섬지방의 동백나무에 드물게 기생한다.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는 예로부터 만병통치의 효능이 있고 귀신을 내쫓는 등의 신성한 힘이 있는 것으로 여겨 온 식물이다. 항암작용도 뛰어나 민간에서는 암치료약으로 쓰고 있고, 독일에서는 천연항암제의 원료로 참나무 겨우살이를 한 해에 500t 넘게 쓴다고 한다. 그러나 동백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에 어떤 약효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검토된 적이 없다.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참나무 겨우살이보다 훨씬 귀해서 구하기가 어렵다. 참나무 겨우살이는 나무가 자라는 데 큰 피해를 주지 않지만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나무를 말라죽게 한다. 그러므로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3~4년만에 한 번씩 잘라주어야 나무가 죽지 않는다. 나는 제주도에 갈 때마다 동백나무 겨우살이를 찾아 동백나무가 많은 곳을 뒤져 보았지만 지금까지 두세 번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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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심장병에 좋은 돈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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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무는 제주도에서 제일 흔한 나무의 하나다. 정원수나 가로수로 널리 심고 산이나 들에도 흔하다. 그러나 이 흔해빠진 관목이 고혈압과 관절염 등에 좋은 약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돈나무를 한자로는 해동(海桐) 또는 칠리향(七里香)이라고 쓰고, 섬음나무, 개똥나무 등의 이름이 있다. 성질이 강인하여 메마른 바위틈이나 척박한 땅에 잘 자란다. 따뜻한 지방의 바닷가에 자라는 늘푸른떨기나무다. 겨울철이나 봄철 꽃이 하얗게 피었을 때 잎과 줄기를 채취하여 잘게 썰어서 말려 약으로 쓴다. | |
돈나무는 중풍, 고혈압, 동맥경화, 협심증 등에 좋은 효험이 있다. 오래 복용하면 혈압이 안정되고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 관절염이나 신경통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물 한 되에 돈나무 30~40g을 넣고 물이 반으로 되게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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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무의 꽃을 따서 술에 담근 것을 해동주라고 하는데, 온 몸의 뼈마디가 아프고 온 몸이 쑤시는 데 좋은 효험이 있다. 꽃과 술을 1:3의 비례로 담가 밀봉하여 6개월 동안 햇볕이 들어오지 않고 서늘한 곳에 두었다가 아침저녁으로 작은 잔으로 한 잔씩 마신다. 돈나무는 맛은 쓰고 성질은 약간 따뜻하다. 독을 풀고 몸 안에 있는 습기를 없애며,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부은 것을 내리는 작용이 있다. 잎과 껍질을 짓찧어 뱀에 물린 상처에 붙이면 빨리 아물고 관절통, 종기, 타박상에도 짓찧어 붙이면 효력이 있다. 관절염, 골수염, 신경통 등에 치료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통증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어서 진통제로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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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한테 물렸을 때에는 돈나무 뿌리 40g을 물로 달여서 먹으면 부기가 내리고 뱀독이 빨리 풀린다. 뼈가 부러졌을 때에는 돈나무의 신선한 뿌리를 짓찧어 아픈 부위에 붙이면 곧 통증이 사라지고 부은 것이 내리며 뼈가 빨리 아물어 붙는다. 이와 함께 뿌리 150~200g을 술을 품어서 불에 볶은 다음 닭 한 마리를 넣고 푹 고아서 달인 물과 고기를 먹으면 효과가 더욱 빠르다. 돈나무라는 이름은 본디 똥나무라는 뜻이다. 똥냄새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좋다고도 할 수 없고 나쁘다고도 할 수 없는 특이한 냄새가 나무껍질에서 나는데, 뿌리를 캐어 보면 냄새가 더 심하게 난다. 이 지독한 냄새는 불로 태우면 없어지기는 커녕 더 심하게 나는 까닭에 땔감으로도 쓰지 않는다. 그러나 돈나무 목재는 물 속에서 잘 썩지 않으므로 고기잡이도구를 만드는데 많이 썼다. 잎은 집짐승들의 사료로 좋고 꽃에는 꿀이 많고 향기가 좋아 벌들이 많이 모여든다. 돈나무는 잎과 줄기의 모양이 퍽 아름답다. 봄철에 한 자리에 모여서 수십장의 잎새 가운데 피어나는 꽃이 아름답고, 가을에 익어서 벌어진 열매에 씨앗들이 붙어 있는 모양이 마치 루비를 가득 박아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 | |
◎ 항암효과 높은 하늘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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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타리 열매가 노랗게 익은 채로 덩굴에 달려 있다. 제주도에는 어디를 가든지 하늘타리가 지천이다. 하늘타리 덩굴이 전봇대를 감고 올라간 것도 있고 가로수를 감고 올라간 것도 있으며, 울타리를 감고 올라간 것도 있고 큰 정자나무를 감고 올라간 것도 있다. 열매가 보통 수십개씩 달렸으며 더러 수백개나 달린 것도 있다. 노랗게 익은 주먹만한 열매와 이 덩굴의 땅 속에 있는 뿌리를 약으로 쓴다. 하늘타리는 우리 나라 중부 이남의 산기슭에 흔히 자라는 박과에 딸린 덩굴식물이다. 가을에 참외보다 좀 작은 타원꼴 열매가 황금빛으로 익어 그 이듬해 봄까지 줄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을 제주도나 남쪽 섬지방 같은데서 흔히 볼 수 있다. 하늘타리 뿌리를 천화분(天花粉)이라고 하는데 마치 칡뿌리처럼 생겼으며 예로부터 약으로 귀하게 썼다. 하늘타리 씨와 뿌리는 뛰어난 항암효과 외에 가래를 삭이고 대변을 잘 나가게 하는 등의 약리효과가 높은 약초이다. 좥항암본초좦에는 하늘타리 열매와 뿌리의 항암작용에 대해 꽤 상세하게 적혀 있다. 그 책에 따르면, 유방암에 하늘타리 열매와 다른 몇 가지 약초를 가루로 만든 다음 민들레와 개나리 열매달인 약물로 알약을 지어 6g씩 하루 3번 밥먹은 후에 먹게 해서 좋은 효과를 거두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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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타리 열매의 주성분은 트리테르페노이드 사포닌인데 이 성분이 복수암(腹水癌)세포를 죽이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하늘타리 열매의 항암작용은 그 씨앗보다 열매껍질이 더 세다. 하늘타리 열매씨의 JTC-26세포(암세포의 한 종류) 억제율은 90%가 넘는다. 하늘타리 뿌리는 부작용이 없는 훌륭한 암치료약이다. 하늘타리 뿌리에 들어 있는 약효성분은 암세포에 달라붙어 암세포의 호흡을 막아서 암세포가 괴사하게 한다. 중국에서는 유선암, 식도암 등에 하늘타리 뿌리를 써서 좋은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흰쥐의 겨드랑이 밑에 암세포를 이식하고 하늘타리 뿌리추출물을 투여하였더니 암세포가 12~45% 억제되었다고 하였다. 하늘타리 열매와 하늘타리 씨, 하늘타리 뿌리의 약성에 대해서는 좥동의학사전좦에 다음과 같이 적혔다. ① 하늘타리 열매 가을에 열매가 누렇게 익었을 때 따서 그늘에서 말린다. 맛은 달고 쓰며 성질은 차다. 폐경, 위경, 대장경에 작용한다. 폐를 튼튼하게 하고 담을 삭이며 단단한 것을 흩어지게 하고 대변을 잘 통하게 한다. 약리실험에서 항암작용이 밝혀졌다. 담열로 기침이 나는데 흉비, 결흉, 폐위, 소갈, 황달, 변비, 부스럼 초기에 쓴다. 하루 12~30g을 달여 먹거나 즙을 내어 먹는다. 외용으로 쓸 때는 짓찧어 붙인다. 비위가 허한하고 대변이 묽으며 한습담이 있는데는 쓰지 않는다. 하늘타리 열매껍질은 폐렴, 이질, 황달, 콩팥염, 요로감염, 기관지염, 편도염, 젖앓이, 부스럼, 덴데 등에 쓰고 하늘타리 줄기와 잎은 더위를 먹고 열이 나는데 쓴다. ② 하늘타리 씨 가을에 열매가 누렇게 익었을 때 따서 씨를 받아 물에 씻어 햇볕에 말린다. 맛은 달고 쓰며 성질은 차다. 폐경, 위경에 작용한다. 열을 내리고 담을 삭이며, 폐를 튼튼하게 하고 대변을 잘 통하게 한다. 약리실험에서 항암작용을 나타내고 사포닌성분이 가래를 삭이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담, 열담으로 인한 기침, 마른기침, 기관지염, 변비 등에 쓴다. 하루 9~12g을 달이거나 가루약, 알약으로 만들어 먹는다. 외용으로 쓸 때는 가루내어 기초제로 개어 바른다. 오두와 섞어 쓰면 독성이 세지고 건강과 섞어 쓰면 독성이 약해진다. ③ 하늘타리 뿌리 가을에 뿌리를 캐어 물에 씻어 겉껍질을 벗긴 다음 썰거나 쪼개어 햇볕에 말린다. 맛은 쓰고 성질은 차다. 폐경, 위경, 대장경에 작용한다. 열을 내리고 갈증을 멈추며 담을 삭이고 독을 풀며 부스럼을 낫게 하고 고름을 빼낸다. 또한 달거리를 통하게 하고 황달을 낫게 한다. 약리실험에서 항암작용을 나타내며 적리균을 비롯한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억균작용을 나타낸다. 소갈병, 기침, 젖앓이, 부스럼, 치루, 달거리가 없는데, 황달 등에 쓴다. 하루 9~12g을 달임약, 가루약, 알약형태로 먹는다. 외용으로 쓸 때는 가루내어 뿌리거나 기초제에 개어 바른다. 하늘타리 열매나 뿌리는 대개의 다른 약재와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에서 난 것이 약성이 훨씬 높다. 중국에서 수입한 것은 열매가 가볍고 퍼석퍼석하여 살이 조금밖에 붙어 있지 않지만 우리 나라 특히 제주도에서 난 것은 속이 꽉 차서 무겁고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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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이야기 4
소변 잘 나오게 하는 통탈목과 암고치는 녹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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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의 모습. 옛사람들은 한라산을 신선이 거주하는 산이라 해서 영주산이라 불렀다.> |
한라산은 신령한 산이다. 옛사람들은 한라산을 신선이 거주하는 산이라고 해서 영주산(瀛州山)이라고 불렀다. 신령한 산에서는 신령한 약초가 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반드시 귀하고 드물며 구하기 힘든 것이라야 신령한 약초인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장 흔한 것이 가장 신령한 약초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라산 꼭대기는 만년설인 양 흰눈을 이고 있지만 그 아랫녘은 마치 여름과 같다. 한겨울이지만 어디를 가나 잎이 푸른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서귀포 근처에서 한 골짜기를 오르며 약초를 관찰했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식물들이 많다. 양지쪽에 덧나무가 봄에 틔울 새싹을 미리 준비하느라고 눈이 부풀어 올랐고 개울가 비탈에는 동백나무, 녹나무, 멀구슬나무, 마삭줄, 담쟁이덩굴, 송악, 보리장나무 같은 것들이 한데 어울렸다. 사스레피나무, 꽝꽝나무, 죽절초, 황칠나무, 통탈목, 자금우, 천선과나무, 죽절초, 돈나무 같은 것들도 눈에 보인다.
소변 잘 나오게 하는 통탈목
통탈목(通脫木)이 부채처럼 넓은 잎을 펼친 채 푸르고 무성한 잎을 자랑하고 있다. 통초(通草)라고도 부르는 이 나무는 관목이지만 언뜻 보기에는 열대지방에 자라는 풀처럼 보인다. 상록성의 두꺼운 잎은 우산으로 쓸 수 있을만큼 크고 긴 잎줄기가 있으며, 팔뚝 만큼 굵은 줄기 속은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줄기를 잘라보면 고갱이가 분필처럼 하얗고 가볍고 탄력이 있으며 잘 부러진다. 아무 맛도 없고 냄새도 없다. 맛도 없고 냄새도 없으니 아무 약효도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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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통탈목은 몸 안에 있는 독을 풀고 열을 내리며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부은 것을 내리는 데 매우 좋은 효과가 있는 약초이다. 통탈목 줄기의 고갱이를 잘라서 물로 달여서 먹어 보면 싱겁고 담담하여 아무 맛이 없는데, 이 담담한 맛이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독을 풀어준다. 옛날에는 통탈목 줄기 고갱이를 네모반듯하게 잘라 꿀로 절여서 과자처럼 만들어 먹었다고 하는데, 그 맛이 꿀맛이었다고 한다. 통탈목은 맛은 싱겁고 독이 없으며 성질이 평하다. | |
폐기를 내리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젖을 잘 나오게 하는 효능이 있다. 소변이 잘 안나오는 것, 임질, 부종, 현기증, 코막힘을 치료한다. 눈을 밝게 하고 열을 내리고 여러 가지 약으로 인한 중독을 푼다. 폐경이 된 것을 월경이 다시 나오게 하고 황달을 치료하며 염증을 삭이고 심장의 열을 내린다. <부채처럼 넓은 잎을 펼친 채 푸르고 무성한 잎을 자랑하는 통탈목> 통탈목은 기후가 따뜻하고 물기있는 땅에서 잘 자란다. 줄기 속 고갱이뿐만 아니라 뿌리, 꽃봉오리, 꽃가루를 약으로 쓴다. 줄기 속 하얀 고갱이를 잘게 잘라서 그늘에서 말려 물로 달여서 먹거나 가루내어 먹는다. 종기나 염증, 상처에는 가루내어 뿌리면 빨리 낫고 코가 자주 막힐 때에는 가루를 코에 넣으면 코가 시원하게 뚫린다. 통탈목은 경락을 잘 통하게 하고 아무 부작용없이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약초이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소변이 빨갛게 나올 때는 통탈목 100g에 물 4ℓ를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동안에 수시로 마시거나 통탈목 40g, 활석 160g, 아욱씨 1되, 석위 60g에 물 6되를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에 다 마신다. 통탈목은 약성이 순하고 완만하여 많이 먹어도 부작용이 없다. 통탈목은 몸 안에 있는 중성지방을 녹이는 효능이 있으므로 비만증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팔 · 다리가 부을 때에는 통탈목과 저령을 같은 양으로 가루내어 한 번에 5g씩 하루 세 번 마신다. 코가 막혀 냄새를 못맡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때에는 통탈목과 세신, 부자를 각각 같은 양으로 가루내어 꿀로 개어 솜에 싸서 코 안에 넣는다. 통탈목 뿌리는 줄기와 같은 효과가 있다.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부종이나 수종을 치료하며 귀와 눈을 밝게 하며 몸 안에 있는 독을 풀어준다. 기혈의 순환이 막혀서 배가 부르고 답답하며 배에 가스가 찬 것을 낫게 하며, 음식을 먹은 것이 체하여 잘 내려가지 않은 것을 치료하고, 대변을 잘 나가게 하여 변비를 없앤다. 또한 기력을 늘리고 젖을 잘 나오게 한다.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에는 통초와 더덕을 같은 양으로 하고 거기에 흑설탕을 적당하게 넣어 물로 달여서 수시로 마시면 좋은 효험이 있다. 최근에는 통탈목이 갖가지 염증과 악성종양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좥동의보감좦에는 통초의 약효를 이렇게 기록했다. ‘성질은 평하고(약간 차다고도 한다) 맛은 맵고 달며 독이 없다. 다섯가지 임병을 낫게하고 번열을 멎게 하며 9규(九竅)를 잘 통하게 한다. 말소리를 잘 나오게 하고 비달(脾疸)로 늘 자려고만 하는 것을 낫게 한다. 유산시키고 3충(三蟲)을 죽인다.’ 통초는 속에 빈 구멍이 있다 하여 붙은 이름인데, 으름덩굴을 통초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으름덩굴은 통초와 비슷한 약리작용이 있다. 통초는 우리 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자란다.
녹나무와 족제비로 암을 고친 사연
제주시에 사는 한 민간의사는 주변에 흔한 나무나 풀, 족제비, 지렁이, 고양이 같은 것으로 세상에 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할만큼 어려운 병을 잘 고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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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약초와 침으로 병자를 치료한다. 침은 응급환자나 마땅한 약재를 구하지 못했을 때 쓰고 대개 약초로 병자를 치료한다. 특히 제주도의 산야에 자생하는 약초를 직접 채취하여 약으로 쓰는데 그가 즐겨 쓰는 약재는 여느 한의원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것들이 많다. <우리 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늘푸른 넓은잎큰키나무인 녹나무> 특히 그는 제주도에 흔히 자라는 녹나무와 족제비로 암환자를 여럿 고친 것으로 유명한데 그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뭔 대학의 교수라는 사람이 병이 나서 날 찾아왔어. 위암에서 췌장으로 전이가 됐는데 서울가서 진찰을 받으니 폐에까지 전이가 됐다는 거라. 항암제 맞아서 머리카락 다 빠져서는 죽기 전에 내 약 한 번 먹어 보겠다고 왔어. 족제비 한 마리에 녹나무 한 줌 넣고 푹 달여서 먹으라고 했지. 족제비 먹고 암이 낫겠냐면서 안 먹겠다고 펄펄 뛰어. 그래서 먹든지 말든지 그건 당신 자유지만 먹어 보면 뭔가 달라질 거라고 했지. 한 마리 먹고 일어나지도 못하던 사람이 일어나서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두 마리 먹고 나서는 운동한다고 쫓아다녔어. 두 마리 먹고 사진 찍으니까 암이 없어졌다는 거라. 그래서 한 마리 더 먹어야 재발이 안된다 그랬더니 한 마리 더 먹었는데 그 사람이 항암제 맞고 빠진 머리가 새까맣게 도로 났어. 족제비 세 마리 먹고 암이 다 나아 버린 거지.” 족제비와 녹나무로 암을 고쳤다는 얘기는 어떤 문헌에도 없고 어떤 원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어서 황당무계하기 이를 데 없다. 대체 족제비와 녹나무에 어떤 약성이 있어서 말기에 이른 암을 고칠 수 있는가? 그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족제비는 최고의 정력제야. 몸을 보충해 주는데 으뜸이지. 그리고 녹나무는 해독작용이 뛰어나요. 이 두가지가 만나면 암독을 없애는 건 물론이고 체력이 금방 회복돼요. 암세포도 없어지고 체력이 좋아지면 밥도 잘 먹고 몸무게가 늘어나요. 그러면 암은 저절로 낫는 거지. 족제비 한 마리를 털을 뽑지 말고 녹나무 가지 반 근을 함께 넣어 24시간쯤 물로 푹 달였다가 짜서 먹으면 돼. 고기는 먹지 말고. 족제비는 냄새가 몹시 나서 뜨거울 때 빨리 마셔야지 식으면 먹기 힘들어요. 한 마리로 2~3일 먹을 수 있는데 위암, 간암, 폐암 할 것 없이 어떤 암이건 잘 나아. 백혈병도 족제비하고 녹나무 달여 먹으면 잘 낫지. 족제비의 노린내는 오줌통에서 나는 건데 오줌통을 떼어버리면 맛은 좋겠지만 약이 안되고, 오줌통이 달린 채로 달이니 냄새가 심하게 나서 먹질 못하고. 그래도 안 죽으려면 눈 딱 감고 먹어야 하는 거라.” 녹나무는 우리 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늘푸른 넓은잎큰키나무다. 수형이 웅장하고 아름다워서 숲의 왕자로 부르는 나무로 키 40m, 밑동둘레 8m에 달하는 것이 있다. 나무 전체에서 송진냄새를 닮은 독특한 향기가 나는데 이 향기는 캄파, 사프롤, 찌네올 같은 정유성분이다. 나무줄기를 잘게 잘라 수증기로 증류하여 얻어낸 정유를 장뇌(樟腦)라고 하여 향료와 약재로 귀하게 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장뇌를 우리 나라의 인삼과 마찬가지로 국가전매품으로 취급할 정도로 귀하게 여긴다. 그런데 이 녹나무에 항암작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녹나무의 향기는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하여 제주도에서는 해녀들이 물질하는데 쓰는 도구를 녹나무로 만들고, 또 상처를 입으면 녹나무를 태워 그 연기를 상처에 쏘인다. 녹나무는 집안에 심지를 않는데, 그 이유는 녹나무의 향기가 귀신을 쫓는 힘이 있어서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혼백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제주도에서는 녹나무로 만든 베개가 인기가 있는데 이를 베고 자면 잠자리가 매우 편안하다고 한다. 족제비는 밭둑이나 냇가의 큰 돌밑 같은 곳에 구멍을 파고 사는 작은 동물로 쥐, 개구리, 뱀 따위를 잡아먹는다. 인가에 침입하여 닭을 잡아 먹거나 알을 훔쳐가기도 한다. 족제비는 성질이 본래 흉악하고 잔인하여 닭장 같은 곳에 침입하면 닭을 닥치는대로 물어 죽이고 피를 빨아 먹으며 머리의 골을 파먹기까지 한다. 대개의 육식동물은 배고플 때 말고는 사냥을 하지 않지만 족제비는 천성이 잔인하여 자기보다 약한 동물은 눈에 보이는대로 물어 죽여서 갈가리 찢어버리는 성질이 있다. 족제비를 민간에서 간질이나 임파선결핵, 식중독 등의 치료약으로 쓴다. 한때 암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적도 있다. 대개 가죽을 벗기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낸 다음 그늘에서 말려 약한 불로 볶아서 가루내거나 술에 담가서 쓴다. 족제비기름은 화상이나 동상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제주도에서 서식하는 족제비는 육지에서 자라는 것보다 약간 작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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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이야기 5
수은중독을 푸는 청미래덩굴과
달맞이꽃 씨앗기름은 훌륭한 다이어트식품
임파절결핵 고치는 계뇨등
인후염에 좋은 자운영
간을 튼튼하게 하는 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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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이름이 소벌인 우포늪은 나라 안에서 제일 큰 천연늪이다. 둘레가 20리쯤 되고 넓이는 70만평쯤으로 대략 서울의 여의도만한 크기다. 근처에는 우포늪뿐만 아니라 나무벌, 쪽지벌, 사지벌 같은 천연늪들이 흩어져 있어 살아 있는 자연생태박물관을 이루고 있다.
우포늪은 갖가지 수생식물과 수서식물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온갖 곤충들의 낙원이며 수많은 철새들의 왕국이기도 하다.
물안개가 뽀얗게 피어오르는 겨울 우포늪은 쓸쓸하다. 마른 억새와 갈대들이 바람에 서걱이고 생이가래와 개구리밥이 누렇게 말라죽은 채로 덮여 있는 수면에는 새떼들이 먹이를 찾아 이리 저리 날아다닌다.
우포늪 주위의 평지를 걸어서 돌면서 약초를 관찰했다.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푸른 풀들이 융단처럼 땅을 덮고 있다. 냉이, 자운영, 애기수영, 소루장이, 토끼풀, 별꽃, 쇠별꽃…. 엄동에도 파랗게 살아 있는 풀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길 옆에는 계뇨등, 청미래덩굴, 노박덩굴이 늦게까지 열매를 달고 있고, 마른 풀섶 한켠에는 까마종이가 먹처럼 까만 열매를 달고 시들어 있다. 도꼬마리열매, 도깨비바늘, 도둑놈의 갈고리, 짚신나물 같은 것들의 씨앗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옷에 달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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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은중독 푸는 청미래덩굴 |
청미래덩굴은 우리 산야에 흔히 자라는 백합과에 딸린 덩굴성 떨기나무다. 두껍고 유난히 번쩍거리는 잎이 인상적이고 가을에 빨갛게 익는 열매가 아름다워 요즘 꽃꽂이재료로 인기를 얻고 있다.
청미래덩굴 뿌리는 상당히 굵고 크며 목질이어서 딱딱하다. 겉은 갈색이고 속은 담홍색이며 혹처럼 뭉친 덩이뿌리가 연달아 달리며 맛은 쓰고 떫다. 수십년이나 수백년쯤 묵은 것도 더러 발견되는데 이런 것은 뿌리길이가 10~15m쯤 되고 무게도 수십kg이 나간다. 바위틈 사이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므로 여간해서는 캐기도 어렵다.
청미래덩굴은 암나무와 수나무가 서로 다른 포기인 암수딴그루식물이다. 암나무에서만 열매가 달리고 수나무에서는 열매가 달리지 않으며 암나무의 뿌리가 더 통통하게 살이 찐다.
<사진> 청미래덩굴 열매
청미래덩굴은 이름이 많다. 경상도에서는 명감나무라고 부르고 황해도에서는 매발톱가시, 강원도에서는 참열매덩굴, 전라도지방에서는 명감나무, 종가시덩굴, 요즘 꽃가게에서는 흔히 멍개나무 또는 망개나무로 부른다. 한자로는 토복령(土茯 ) 또는 산귀래(山歸來)라고 쓴다.
청미래덩굴 뿌리는 성병 치료에 효과가 뛰어나다.
초기 매독이나 임질에는 청미래덩굴만을 달여 먹는 것으로 큰 효험을 볼 수 있다. 매독으로 의심이 갈 정도이거나 매독균이 잠복되어 있는 상태이거나 겉으로 심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때에는 청미래덩굴 뿌리 30~60g에 물 1되를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여서 2개월쯤 복용하면 대개 좋은 효과를 본다. 어린이나 청소년의 선천성 매독에는 청미래덩굴 뿌리 30g에 금은화, 생지황, 백선피, 감초 각 10g씩을 넣고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매독으로 인한 여러 증상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혈청검사에서도 매독균이 나타나지 않게 된다.
청미래덩굴 뿌리에는 사포닌이 4%쯤 들어 있으며 이 사포닌성분들이 몸 안에 있는 물기를 내보내고 독을 풀며 열을 내리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피를 맑게 하는 등의 약리작용을 한다. 이 밖에 알칼로이드, 페놀류, 아미노산, 유기산, 당질, 정유성분 등이 들어 있다. 씨앗에는 조지방이 10%쯤 들어 있다. 잎에는 루틴이 들어 있어 고혈압 치료에 상당한 효험이 있다.
청미래덩굴은 수은이나 니켈, 카드뮴 같은 중금속독을 비롯한 온갖 독을 푸는 작용이 있다. 특히 수은중독을 푸는 데 최고의 명약이라 할 만하다. 요즈음 사람의 몸은 거의 모두가 수은에 오염되어 있으며, 또 요즘 발생하는 갖가지 암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병들이 거의 수은중독이 그 원인이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수은은 사람의 건강에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물질 중에 하나다.
수은중독을 풀려면 청미래덩굴 뿌리 15~30g에 물 1되를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시면 된다. 웬만한 수은중독은 3~5일쯤 복용하면 풀린다.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의 몸이 수은으로 오염되어 있으므로 어떤 사람이든지 늘 조금씩 차로 마시면 수은중독을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방할 수 있다.
청미래덩굴은 항암작용이 세다. 민간에서 위암, 식도암, 간암, 직장암, 자궁암 등의 갖가지 암에 까마종이, 부처손, 꾸지뽕나무 등과 함께 달여서 먹고 좋은 효과를 본 보기가 적지 않다. 좥항암본초좦에도 청미래덩굴을 달인 물이 암세포를 억제하는 힘이 있다고 하였고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암 치료에 청미래덩굴 뿌리를 흔히 쓴다. 동물실험 결과 청미래덩굴이 암에 걸린 흰생쥐의 종양억제효과는 30~50%, 생명연장률은 50% 이상이었다고 한다.
청미래덩굴의 어린 잎을 그늘에서 말려 두었다가 차를 끓여 복용하면 몸 안에 있는 온갖 독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수은중독을 비롯한 갖가지 중금속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한다. 일본에는 청미래덩굴 잎으로 떡을 싸서 먹는 풍속도 있다.
매독이나 종기, 악창, 만성피부염, 수은중독으로 인한 피부염, 풍습성 관절염, 신장염, 방광염,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설사가 날 때, 간염, 간경화증, 지방간 등에 하루 10∼30g을 달여 먹는다. 또는 잘게 썰어 말린 청미래덩굴 뿌리 15∼30g에 물 1되쯤을 붓고 그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여서 그 물을 하루 세 번 밥먹기 30분 전에 마시고 뜨거운 방에 홑이불을 덮고 누워서 땀을 흠뻑 낸다. 그렇게 하면 몸 안에 있는 온갖 독이 땀구멍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 나와 병이 차츰 낫게 된다.
청미래덩굴 잎을 담배끊는 약으로 쓸 수도 있다. 잎을 담배처럼 말아서 불을 붙여 피우면 니코틴독이 풀리고 금단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대개 한두 달쯤 피우면 담배를 완전히 끊을 수 있다.
달맞이꽃 씨앗기름은 훌륭한 다이어트식품
달맞이꽃의 말라죽은 대궁이 길가에 늘어서 있다. 몇 개 꺾어 거꾸로 들고 흔들자 갈색의 자잘한 씨앗이 깨처럼 쏟아진다. 한아름 꺾어 모아서 깻단 털듯이 털면 제법 많은 양을 모을 수 있겠다. 이 씨앗에는 기름이 20~40%쯤 들어 있는데 달맞이꽃 씨앗에서 짠 기름이 비만증, 고콜레스테롤증, 고혈압, 암 등에 좋은 약이 된다. 달맞이꽃은 본디부터 우리 땅에 살던 식물이 아니라 북미에서 들어온 귀화식물이다. 철로 옆이나 길가, 묵은 밭, 자갈이 많은 개울가 같은 곳에서 흔히 자란다. 달마중이라도 하려는 듯 해거름 무렵에 달빛처럼 노란 꽃을 피우기 때문에 달맞이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부분의 꽃들이 아침에 피기 시작하는 것과는 반대로 저녁에 피기 시작하여 밤새 생생하게 피어 있다가 아침에 햇볕을 받으면 시들시들해져서 땅에 떨어진다.
달맞이꽃을 우리 나라가 일제의 압박에서 해방될 무렵에 들어왔다고 하여 해방초라고도 하고, 한자로는 월견초(月見草) 또는 야래향(夜來香)으로 쓴다. 일본에서는 ‘석양의 벚꽃’이라고 부른다. 두해살이풀로 여름이나 가을에 떨어진 씨앗이 싹이 터서 마치 방석모양의 잎이 로제트모양으로 땅에 찰싹 달라붙은 채로 겨울을 난 뒤에 이듬해 봄부터 줄기가 올라와 1m 이상 자란 여름철에 꽃이 핀다. 꽃이 진 뒤에 참깨 비슷한 꼬투리가 익는데 그 속에 자잘한 씨앗이 가득 들어 있다.
<사진> 달맞이 꽃의 줄기
달맞이꽃 뿌리는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풍습(風濕)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신경통이나 류머티즘 관절염, 뼈가 약해지거나 부러졌을 때에는 달맞이꽃 뿌리를 캐서 그늘에 말려서 하루 15~30g을 물로 달여서 먹는다. 오래 복용하면 몸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나며 신경통, 근육통 등이 없어진다.
본래 달맞이꽃은 북미 인디언들이 쓰던 약초이다. 인디언들은 달맞이꽃의 전초를 물로 달여서 피부염이나 종기 같은 것을 치료하는 외용약으로 즐겨 썼고 기침이나 통증을 멎게 하는 약으로 달여 먹기도 했다.
달맞이꽃 씨앗기름에는 인체에서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지방산인 리놀산과 리놀렌산, 아라키돈산 같은 필수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감마리놀렌산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는 자연계에서는 모유와 달맞이꽃 씨앗기름에만 들어 있다고 한다. <사진> 달맞이 꽃의 씨앗
감마리놀렌산이 많이 들어 있는 달맞이꽃 씨앗기름은 혈액을 맑게 하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특히 비만증 치료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증은 영양을 많이 섭취하면서도 소비는 적게 하기 때문에 잉여영양분이 중성 지방질의 형태로 몸속에 축적되는 증상이다. 사람의 뒷머리와 등골의 움푹 패인 부분에 브라운파트라는 기관이 있는데 이 브라운파트는 체중과 체온 등을 조절하는 일을 한다. 이 브라운파트가 제 기능을 잃게 되면 체중을 조절할 수가 없게 되어 살이 찌게 된다. 감마리놀렌산은 브라운파트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켜 주고, 신진대사활동이 빨리 이루어지게 하여 잉여영양분이 빨리 소비되게 도와주며, 지방질이 피하지방에 축적되지 않고 소변으로 빨리 나가도록 하는 작용이 있다. 이 밖에 달맞이꽃 씨앗기름은 여드름이나 습진, 무좀 같은 피부질환에도 효험이 있고 몸의 면역력을 길러주며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맞이꽃에는 큰달맞이꽃과 달맞이꽃의 두 종류가 있다. 큰달맞이꽃은 달맞이꽃류의 교잡종으로 개항 이후에 유럽에서 화초로 들여와 꽃밭에서 재배하던 것이 야생으로 널리 퍼졌다. 해방 전후에는 냇가의 자갈밭이나 길가, 빈터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요즘에는 뒤늦게 들어온 달맞이꽃과의 경쟁에서 밀려 서울을 비롯한 도심지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고 강원도 일부와 지리산, 제주도 같은 외진 곳에 드물게 자라고 있다.
나력과 온갖 피부병 고치는 계뇨등
잎이 떨어진 계뇨등 줄기에 매달린 열매가 앙증맞다. 그러나 이 예쁜 열매를 따서 코에 대었다가는 그 지독한 냄새에 진저리를 칠 것이다. 계뇨등은 잎과 줄기에서 닭오줌냄새가 난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계시등이라고 하는데, 이는 닭똥냄새가 나는 덩굴이라는 뜻이다. 남부지방의 마을 주변 울타리나 담장 같은 것에 붙어서 잘 자라지만 역한 냄새가 나는 까닭에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닭똥냄새가 나는 잎과 줄기, 뿌리, 열매가 사람을 살리는 귀한 약이 된다.
계뇨등은 갖가지 독을 풀고 염증을 삭이며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고 소화를 잘 되게 하며 부은 것을 내리고 습기를 없애는 효능이 있다. 갖가지 피부병, 상처, 골수염, 설사, 부종, 식욕부진, 타박상, 류머티즘 관절염, 간염, 맹장염, 임파선염 등에 치료약으로 쓸 수 있으며, 진통작용이 뛰어나 중국에서는 주사약으로 만들어 통증을 멎게 하는 약으로 쓴다고 한다.
임파절결핵이나 임파절염, 곧 나력에는 계뇨등의 뿌리가 특효약이다. 경남 합천과 의령, 전북 정읍에 나력을 귀신 같이 고치는 분이 한 분씩 계셨는데 이분들은 모두 계뇨등 뿌리와 연주초 잎으로 나력을 고쳤다. 연주초는 연주창을 낫게 하는 풀이라고 하여 민간에서 붙인 이름으로 잎이 싸리잎을 닮은 한해살이풀이다. 특히 정읍에 계신 분은 40년 동안 나력환자 수천명을 치료하여 단 한 번도 고치지 못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 분들이 계뇨등 뿌리와 연주초 잎으로 어떻게 약을 만들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이 분들은 한사코 그 비법을 알리기를 거절했다. 내가 아는 방법은 계뇨등 뿌리에 술과 물을 반씩 붓고 달여서 수시로 조금씩 마시는 것이다. 10~20일쯤 마시면 멍울이 터져 고름이 나오는 것은 곧 아물어 붙고 멍울이 아직 터지지 않은 것은 저절로 삭아서 없어진다.
<사진> 계뇨등 열매
풍습으로 인한 관절통에는 계뇨등의 뿌리나 줄기를 그늘에서 말린 것 50g을 물 반 술 반을 넣고 달여서 마신다. 2~3개월 꾸준히 복용하면 좋은 효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계뇨등은 농약중독을 푸는 효과도 있다. 살충제나 살균제 같은 유기인제 농약에 중독되었을 때에는 즉시 계뇨등 줄기나 뿌리 100g과 녹두 40g을 물로 달여서 복용한다. 설사와 구토를 심하게 하고 난 뒤에 차츰 기운을 되찾을 수 있게 된다.
계뇨등은 통증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위경련이나 위암으로 인한 통증에도 쓸 수 있다. 중국에서는 계뇨등 줄기와 잎 추출물을 정제하여 통증이 있는 부위에 주사하는데 주사를 맞고 나면 소변이나 침, 심지어는 온 몸에서까지 계뇨등냄새가 난다고 한다. 위경련으로 통증이 심할 때에는 계뇨등 줄기를 찹쌀로 만든 증류주에 10~15일 동안 담가 두었다가 하루 세 번 한 번에 5~10㎖씩 먹으면 통증이 줄어든다.
신경성 피부염이나 피부가려움증에는 계뇨등 잎을 즙을 내어 하루 2~3번, 한 번에 5~10번씩 피부를 문질러 준다. 빠르면 10일에서 늦어도 2~3개월이면 습진, 피부염, 피부가려움증 등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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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후염에 좋은 자운영
자운영, 수영, 냉이, 토끼풀 같은 것들이 녹색 융단인 양 땅을 덮었다. 다른 곳은 한겨울이지만 이 곳은 봄처럼 느껴진다. 땅바닥을 덮고 있는 작은 풀들이 마치 잘 다듬어 놓은 잔디밭을 보는 것 같다.
봄철이면 자운영이 늪 주변의 넓은 풀밭을 온통 홍자색 꽃융단으로 뒤덮을 것이다. 자운영은 중국에서 들여온 콩과에 딸린 두해살이풀이다. 뿌리에 뿌리혹박테리아가 공생하여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고정하는 까닭에 녹비작물로 들여와 재배하던 것이 우리 나라 각지에 널리 퍼졌다. 가을에 씨앗을 뿌리면 싹이 터서 땅바닥에 달라붙어서 겨울을 난 다음 이듬해 봄에 왕성하게 자라면 이를 갈아엎고 모내기를 했다. 모내기 전에 넓은 논에 일제히 핀 홍자색 꽃은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지금은 거의 재배하지 않으나 논두렁이나 길가, 늪지 주변, 호수 주변 같은 곳에 자생상태로 널리 퍼져 있다. <사진> 인후염에 좋은 자운영
줄기는 10~30cm로 가지를 많이 치며 땅 위를 기거나 비스듬히 선다. 잎은 어긋나며 잎자루는 2~5cm이고 9~11개로 이어지는 홀수의 깃꼴겹잎인데, 작은 잎은 타원꼴로 길이 1cm쯤이다. 4~5월에 긴 꽃대가 나와서 5~10개의 나비꼴꽃이 두상으로 모여서 핀다. 추위에 약하여 남부지방에서만 자란다.
자운영은 훌륭한 약초이기도 하거니와 맛있는 나물이 될 수 있다. 날것으로나 살짝 데친 다음 참기름으로 무쳐서 먹으면 맛도 괜찮고,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갖가지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어서 잘 활용하면 겨울 채소로 인기를 끌 수 있겠다.
자운영을 한자로는 홍화채(紅花菜)라고 쓴다. 잎을 씹어보면 단맛과 약간 비릿한 맛, 매운 맛, 떫은 맛이 섞여 있다. 성질은 평하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염증을 삭이고 출혈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다.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며 눈을 밝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신경통과 눈이 빨갛게 충혈된 것을 낫게 한다.
대상포진이나 종기, 악창, 갖가지 피부염, 외상으로 인한 출혈 등에는 짓찧어서 즙을 내어 바르면 효험이 있고, 치질로 인한 출혈이나 잇몸에서 피가 날 때에는 생즙을 내거나 생것 30~50g을 물로 달여서 한 번에 50㎖씩 하루 3~5번 마시면 출혈이 멎는다.
인후염에는 자운영과 은행열매를 그늘에서 잘 말려서 각각 같은 양으로 곱게 가루내어 거기에 용뇌를 약간 넣은 다음 이 가루를 종이대롱 같은 것으로 목 안에 불어넣는다. 인후염이 심하지 않다면 아마 3~5번이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치질에도 쓸 수 있는데 숫치질에는 자운영을 즙을 내어 바르고 암치질에는 하루 40g씩을 물로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기침이나 가래에는 자운영을 생즙을 내어 마시거나 그늘에서 말린 것 40g쯤을 흑설탕을 약간 넣고 달여서 마신다.
초여름철에 꼬투리모양의 열매가 달려서 그 속에 납작한 콩팥모양의 윤이 반짝반짝 나고 연한 갈색의 씨앗이 익는다. 이 씨앗을 자운영자(紫雲英子)라고 하여 결명자와 마찬가지로 눈을 밝게 하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약으로 쓴다. 자운영 씨앗은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고 간의 열을 내리며 충혈된 눈을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 하루 5~10g을 물로 달여서 먹거나 가루내어 복용한다.
간을 튼튼하게 하는 냉이
넓은 풀밭 군데군데에 냉이가 일부러 심기라도 한 것처럼 바닥에 깔렸다. 몇 개 뿌리를 캐어 먹어 보니 향긋한 단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우리 겨레와 가장 친근한 풀의 하나인 냉이 역시 본디부터 이땅에 자라던 식물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식물이다. 나생이, 나승구, 나잉개, 계심채, 정장채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제채(薺菜)로 쓴다. 냉이는 온 세계에 널리 자라는 두해살이풀로 본디는 유럽에서 자라던 것이 농경활동에 따라 중국을 거쳐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측한다.
냉이는 흔한 봄나물로만 여기고 약초로는 별 것 아니라고 무시하기 쉽지만 냉이 만큼 뛰어난 약성을 지닌 식물도 흔치 않다. 냉이는 간을 튼튼하게 하고 눈을 밝게 하며 기운을 나게 하고 위를 튼튼하게 하며 소화를 잘 되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출혈을 멎게 하는데 매우 좋은 효력이 있는 약초이다.
이른 봄철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으며 밥맛이 없을 때 냉이를 잘게 썰어서 죽에 넣어 끓여 먹으면 곧 기력을 되찾을 수 있다. 냉이에는 단백질, 비타민, 회분, 섬유질, 탄수화물, 칼슘, 인 등의 영양성분이 골고루 들어 있는데 특히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 있다.
<사진> 채취한 냉이
냉이를 한의학에서는 이질이나 설사, 출혈을 멎게 하는 약으로 많이 쓴다. 자궁출혈이나 토혈, 폐결핵으로 인한 각혈, 치질로 인한 출혈 등에는 냉이 80~100g을 물로 달여서 마시거나 약성이 남게 검게 태워서 먹으면 효험이 있다.
냉이는 눈을 밝게 하는데 매우 좋다. 줄기와 뿌리를 달여서 차 마시듯이 오래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익상취편이라고 하여 눈꼬리부분에 군살이 생겨나서 자라는 데에는 냉이를 곱게 가루내어 눈에 넣는다. 눈이 까칠하고 통증이 약간 생기지만 며칠 지나면 통증이 없어지고 군살이 삭아 없어진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아프며 꺼칠꺼칠한 느낌이 들 때에는 냉이를 짓찧은 다음 곱게 걸러서 눈에 한방울씩 넣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우유빛처럼 하얗게 나올 때에는 냉이 600g을 물로 달여서 하루 3~4번에 나누어 2~3개월 복용한다. 대개 일주일쯤 지나면 오줌빛깔이 맑아지기 시작하여 한두 달이면 치유가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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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이야기 6
숙변 없애고 비만증 치료하는
함초와 결석녹이는 참가시나무 | |
우리 나라 제일 남쪽 땅 끝에 기암괴석이 기치창검처럼 둘러서서 울타리를 친 듯한 산이 있으니 바로 해남의 달마산이다. 선종의 시조 달마대사가 거할만한 산이라 하여 달마산이라 부르는 이 산은 높이는 481m에 지나지 않지만, 끝이 뾰족뾰족한 기암괴석들이 10리가 넘도록 뻗어 있어 다른 어느 산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풍경을 이룬다. 게다가 바위 틈에서 황금빛 물이 솟는 금샘, 수정으로 이루어진 바위동굴,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용굴과 용샘 등 볼거리가 많고 온 산이 아열대성 난대림으로 뒤덮여 있어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달마산은 남녘 끝 외진 곳에 멀리 떨어져 있는 까닭에 약초꾼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산이다. 사람의 손을 덜 타서 좋은 약초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상록성인 난대림이 울창하여 대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은 곳이 많고, 아직 도끼날이 닿지 않은 큰 나무들이 많다. 또 추운 지방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약초도 많다. 해남으로 가는 길은 몹시 멀다. 요즈음 찻길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가려면 보통 6~7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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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용과 다이어트에 좋은 함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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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무렵에 해남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난 뒤 함초를 관찰하러 바닷가로 나갔다. 처음에는 짠 바닷물이 닿는 갯벌로 가서 함초의 생태를 관찰하고 다음에는 황산면에 있는 염전으로 갔다. 묵은 염전바닥에 일부러 심어 놓기라도 한 것처럼 빽빽하게 함초가 연한 싹을 내밀고 있었다. 어떻게 짜디 짠 소금으로 절어 있는 염전바닥에서 자라는 풀이 있는지 모두들 신기해 했다. 회원들은 모두 신이 나서 함초를 뜯어 먹기도 하고 채취하여 자루에 담기도 했다. 염전 주변에는 함초 말고도 나문재나 갯솔나물, 해홍나물, 칠면초, 갯질경이, 갯부추 등 약이나 식품재료로 이용가능성이 있는 식물들이 많다. 함초를 우리말로는 ‘퉁퉁마디' 라고 부른다. 퉁퉁하고 마디가 있는 풀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옛 의학책인 『신농초본경』에는 맛이 몹시 짜다고 하여 함초(鹹草), 염초(鹽草)라고 하였고, 또 몹시 희귀하고 신령스러운 풀로 여겨 신초(神草)라고도 적혔다. |
일본에서는 1891년에 북해도 아께시마만에서 처음 발견했으며 그 아름다움과 희소성으로 인하여 1921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다. 함초는 봄부터 여름까지는 줄기와 가지가 진한 녹색이다가 가을이 되면 진한 빨강색으로 단풍이 든다. 가을철 서해안의 갯벌이 온통 빨강 물감을 쏟아 부은 듯 함초와 나문재로 덮여 있는 풍경은 가을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장려하고도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함초는 육지에 자라는 식물이면서도 바닷물 속에 있는 모든 미네랄성분을 농축하여 함유하고 있는 풀이다. 곧 육지에서 바다로 빼앗겼던 영양을 다시 되돌려주는 풀이라고 할 수 있다. 함초는 소금기 많은 흙일수록 잘 자라면서도 바닷물에 잠기면 금방 죽는다. 흙 속에 스며든 바닷물을 한껏 빨아들인 다음 광합성작용으로 물기만을 증발시키고 바닷물속에 들어 있는 갖가지 미네랄성분만을 고스란히 남아 있게 하는 생리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함초는 맛이 몹시 짜다. 짜되 여느 소금처럼 쓴맛이 나면서 짠 것이 아니라 단맛이 나면서 짜다. 짠 것을 먹으면 대개 목이 마르지만 함초에 들어 있는 소금은 많이 먹어도 갈증이 나지 않는다. 함초를 생즙을 내면 그 맛이 간장처럼 짠데 이것을 그대로 한 잔 마셔도 목이 마르지 않는다. 함초에 들어 있는 소금은 지상에 있는 다른 어떤 소금보다도 생명체에 유익한 소금이라 할 수 있겠다. 함초는 숙변을 제거하고 변비를 없애는 효력이 매우 탁월하다. 함초속에 들어 있는 갖가지 미량원소와 효소가 숙변을 없애고 몸 속의 지방질을 분해하여 몸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함초에 농축되어 있는 효소는 사람 몸 속에서 작은 창자벽에 붙어 있는 끈적끈적한 노폐물인 숙변을 분해하여 몸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을 한다. 함초는 숙변을 분해하여 없앨 뿐 아니라 몸 속에 있는 중성지방질을 분해하여 몸 밖으로 내보내어 비만증 치료에도 효과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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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을 먹고 사는 풀, 함초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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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초의 섬유질은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주고 소금기와 미네랄은 인체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된다. 함초는 인체에 부족하기 쉬운 미량원소를 보충해주면서 숙변과 변비, 비만증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이상적인 다이어트식품이다. 함초는 숙변과 비만을 없앨 뿐만 아니라 온갖 난치병을 퇴치하는 데에도 뛰어난 효력이 있다. 일본 오하라산장 난치병연구소의 이토 소장은 함초가 갖가지 암, 축농증, 관절염, 고혈압, 저혈압, 요통, 비만증, 치질, 당뇨병, 갑상선염, 천식, 기관지염 등에 두루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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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초를 복용하면 대개 밥맛이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며 눈이 밝아진다. 마른 사람은 살이 약간 찌고 살찐 사람은 살이 빠진다. 3~4개월 먹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랫배가 홀쭉해진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얼굴빛이 좋아지고 피로감이 줄어드는 것도 공통적인 현상이다. 미용식품으로도 함초를 따를만한 것이 없다. 함초를 먹으면 어떤 사람이든지 살결이 고와지고 기미, 주근깨 같은 것이 없어지거나 줄어든다. 함초는 먹는 화장품이라고 할만하다. 화장품을 쓰는 대신 함초를 먹으면 살결을 곱게 하는데 훨씬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함초를 먹으면 뱃속이 깨끗해지고 혈액이 맑아져서 살결이 고와지는 것이다. 함초는 우리 나라에서는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몹시 귀하게 여기는 식물이다. 일본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고 프랑스에서는 귀한 요리재료로 쓴다. 프랑스에서는 어린 줄기를 샐러드로 만들어 먹는데 웬만한 사람은 구경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우리 나라 서해안은 갯벌이 넓고 유기질이 풍부하여 함초가 자라기에 알맞다. 넓은 갯벌에 함초를 재배하면 고려인삼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보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함초는 우리 나라 서해안의 갯벌이나 염전 바닥에 무리지어 자라는 명아주과에 딸린 한해살이풀이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이 더러 나물로 무쳐 먹거나 물김치로 만들어 먹던 이 식물이 요즘 숙변을 없애고 비만증을 치료하며 면역기능을 높여 주는데 뛰어난 약효가 있다는 것이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함초는 고혈압과 심장병 같은 순환기계 질병, 숙변과 변비, 당뇨병, 갖가지 암, 심한 피로 등에 뛰어난 효력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함초의 효능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숙변을 없애고 변비를 고치며 비만증을 치료한다:사람의 장벽에는 융털이라고 하는 작은 돌기가 빽빽하게 붙어 있다. 이 융털에 음식물의 찌꺼기가 끼면 대장에서 영양분을 잘 흡수하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음식물들이 장벽에 달라붙는다. 이것을 숙변이라고 하는데 함초는 이 숙변을 분해하여 몸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이 있다. 함초는 숙변을 분해하여 몸무게를 줄이고 변비를 치료한다. ■ 고혈압과 저혈압을 치료한다:함초는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피를 깨끗하게 하며 혈관을 튼튼하게 하여 고혈압과 저혈압을 동시에 치료한다. 함초는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혈액속의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질을 제거하여 고혈압과 저혈압을 동시에 낫게 한다. 함초는 증혈작용도 뛰어나 빈혈증 치료에도 효력이 크다. ■ 축농증, 신장염, 관절염 등 온갖 염증을 치료한다:함초는 병원성 미생물을 죽이는 작용이 매우 세다. 어떤 종류의 항생제로도 효과가 없는 악성 늑막염환자가 함초를 복용하고 나은 사례가 있고, 베체트씨병으로 목숨을 포기한 사람이 회복된 사례가 있다.
■ 피부를 아름답게 한다:함초는 먹는 화장품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피부미용에 효과가 탁월하다. 숙변이 없어지면 피부가 깨끗하게 되게 마련이다. 기미, 주근깨, 여드름, 여성의 생리불순 등이 대개 낫는다. ■ 위장기능을 좋게 한다:함초는 위장과 대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소화가 잘되게 하고 변비, 탈장, 치질을 낫게 한다. 함초를 먹으면 배가 뻐근해지고 소리가 나며 방귀가 많이 나오는 것은 함초가 위와 장벽에 쌓인 노폐물을 분해하기 때문이다. ■ 기관지천식과 기관지염을 치료한다:함초는 기관지점막의 기능을 좋게 하여 기관지천식을 완화하거나 치유한다. ■ 당뇨병의 혈당치를 낮춘다:함초를 복용하면 혈당치가 차츰 정상으로 회복된다. 함초 생즙을 복용하여 당뇨병을 근치(根治)한 사례가 적지 않다. 함초의 섬유질이 장에서 당질섭취를 억제하고 췌장의 기능을 되살려 당뇨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한다. ■ 갖가지 암, 근종 등에 효과가 있다:함초는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 특히 자궁근종에 효과가 높다. ■ 근육통, 관절염, 출혈에 효험이 크다:관절염, 신경통환자가 함초를 복용하고 나은 경우가 많다. ■ 갑상선기능을 좋게 한다:함초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항진증에 모두 좋은 효과가 있다. ■ 정력이 좋아진다:함초를 복용하면 성기능이 좋아진다. 발기부전, 조루, 성욕감퇴, 여성의 불감증, 만성피로 등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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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이나 명상을 하는 사람, 수행자들한테 좋다:정신을 집중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날 아침 미황사를 거쳐 달마산에 올랐다. 미황사는 내력이 깊고 숱한 전설이 서린 해묵은 고찰이다. 미황사는 오지에 숨어 있는 절 치고는 꽤 큰 절이지만 고색창연한 대웅전과 응진전만이 쇠퇴한 몰골로 남아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미황사가 대흥사의 큰집이라고 했을만큼 규모가 크고 사세가 웅장했다고 한다. 미황사 뒤로 달마산을 오르는 산길이 여러 갈래 있다. 어느 길로 가든지 쉬엄쉬엄 한 시간 남짓하면 능선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다. 동백나무, 육박나무, 가시나무, 참식나무, 생달나무, 가마귀쪽나무 따위 상록수들이 밀림을 이룬 산길을 걸어 오르면 웅크린 사자모양을 한 사자바위, 외로운 남자가 멀리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모양을 한 홀아비바위, 문바위, 뚱뚱한 사람은 빠져나가기 힘든 개구멍바위 등 갖가지 형상의 기암괴석들이 현란하게 펼쳐진다. 마치 금강산 만물상의 한 부분을 옮겨 놓은 듯하다. 길 옆에는 인동덩굴, 오갈피나무, 야관문, 자귀나무, 잔대, 머위, 청미래덩굴, 천남성 같은 약용 식물들이 무성하고 고개를 들면 땅끝마을, 진도, 완도, 보길도 같은 멀고 가까운 섬과 들쑥날쑥한 해안선의 모습이 한 눈에 드러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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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하면서도 가장 좋은 약초, 조릿대 달마산에서 제일 흔히 볼 수 있는 약초는 조릿대다. 조릿대는 어느 산에나 널려 있는 편이지만 남쪽지방에서 자란 것이 아무래도 약효가 높다. 조릿대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흔한 식물이지만 이 식물이 혈압을 낮추고 열을 내리며 위궤양, 당뇨병, 천식, 만성간염 등에 뛰어난 치료효과를 지닌 약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린 아이들이 조릿대차를 즐겨 마시면 체질이 매우 튼튼해져서 어른이 되어 일체 잔병치레를 하지 않게 되고, 여름철 무더위에 지쳤을 때 조릿대차를 마시면 금방 더위와 갈증이 풀린다. 조릿대는 심장의 열을 내리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조릿대차는 스트레스를 없애는데 가장 좋다. 한 아주머니는 남편이 속을 썩여 화병으로 가슴속에서 불덩어리 같은 것이 치솟아 오르는 것 같아서 찬물을 한 바가지씩 하루 열댓번씩 마시며 지냈는데 조릿대차를 마신 뒤로 화병이 낫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또 한 아주머니는 갑자기 큰 충격을 받아 정신이 이상해져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난폭하게 날뛰었다. 급히 조릿대 한 다발을 진하게 달여서 한 대접 마시게 하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흥분이 가라앉고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조릿대는 당뇨병 치료에도 효험이 뛰어나다. 특히 초기나 중기의 당뇨병에 잘 듣는다. 초기 환자는 조릿대 잎만 열심히 달여 먹어도 완치가 가능하다. 아마 우리 나라 당뇨병환자의 절반쯤은 조릿대차만 열심히 먹어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조릿대는 항암작용도 뛰어나서 잎을 차처럼 달여서 먹고 위암이나 간암환자가 효험을 보았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조릿대 뿌리는 가장 좋은 암치료약이다. 가을이나 겨울철에 뿌리를 캐서 그늘에서 말려 진하게 달인 물에 토종가지 씨앗을 살짝 볶아서 가루낸 것을 한 숟갈씩 타서 하루 세 번 먹는다. 반드시 조릿대 뿌리와 토종가지 씨앗을 써야 한다. 시누대나 왕대 뿌리는 효과가 없고 개량종 가지나 수입산 가지도 효과가 없다. 씨앗가게에서 파는 가지씨앗은 농약으로 처리를 한 것이므로 먹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방법은 어떤 종류의 암이건 신기하게 잘 듣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방법이 너무 쉽고 간단하므로 우습게 여기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약재를 몹시 구하기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방법이라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의원을 운영하는 어느 민족종교의 교주가 이 방법으로 암환자를 꽤 많이 고쳤다. 그는 암환자들한테 이 처방을 그냥 일러주었더니 잘 믿지 않으므로 조릿대 뿌리 달인 물과 가지씨앗으로 약을 만들어 비싼 값에 팔았다. 그랬더니 많은 암환자들이 앞다투어 몰려들더라고 했다. 6~7월에 조릿대 새순을 따서 만성간염이나 만성신부전증환자를 여럿 고친 일이 있다. 조릿대 새순이나 조릿대 죽순은 간에 쌓인 독을 풀고 간열과 심장의 열을 없애며 간세포를 살리는 효과가 있다. 조릿대 새순이나 죽순을 무침이나 국 같은 음식으로 만들어 먹으면 만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조릿대 죽순요리를 가장 귀하고 값진 음식으로 여긴다. 조릿대는 너무 흔해서 약초로 별로 대접을 못받고 있다. 그러나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한 약이 되는 법이다. 진리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가까운 곳에 있기 마련이다. 일본에서는 우리 나라의 조릿대를 헐값에 수입하여 면역강화제, 암치료제, 당뇨병치료제, 간염치료제 같은 것을 만들어 비싼 값에 시판하고 있다. 그것을 우리 나라에서 수입하여 더 비싼 값에 팔고 있는데, 일본에서 만든 조릿대 제품을 수입하여 판매하고 있는 사람이 나를 찾아온 적이 있다.
◎ 몸 안에 있는 결석 녹이는 참가시나무 등산로 옆에 참가시나무가 드문드문 자랐다. 언뜻 보기에는 참나무 같지만 껍질이 거무튀튀하고 잎이 두꺼워 그늘이 짙다. 햇볕이 쨍쨍한 날에도 참가시나무 그늘은 늘 어둡다. 두껍고 매끄러운 잎이 햇빛을 받아 유난히 반짝거린다. 참가시나무는 겨울철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참나무의 한 종류다. 도토리나 상수리가 달리는 나무를 모도참나무라고 부르는데 참나무에는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떡신갈나무, 물참나무, 졸참나무 등 종류가 매우 많다. 참나무 중에서 겨울철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가시나무라고 부른다. 가시나무는 목재로도 훌륭하여 이순신 장군이 만든 거북선을 가시나무로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가시나무 중에는 참가시나무, 붉가시나무, 졸가시나무, 개가시나무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참가시나무의 잎과 잔가지는 담낭결석, 신장결석, 방광결석, 요로결석 등 몸 안에 있는 갖가지 결석을 녹이는 효력이 있다. 결석에는 콜레스테롤결석, 칼슘결석, 혼합결석 등이 있는데 어떤 종류의 결석이든지 참가시나무를 차로 달여 마시면 녹아 없어진다. 결석이 녹아 나올 뿐만 아니라 소변도 잘 나오고 비만증이 없어지며 정력이 세어진다고 한다. 참가시나무 잎에 다른 이름을 붙여 담석과 신장결석치료제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이 있다. 일본에서는 참가시나무가 남성의 양기부족, 조루, 음위증 등을 치료하는 정력제로도 인기가 있다. 가시나무 열매는 도토리와 생김새가 거의 같으며 도토리와 마찬가지로 묵을 만드는데 쓴다. 묵이 도토리보다 더 많이 나오고 맛도 더 좋다. 그리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같은 나라에는 가시나무가 매우 많다. 지난 해에 남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가장 흔하게 본 나무가 가시나무와 올리브나무였다. 우리 나라는 가을철만 되면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이 온 산에 가득하지만 그쪽 나라에서는 가시나무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땅바닥을 융단처럼 덮었어도 아무도 줍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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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최진규(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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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이야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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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산천의 아름다움을 가장 절실하게 느껴 보고 싶은 사람은 동강으로 가야 한다. 칼날 같은 절벽들이 얼키고 설킨 사이로 비단결 같은 냇물이 백 번을 굽이치며 흐르는 곳. 아직 이름도 붙이지 못한 절벽과 동굴, 골짜기, 기이화초들이 널려 있는 곳. 우리 땅이 아닌 딴 나라의 경치 같으면서도 가장 우리 땅의 본래 모양이 남아 있는 곳. 물길도 찻길도 없고 산길마저 끊어진 오래 된, 지금은 희미한 전설만이 남아 있는 어느 빈 골짜기속으로 들어가 나무와 풀, 노루, 산토끼와 친구되어 한 열흘쯤 지내보아야 한다. 영월로 가는 길은 550년 전 단종 임금이 귀양가던 길을 그대로 따라서 가는 길이다. 돌 하나 나무 하나 고개 하나에까지 단종 임금의 슬픈 사연이 서려 있다. 단종이 귀양을 오는 중에 몹시 피곤하고 지쳐서 잠시 쉬었다는 전설이 있는 쉼터바위. 단종이 깎아지른 절벽 틈으로 난 길을 올라가면서 이 고개의 이름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험하냐고 물었더니 한 병사가 “노산군께서 오르시니 군등치(君登峙)라고 부르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는 군등치. 단종이 이곳을 지나간다는 말을 들은 마을 주민들이 모두 나와 통곡을 했다는 명라곡(鳴羅谷). 단종이 서산으로 기우는 해를 향하여 자신의 운명을 기원했다는 배일치(拜日峙)…. 주천에서 법흥사쪽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요선정(邀僊亭)을 구경했다. 이름 그대로 선인이 내려와서 춤이라도 추었을 것 같은 아름다운 정자. 정자 옆의 큰 바위에 마애불이 새겨져 있고 그 옆에 있는 바위절벽에서 강물을 내려다 보는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답다. 바위틈에 줄기가 비틀리면서 자란 수백년 묵은 늙은 소나무들이 붉은 비늘을 뚝뚝 흘리며 서 있다. 요선정에서 영월쪽으로 가다가 서강 상류에 있는 관란정에 들렀다. 생육신의 한 사람인 원호 선생이 단종 임금이 영월로 귀양을 왔다는 소식을 듣고 와서 초막을 짓고 평생을 살았던 곳이다. 청령포에서 40리쯤 상류에 있는 수백길을 깎아지른 절벽 꼭대기에 서 있는 작은 정자이다. 바위로 된 절벽이 부여에 있는 낙화암보다도 훨씬 높고 그 아래를 흐르는 강물도 맑다. 강물을 향한 절벽에 늙은 소나무와 느릅나무, 바위손이며 실고사리 같은 약초들이 빽빽하게 달라붙어 있다. 이곳에서 원호 선생이 나뭇잎에 편지를 써서 강물에 띄워 보내면 청령포에 있던 단종이 받아서 읽었고, 또 광주리에 채소, 과일 같은 것을 넣어 강물에 띄워 보내면 단종이 받아서 먹기도 했다고 한다. 평창군 미탄면까지 동강을 거슬러 올라가 재치산 기슭에서 약초채취를 시작했다. 산 위쪽은 거대한 석회암 절벽으로 막혔고 아래는 깨끗한 개울이 흘러 선경을 이루고 있었다. 산은 몹시 가팔라서 올라가기는 커녕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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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골탈태하는 선약 지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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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이 가기 힘든 곳이 약초의 천국이었다. 누군가가 귀한 약초들만 골라서 일부러 심어 놓기라도 한 것처럼 약초들이 많았다. 잔대, 도라지, 삽주, 연삼, 더덕, 지치, 위령선, 승마, 산작약…. 손에 잡히는 풀이 모두 약초가 아닌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거기는 지치가 많이 나는 곳이었다. 지치는 옛날부터 산삼을 능가하는 효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약초이다. 아마 단방약재로서 지치보다 뛰어난 효력을 지닌 약초도 달리 없을 것이다. 수십년 동안 약초를 캐며 살아온 채약꾼이나 노인들을 만나보면 오래 묵은 지치를 먹고 고질병이나 난치병을 고치고 건강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지치는 지초(芝草), 자초(紫草), 지혈(芝血), 자근(紫根) 등으로 부르는 여러해살이풀로 뿌리가 보랏빛이 나므로 자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보랏빛 뿌리가 땅 속을 파고 들면서 자라는데, 야생지치는 나사모양으로 한두 번 뒤틀리면서 자라고 재배하는 것은 바로 자란다. 지치는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염증을 없애고 새살을 돋아나게 하는 작용이 뛰어난 약초이다. 갖가지 암, 변비, 간장병, 동맥경화증, 여성의 냉증, 대하, 생리불순 등에도 효과가 뛰어나다. 오래 복용하면 얼굴빛이 좋아지고 늙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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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는 암치료에 성약(聖藥)이라 할만하다. 강한 거악생신작용, 소염, 살균작용으로 암세포를 없애고 새살을 빨리 돋아 나오게 한다. 지치로 암을 치료하는 처방을 소개한다. 오리 한 마리와 야생지치 2근을 한데 넣고 거기에 소주를 붓고 뭉근한 불로 달인다. 오래 달여서 건더기는 건져 버리고 달인 술물을 한 번에 소주잔으로 하나씩 하루 세 번 복용한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물을 붓고 달여도 된다. 오리와 지치는 다같이 농약독, 공해독, 화공약독을 푸는데 뛰어난 효력이 있다. 이 두가지가 만나면 약성이 극대화되어 기적 같은 치병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오리와 거위는 구리나 유리를 소화시킬 수 있을만큼 굳은 것을 삭이는 힘이 있으니 딱딱한 종양덩어리도 파괴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 오리나 거위의 피속에는 산이나 알칼리효소에 파괴되지 않는 극미립자의 항암물질이 들어 있다. 지치는 막힌 것을 뚫고, 생혈(生血), 활혈(活血)하며 옹종을 삭여 나오게 하는 힘이 매우 센 데다가 보중익기(補中益氣)하는 작용까지 겸하였으므로 이 두가지를 합치면 뛰어난 암치료약이 될 수 있다. 지치는 갖가지 질병으로 신음하는 이 시대를 위해 조물주가 지금껏 감추어두었던 약인지도 모른다. 조선시대의 이름난 재상인 동고 이준경 선생이 지은 ‘시절가’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무산천(無山川) 갓가오니 무명악질(無名惡疾) 독한 병이 함문곡성(緘門哭聲) 어이할꼬. 약이야 잇것마난 지초 오리 구해다가 소주 한 잔 전복하소 박씨하나 살릴손야.” 여기서 무명악질은 암, 에이즈 같은 난치병을 가리키고, 함문곡성은 문을 닫고 통곡한다는 뜻이니 에이즈 같은 수치스런 병에 걸려서 숨어서 혼자 슬퍼하고 밖으로 나타내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그 뒤의 구절은 지치와 오리를 구하여 소주를 넣고 달여 먹으면 100명 중에 한 사람은 살릴 수 있지 않겠냐는 뜻이다. 여기서 밝히기 어렵지만 실제로 암환자와 에이즈환자가 이 방법으로 완치되었다고 할 수 있을만큼 회복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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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치는 최고의 암치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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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로 술을 담가 두고 조금씩 오래 복용하면 정력이 매우 세어지고 피곤함을 모르게 된다. 비만증을 치료하는 데도 지치를 따를만한 것이 없다. 지치를 복용하면 포만감이 있어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으며, 살이 웬만큼 빠지고 나서는 다시 음식을 마음대로 먹어도 살이 찌지 않게 된다. 뱃속에 어혈덩어리 같은 것이 뭉쳐 있기 쉬운 40대 이후의 여성들에게 제일 좋은 약초라고 할 수 있다. 지치는 심장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도 있어서 늘 가슴이 두근거리고 잘 놀라는 사람, 심장에 가끔 통증이 있는 사람, 현기증이 있는 사람에게도 뚜렷한 효과가 있다. 악성빈혈환자도 6개윌쯤 꾸준히 먹으면 치료되고, 신장기능이 좋지 않아 손발이 붓고 얼굴이나 허리 등에 군살이 붙은 사람도 지치를 꾸준히 먹으면 해결된다. 지치를 가공하는 법도 다른 약초와는 다르다. 지치는 물로 씻으면 약효가 줄어드므로 절대로 물로 씻지 말고 솔 같은 것으로 뿌리에 붙은 흙을 털어내고 그늘에서 말리되 하루에 한 번씩 술을 품어주면서 말려야 한다. 따뜻한 방안 같은 데서 말리면 좋다. 지치는 10년 넘게 자란 야생지치라야만 제대로 약효가 있고, 재배한 것은 약효가 거의 없다. 지치의 약효에 대해서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많다. 내가 어렸을적에 같은 동네에 사는 어떤 사람이 산에 올라갔다가 3일 동안을 돌아오지를 않아 무슨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닌가 하고 가족들이 찾아 나섰다가 마침 산에서 내려오는 그를 만났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산에서 팔뚝만한 지치 하나를 캐어 먹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가 이제 깨어나서 내려오는 중이라고 하였다. 그 후로 그 사람은 안색이 좋아지고 한겨울에 홑옷을 입어도 추위를 모를만큼 튼튼한 체질로 바뀌어 지금까지도 건강하다. 또 나하고 가깝게 지내는 한 수도자는 길이가 70cm나 되는 큰 지치를 날로 짓찧어서 먹고 죽은 듯이 쓰러져 잠이 들었다가 이틀 뒤에 깨어났더니 고질적이던 두통, 축농증, 만성 장염이 깨끗하게 나아버렸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때 남은 찌꺼기를 그 수도자의 제자가 물잔으로 한 잔쯤 마셨는데, 그 제자도 쓰러져서 하루가 지난 뒤에야 깨어났으며 그 뒤로 허약하던 몸이 매우 튼튼해졌다는 것이다. 겨울철 눈쌓인 산에 지치가 있는 곳 주변에는 눈이 빨갛게 물이 든다. 지치 뿌리에서 뿜어내는 기운이 하얀 눈을 빨갛게 물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약초꾼들은 얼어붙은 눈 위에서 지치를 찾아낸다. 지치는 산 속에서 수도하는 사람들이 비밀리에 환골탈태하는 선약을 만드는 데에도 쓴다. 불사신방(不死神方)이라고 부르는 이 선약을 오래 복용하면 추위를 타지 않고 몸이 따뜻해지며, 어혈이 생기지 않고 살결이 잘 익은 대추빛처럼 되며 놀랄만큼 기운이 솟구치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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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대를 먹고 천하장사가 된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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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는 어느 것이든지 오래 묵은 것일수록 약효가 높기 마련이다. 드물게 수백년 묵은 지치가 발견되는 수가 있고 더덕이나 잔대, 도라지 같은 것도 더러 수백년이나 수십년 묵은 것이 발견된다. 잔대는 줄기와 뿌리를 나물로 먹는 풀이지만 이처럼 다양하고 뛰어난 해독력을 지닌 약초도 흔치 않다. 잔대는 뱀독, 농약중독, 중금속독, 화학약품 등 온갖 독을 푸는 데 묘한 힘이 있다. 옛 기록에도 100가지 독을 푸는 약초는 오직 잔대뿐이라 하였다. 잔대는 모든 풀종류 가운데서 가장 오래 사는 식물의 하나다. 산삼과 마찬가지로 간혹 수백년 묵은 것도 발견된다. 잔대는 산삼처럼 해마다 뇌두가 생기므로 뇌두의 수를 세어 보면 대략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나는 북한산에서 뇌두가 150개가 넘는 엄청나게 큰 잔대를 발견한 적이 있다. 영월에 사는 한 약초꾼은 무게가 2kg이나 되고 거의 야구방망이만한 지치를 한 뿌리캐서 제천의 어느 한약방에 몇 만원을 받고 팔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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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대를 오래 복용하면 살결이 깨끗해지고 엄청난 힘이 난다. 여기 잔대의 효능에 대한 믿기 힘든 이야기가 있다. 나하고 가깝게 지내는 한 수도자가 30년 전 군대에 있을 때 1년 동안 부대 주변에 있는 잔대를 열심히 캐서 날로도 먹고 고추장에 버무려서 반찬으로 늘 먹었다. 그랬더니 언제부터인가 60kg쯤 나가던 몸이 차츰 살이 붙어 85kg이나 되었고 그러면서도 몸이 날아갈듯 가벼워졌다. 또 잠을 전혀 자지 않아도 전혀 몸이 피곤하지 않았고 졸리지도 않았다. 불면증으로 3개월 동안을 잠을 조금도 잘 수 없었는데도 조금도 몸이 피곤하지도 졸리지도 않았다. 게다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솟구쳐서 한 번 마음껏 힘을 써보고 싶어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으나 힘을 쓸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모두 잠이 든 한밤중에 혼자 속옷만 입고 나가서 산봉우리를 몇 개씩 뛰어다니고 돌아오곤 했다. 어느날 한밤중에 막사 밖으로 나왔더니 토목공사를 하려고 쌓아 놓은 철근무더기가 있었다. ‘옳다, 바로 이거다. 여기에 힘을 한 번 써보자.’ 하고 그는 철근 몇 개를 잡고 힘을 주었다. 철근은 엿가락처럼 쉽게 휘어졌다. 그는 긴 철근 몇 가락을 새끼꼬듯 꼬아버렸다. 다음날 부대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을 것임에는 말할 나위가 없다. 또 한 번은 주민들이 길을 닦다가 큰 돌이 하나 나오는 바람에 그것을 깨뜨리지도 못하고 들어내지도 못하고 애를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가서 한 번 손으로 툭 쳤더니 일곱 사람이 힘을 합쳐도 꼼짝도 안하던 바위가 수박 갈라지듯 쩍 갈라져 버렸다고 한다. 잔대를 오래 복용하면 폐와 기관지, 위, 장이 튼튼해지고 변비가 없어지며 힘이 나며 근육과 힘줄이 튼튼해진다. 그러나 잔대는 한두 뿌리 먹어서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밥먹듯 늘 먹어야 한다. 요즘처럼 공해가 많은 시대에서는 산삼이 만병의 영약이 아니라 최고의 해독제인 잔대나 지치 같은 것이 최고의 선약이다. 잔대는 여성들의 산후풍에도 효과가 신통하다. 산후풍으로 온 몸의 뼈마디가 쑤시고 아플 때에는 잔대 뿌리 말린 것 3근(1,800g)과 가물치 큰 것 한 마리를 한데 넣고 푹 고아서 그 물만 마신다. 늙은 호박의 속을 파내 버리고 그 안에 잔대를 가득 채워 넣고 푹 고아서 물만 짜내어 마시는 방법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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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작용 없는 천연 비아그라 야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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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관문(夜關門)은 밤에 빗장문을 열어 주는 약초라는 뜻이니 그 이름이 묘하다. 이것을 먹으면 천리 밖에서도 빛이 난다고 하여 천리광(千里光)이라고도 한다. 야관문은 흔한 풀이다. 새로 찻길을 닦느라고 깎아낸 비탈 같은 곳에 무리지어 자란다. 고속도로 옆에 무리지어 자라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옛사람들은 이 풀을 꺾어서 묶어 빗자루로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흔하고 천대받는 풀이 양기부족에 비아그라 못지 않은 효과를 지녔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야관문은 이름 그대로 밤에 닫힌 문을 쉽게 열게 할 수 있는 약초다. 여러 가지 남성질병 곧 양기부족, 조루, 유정, 음위증 등을 치료하는 데 뛰어난 효력이 있다. 2~3일만 복용하면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부작용이 전혀 없는 천연 비아그라의 효능을 지닌 약초라고나 할까. 그러나 야관문을 그냥 달여 먹거나 가루내어 먹어서는 전혀 효과가 없다. 차로 끓여 먹어도 마찬가지다. 야관문은 반드시 술로 우려내야만 그 진가가 나타난다. 35° 이상되는 증류주에 야관문을 술양의 3분의 1쯤 넣고 3개월쯤 우려내어 한 잔씩 마신다. 특히 신장기능이 허약하여 오는 노인들의 양기부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몇몇 사람들한테 야관문으로 만든 술을 마시게 하였더니 과연 효험이 있었다. 이렇게 좋은 약초를 길 옆에 내버려두고 사람들은 어찌하여 신장의 기능을 고갈시키고 더러 부작용으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는 비아그라만 열심히 찾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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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이야기 8 백령도
만병의 영약 싸주아리쑥과 두통의 선약 순비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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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치만으로 볼진대 백령도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닌 섬이다. 이미 나라 안에서는 홍도나 해금강, 백도, 소매물도 같은데를 일러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절경이라 하여 우리 섬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곳을 꼽아 왔지만 그것은 백령도를 보지 못한데서 나온 말일 게다. 백령도는 홍도, 해금강, 백도, 소매물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아름답고 규모도 크다. 앞으로 우리 섬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곳을 백령도로 바꾸어 불러야 하리라.백령도는 그동안 꼭꼭 감추어져 있었던 까닭에 때묻지 않은 천혜의 경치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마치 영국 도버 해안의 백악절벽을 닮은 두무진 일대의 현무암 절벽과 마치 영국 도버 해안의 백악절벽을 닮은 두무진 | |
일대의 현무암 절벽과 형형색색의 콩알만한 돌멩이들이 2km가 넘는 해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콩돌 해안, 세계에서 단 두 군데밖에 없다는, 자동차가 전속력으로 달려도 바퀴자국이 남지 않는, 그래서 군용 비행기들이 천연활주로로 이용하기도 하는 용기포의 규조토 해안, 심청이 몸을 던진 곳이라는 인당수와 그 옆의 연봉바위 같은 곳들이 백령도가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완벽한 아름다움의 한 부분들이다. 백령도라는 이름에서 무언가 신비스럽고 영험한 곳이라는 느낌이 들듯이 이 섬에는 자못 신비로운 것들이 많다. 흰뱀, 흰송아지, 흰성게, 흰해삼 등 흰짐승과 동물들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이름이 높은데, 흰 것이야말로 상서로운 기운이 서려 있는 것이고 그 흰 것이 많이 나는 백령도야말로 진짜 영험한 땅이 아닐까. 백령도의 신비로움과 영험함을 대표할 만한 이 섬의 특산물은 싸주아리쑥이다. 싸주아리쑥은 백령도와 강화도, 남양만 일대 그리고 서해안 일부에만 자라는 쑥의 한 종류로서 가장 약성이 높고 품질이 좋은 약쑥이다. 싸주아리쑥은 여느 쑥보다 대궁이 가늘고 잎 뒷면이 희며 흰털이 보송보송 나 있으며 가냘프게 생겼으며 향이 매우 부드럽다. 본디 강화도의 싸주아리쑥이 중국이나 일본에까지 알려질 정도로 품질이 좋고 약성이 좋기로 이름이 높았으나 지금은 강화도에서는 야생싸주아리쑥은 거의 멸종되었고 비료와 농약을 주어서 재배하는 것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백령도에는 산이나 들 어디나 손에 잡히는 것이 모두 싸주아리쑥이니 이 섬은 그 전부가 최고의 쑥밭이다. 싸주아리쑥은 그 자체에 강한 열기를 지니고 있어서 이슬이 잘 맺히지 않고 이슬이 맺혀도 빨리 말라버린다. |
◎ 쑥에 담긴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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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좋은 싸주아리쑥은 산삼, 자초를 능가하는 천하 으뜸의 영약이다. 쑥에 담겨진 비밀을 온전히 깨닫는 자는 화타 편작을 능가하는 신의(神醫)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쑥을 중국에서는 쑥 애(艾)자로 쓰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쑥 봉(蓬) 또는 쑥 봉(蓬)자에 명아주 래(萊)자를 합쳐서 봉래(蓬萊)라고 쓴다. 세계의 모든 나라에 쑥이 자라지만 나라마다 그 성질이 각기 다르다. 유럽이나 러시아에 자라는 웜우드라고 하는 쑥은 독성이 강하여 먹을 수가 없고 프랑스, 독일 등지에 자라는 압생트주의 원료로 쓰는 쑥은 간질발작이나 환각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프랑스의 시인 알프레드 뮈세, 화가인 로트렉, 빈센트 반 고흐 같은 사람들이 모두 압생트주 중독으로 인한 간질발작으로 목숨을 잃거나 자살했다.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 자라는 쑥도 우리 나라의 쑥과는 조금 다르다. 다른 나라에 자라는 쑥들은 모두 독성이 있어서 음식으로도 쓸 수 없고 약으로도 쓰지 않지만 다만 우리 나라에서 자라는 쑥만이 독성이 약하거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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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오래 전부터 봉래(蓬萊)는 삼신산(三神山)에 자라는 이것이 바로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不老草)라는 말이 오래 전부터 전해온다. 봉래는 우리 나라에서 자라는 쑥을 가리키고 삼신산은 우리 나라의 백두산, 지리산, 한라산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이 말은 불로초는 바로 우리 나라 땅에서 자라는 쑥이라는 뜻이다. 봉래(蓬萊) 신선장(神仙杖)이라는 말도 있고 봉래(蓬萊) 벽사장(劈邪杖)이라는 옛말도 있는데, 다 쑥이 무병장수하고 나쁜 것들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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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으로 중풍을 고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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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쑥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뛰어나다. 87세 된 할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된 것을 쑥으로 치료한 적이 있다. 할머니는 평소에 혈압이 높아 최고 혈압이 180쯤 되었다고 한다. 품질 좋은 싸주아리쑥 잎을 차로 달여 조금씩 마시게 했더니 7일만에 혈전이 다 풀리고 회복되어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때 혈압을 재어보니 220이 넘었다. 계속 쑥을 달여 먹었으나 혈압은 더 낮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혈관이 몹시 튼튼해져서 다시는 중풍으로 쓰러지는 일이 없이 99살까지 건강하게 살다 돌아가셨다. 쑥은 혈관을 튼튼하게 하여 혈압이 높더라도 혈관이 터지지 않게 한다. 혈관의 상태는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눈이 붉게 충혈되고 핏발이 자주 서는 사람은 중풍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이다. 혈압이 높고 낮은 것하고는 큰 상관이 없다. 혈압이 높더라도 모세혈관이 튼튼하면 뇌출혈을 일으키지 않는다. 눈의 혈관은 뇌의 혈관과 거의 같다. 눈이 붉게 충혈될 정도면 이미 수백 수천개의 혈관이 터져 있는 상태인 것이다. 적어도 열개 이상의 핏줄이 터져야 겨우 눈으로 볼 수 있다. 눈이 충혈되었을 때나 핏발이 섰을 때 쑥잎을 달여서 마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핏발이 사라진다. 쑥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할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출혈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준다. 둘째, 쑥은 파혈작용이 몹시 강하다. 파혈작용이란 죽은 피나 어혈을 분해해서 몸 밖으로 빼내는 작용이다. 지방간과 간경화증에 쑥이 특효가 있는데, 쑥이 간에 쌓여 있는 어혈과 지방덩어리를 분해하여 간기능을 회복하여 주기 때문이다. 간은 벌집모양의 많은 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간기능이 나빠지면 간의 아랫부분에서부터 기름이 끼기 시작하고 간이 울퉁불퉁하게 부어올랐다가 나중에는 딱딱하게 굳는다. 쑥은 이 딱딱하게 굳은 어혈과 기름덩어리를 부수어 몸 밖으로 빼낸다. 간경화증환자가 쑥만 먹고도 나은 사례가 많다. 셋째, 청혈, 생혈작용이 강하다. 쑥은 피를 만들어내고 혈액이 온 몸으로 원활하게 흐르게 도와준다. 쑥은 혈액을 간과 골수에서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몸을 따뜻하게 하며, 기혈의 흐름을 순조롭게 하여 빈혈을 치료하고 예방한다. 쑥을 먹으면 혈액이 매우 깨끗해진다. 넷째, 몸을 따뜻하게 하고 생리를 조절하며 낮은 혈압은 올려주고 높은 혈압은 낮추어 혈압을 조절한다. 쑥은 빈혈, 생리통, 생리불순, 냉증 등을 치료하고, 생즙을 내어 먹으면 혈압을 떨어뜨리고 말려서 먹으면 낮은 혈압을 올려준다. 하루 1~2g을 뜨거운 물로 2~3분 우려내어 먹거나 3~4분 끓여서 차 마시듯 수시로 용하면 된다. 술로 인한 간경화증에는 소쓸개를 같이 쓰는 것이 좋고, 화학물질이나 약물중독으로 인한 간경화증에는 땅 속 1m 이상의 깊이에서 파낸 품질 좋은 황토를 이용한 지장수(地漿水)를 같이 써야 한다.
좋은 쑥은 어떤 쑥인가 쑥을 재래식 화장실에 넣어두면 화장실냄새가 싹 없어진다. 그만큼 쑥은 나쁜 냄새나 공기 중에 있는 이물질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하다. 농약을 치는 밭 주변에서 자란 쑥은 농약성분을 고스란히 흡수하면서 자랄 수밖에 없다. 적어도 1km 바깥에까지 농약을 치는 경작지가 없는 땅에서 자란 것이라야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강화도와 자월도, 남양반도, 백령도에 자라는 싸주아리쑥이 약효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료나 농약을 주지 않고 야생으로 자란 싸주아리쑥은 백령도 말고 다른 지역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고 할 정도로 몹시 희귀하다. 쑥을 채취하는 시기도 중요하다. 음력 5월 단오 무렵에 채취해야 한다. 단오 이전의 쑥은 약성이 모자라고 단오가 지난 것은 독성이 있다. 단오 무렵에 채취해서 비와 이슬을 맞히지 않고 그늘에서 말리되 절대로 곰팡이가 피지 않게 말려야 한다. 작은 다발로 엮어서 처마 밑에 성글게 잎부분을 아래쪽으로 가게 하여 걸어서 말리면 될 것이다. 완전히 바삭바삭하게 말리지 말고 수분이 약간 남아 있게 말려서 한지 같은 통풍이 잘 되는 종이로 싸두고 무거운 것으로 눌러서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두고 보관한다. 수분이 약간 남아 있어야 쑥이 미생물로 인해 천천히 발효된다. 칠년 묵은 병에 삼년 묵은 쑥을 구한다는 맹자의 기록대로 쑥은 3년 이상 묵은 것이라야 약으로 쓸 수 있다. 쑥은 오래 묵은 것일수록 효과가 좋고 독이 없다. 이렇게 잘 말려서 3년이 지난 쑥은 천금보다 더 가치가 있다. 흔한 쑥은 약재시장에서 1,000~2,000원이면 구할 수 있지만 이렇게 제대로 된 쑥은 천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다. 쑥의 비밀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온 인류를 병마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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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 짙은 금은의 꽃, 인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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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에는 약초가 많다. 인동, 해국, 하수오, 순비기나무, 소루장이, 수영, 고삼, 잔대, 야관문 같은 것들이 백령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초들이다. 두무진 바위절벽을 향하는 길 옆에 인동꽃이 청초하게 피어 진한 향기가 바람에 날린다. 인동꽃은 처음 필 때에는 흰색이다가 며칠 지나면 노랑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한 줄기에 흰꽃과 노랑꽃이 섞여 피는 것으로 보인다. 금은만이 어찌 보물이랴, 금은화는 귀한 보물들을 온 몸에 달고 있다. 인동덩굴은 약성이 뛰어나고 약용범위도 넓으며 줄기, 잎, 꽃, 때로는 뿌리까지 약으로 쓸 수 있으므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인동을 약으로 쓰게 된 것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옛날, 중국 안탕산에 약초를 캐는 한 노인이 있었는데 이름은 임동(任冬)이라고 불렀다. 그는 험한 안탕산을 마음대로 오르내리며 늑대, 호랑이, 표범 등과 어울렸다. 어느 해 여름 안탕산 밑의 마을에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코와 입부터 시작해서 온 몸에 고름이 나오게 되는 괴질 피부병이 유행했다. 수많은 사람이 괴질에 걸려 온 몸에서 고름이 나오고 고통으로 신음했으나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은 없었다. | |
임동 노인은 이 괴질을 고칠 수 있는 약을 캐오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약초망태기를 둘러메고 안탕산 백이봉으로 올라갔다. 임동 노인에게는 쌍둥이 딸이 있었는데 이름을 금화(金花)와 은화(銀花)라고 했다. 아버지가 안탕산으로 올라간 뒤로 쌍둥이 자매는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 노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날, 쌍둥이 딸이 아버지를 기다리다가 집 앞에 있는 큰 나무에 기대어 잠이 들었는데, 꿈에 아버지 임동 노인이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한 손에 금색과 은색의 꽃이 피어 있는 풀을 쥐고 있는 것이었다. 꽃에서는 맑고 은은한 향기가 났다. 똑같은 꿈을 꾼 자매는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아버지가 하던 약초캐던 일을 이어받기로 결심하고 준비를 갖추어 안탕산 백이봉으로 올라갔다. 안탕산 백이봉은 늘 구름에 가려 있었고 61개의 봉우리와 46개의 동굴이 있었다. 금화와 은화는 이들 봉우리와 동굴을 모두 다니면서 약초를 찾아 헤맸다. 그런데 금화와 은화가 지나간 발자국에서 한 개의 푸른 덩굴이 자라나 금빛과 은빛의 꽃을 피우더니 은은한 향기를 풍겼다. 푸른 덩굴이 말을 하였다. “괴질을 고치려면 끓여 먹어야 해.” 금빛과 은빛의 꽃이 대꾸했다. “열을 내리고 독을 없애려면 끓여 먹으면 낫지.” 푸른 덩굴과 금빛, 은빛의 꽃들이 서로 말을 하기 시작하니 건너편에 있는 봉우리에서도 메아리처럼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 소리는 점점 커져서 마침내 온 산이 함성으로 가득 찼다. 마을사람들이 이 소리를 듣고 모두 산으로 올라가 금빛, 은빛 꽃을 따고 덩굴을 잘라 끓여 먹으니 곧 열이 내리고 피부병이 나았다. 그러나 임동 노인과 금화, 은화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마을사람들은 임동 노인은 약초덩굴이 되었다 하여 그 덩굴은 인동(忍冬)이라고 불렀고, 금화·은화 자매는 꽃이 되었다 하여 그 덩굴의 꽃을 금은화(金銀花)라고 불렀으며, 그 뒤로 괴질 전염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썼다. 금은화에는 강한 항균작용과 독을 풀고 열을 흩어내리는 효력이 있어 유행성 감기 등 유행성 질환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 의학책에 적힌 인동덩굴과 금은화의 약성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덩굴과 꽃을 각기 달리 쓴다. ‘인동덩굴의 성질은 차고 맛은 달며 조금 쓰다. 심경, 폐경에 작용한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경맥을 잘 통하게 한다. 여러 가지 염증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창상과 종기, 부스럼을 고친다. 열성병, 열로 인한 설사, 유행성 감기, 호흡기 질병, 매독에도 효과가 있다’ ‘인동꽃의 성질은 차고 맛은 달고 약간 쓰며 맵다. 폐경, 비경, 심경에 들어간다. 해열, 이뇨, 해독, 소염, 항균 그리고 약한 진통작용이 있다. 옹종, 악창, 옴, 이질, 외감열병 초기, 온역 초기, 연주창 등에 효과가 있다. 대장염, 위궤양, 방광염, 인후염, 편도선염, 결막염 등 여러 염증치료에 좋다’ 꽃은 꽃송이가 피기 직전에 따서 그늘에서 말리고 잎과 줄기는 잎이 붙은 채로 덩굴을 베어서 둥글게 타래로 감아 햇볕에 말려 두고 쓴다. 인동의 성분은 루테올린, 이노사이틀, 로니세라, 로가닌, 타닌 등이 알려져 있고 약리실험 결과 금은화를 달인 물이 이뇨, 혈당상승작용이 있고 적리균, 포도상구균, 폐렴균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작용도 있으며 교감신경흥분작용, 평활근마비작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전염성 간염에도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국에서는 만성 간염에 인동덩굴을 달인 물을 먹여 좋은 치료결과를 얻고 있다고 한다. 위암에 차로 달여 마시고 감초, 지네와 함께 달여 먹으면 폐암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인동꽃과 인동덩굴은 모든 염증을 없애는데 가장 좋은 약초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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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두통을 치료하는 순비기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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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알만한 형형색색의 돌이 가득한 넓은 바닷가에 순비기나무가 덩굴을 뻗으며 자랐다. 잎을 떼어 코에 대니 솔향기와도 같은 내음에 머리가 금방 시원해진다. 순비기나무를 한자로는 만형(蔓荊)이라 하고 그 씨앗을 만형자(蔓荊子)라고 하는데, 옛날부터 머리를 맑게 하고 두통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좋은 약초로 이름이 높다. 여름에 보랏빛 꽃이 아름답게 피어서 가을에 지름 5~7mm쯤 되는 둥근 열매가 까맣게 익는다. 가을에 씨를 받아서 약으로 쓰는데 여름철의 잎이나 줄기를 대신 쓸 수도 있다. 잎을 짓찧어 즙을 내어 술에 타서 마시거나 물로 달여서 먹는다. 생것은 하루에 30~100g, 말린 것은 5~10g에 물 1,000ml를 붓고 10분쯤 달여서 하루 3~5번에 나누어 마신다. 신경성 두통에 가장 효과가 좋다. 순비기나무 잎과 줄기는 타박상이나 부종을 낫게 하고 통증을 멎게 하는 효과도 있다. 칼이나 낫에 다쳤을 때, 부딪혀서 멍이 들거나 다쳤을 때 순비기나무 잎과 줄기를 짓찧어서 붙이는 한편 줄기나 잎을 달여서 복용하면 곧 출혈이 멎고 부은 것이 내리며 통증이 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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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최진규(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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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이야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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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마음은 사람과 가장 가깝다 식물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과 가장 가깝다. 사람은 풀과 나무와 함께 있을 때 평화와 안정을 느낀다. 사람은 식물들한테서 완전한 아름다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본다. 식물은 인간의 영혼과 가장 가까운 친구이다. 치악산은 수많은 봉우리가 솟구쳐 올라 산의 덩치가 크고 아흔 아홉 골짜기가 있다고 할 만큼 수많은 골짜기가 부채살처럼 펼쳐져 있는데, 골짜기들마다 기암괴석과 화사한 반석이 널려 있고 크고 작은 폭포들이 널려 있어서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치악산은 본디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 하여 적악산(赤嶽山)이라고 부르다가 그 뒤에 한 선비가 뱀한테 잡아먹히게 된 꿩의 목숨을 구해주었더니 그 꿩들이 뱀한테 죽게 된 선비를 구해주어서 은혜를 갚았다는 설화 덕분에 치악산(雉嶽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치악산 동쪽 영월군 수주면 두산리쪽 응봉골짜기로 산을 올랐다. 원주쪽 치악산의 대표적인 등산로인 사다리병창길은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친다 하여 치악산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가팔라서 오르기가 몹시 힘들지만, 두산리골짜기는 매우 완만하고 산세도 부드러워 오르기가 쉽다. 찻길을 따라 오르는 데에도 길 옆에 약초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구릿대라고도 부르는 백지, 홍한련으로 부르는 물레나물, 여느 산에서는 보기 힘든 하수오, 잎과 뿌리를 씹으면 미끈미끈하여 마치 기름을 먹는 것 같은 기름나물, 잎이 손바닥만큼이나 크게 자란 질경이, 이 지방의 특산물인 옻나무, 노랗게 꽃을 피운 마타리와 원추리, 흰 꽃이 핀 으아리, 사위질빵, 붉나무, 보랏빛 꽃이 핀 영아자, 익모초, 갈퀴나물, 칡, 꼬리조팝나무, 패랭이꽃…. 어느 것이나 영험한 약초 아닌 것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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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뛰어난 식물항생제 물레나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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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나물이 꽃은 이미 져서 시들었고 열매가 여물어가고 있다. 한 달쯤 뒤면 푸른 열매가 누렇게 바뀌고 열매가 터져서 많은 씨앗들이 밖으로 흩어져 나올 것이다. 물레나물은 다섯 장의 노란 꽃잎이 길쭉하고 약간 비뚤어져 있어 얼핏 보면 실을 잣는 물레처럼 생겼으므로 물레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요즈음에는 물레를 보지 못한 사람이 많으므로 선풍기 날개나 바람개비처럼 생겼다고 해야 잘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물레나물은 먹을 수 없는 풀이 아니지만 나물로 먹는 풀도 아니다. 그런데도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레나물은 나물이라기보다는 천연항생제로의 효능이 뛰어난 약초다. 물레나물은 물레나물과에 딸린 키 1m쯤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모가 나 있고 곧게 자라며 가지를 2~5개 벋는다. 잎은 마주 나고 버들잎모양이거나 피침꼴이며, 노랗고 초여름에 큼직한 노랑색 꽃이 가지 끝에 세 송이에서 열 송이쯤까지 차례로 핀다. 열매는 가을에 익는데, 짤막한 고추모양의 삭과로 그 속에 자잘한 씨앗들이 많이 들어 있다. 우리 나라 각지의 양지바른 산과 들에 흩어져 자란다. 한자로는 홍한련(紅旱蓮) 또는 대련교(大蓮翹)라고 쓴다. 이 밖에 대황심초(大黃心草), 방심초(房心草), 일지전(一枝箭), 대정혈(大精血)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물레나물과 닮은 식물로 고추나물이 있는데 거의 같은 성분이 들어 있고 약효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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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나물속에 딸린 식물은 우리 나라에 물레나물과 고추나물의 두가지가 있는데, 이 식물들에는 히페리찐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 이 식물들의 잎을 햇볕에 비추어 보면 검거나 밝은 빛깔의 점들이 보이는데 이 점에 히페리찐이 들어 있다. 히페리찐은 형광물질로 독성이 있으나 물이나 알코올에 풀리지 않으므로 사람이 먹어서 중독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히페리찐을 추출하여 고양이한테 주사하면 햇볕이 없는 데서는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지만 햇볕을 쪼이면 곧 죽어버린다. 히페리찐은 식물성 항생제로 상처, 궤양, 유선염, 뾰루지, 곪는데, 축농증, 편도염, 중이염, 화상 등에 널리 쓸 수 있다. 물레나물은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여러 가지 염증성 질병에 탁월한 치료효과가 있다. 천연식물성 항생제라고 할 수 있는데, 그냥 달여서 먹는 것보다는 이마닌과 네오이마닌 성분을 추출해서 써야 한다. 물레나물에는 이마닌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이마닌은 마취작용과 살균작용, 수렴작용이 있고 새살을 돋아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이마닌은 폭이 넓은 식물성 항생제라고 할 수 있는데 알코올이나 글리세린, 에테르, 중성인 물에는 풀리지 않고 알칼리성 수용액에는 잘 풀린다. 항생제를 써도 듣지 않는 급성 신장염과 방광염, 사구체신염 등에는 물레나물을 쓰는 것이 좋다. 물레나물의 잎과 꽃, 덜 익은 열매를 채취하여 말려서 가루를 만든 다음 이 가루 1kg에 물 8ℓ를 넣고 끓여서 거른다. 이 여과액을 다시 졸여서 물엿처럼 만들고 남은 찌꺼기에 0.5% 가성소다액 10ℓ를 붓고 다시 1시간 동안 끓여서 거르고, 다시 남은 찌꺼기에 0.5% 가성소다액 5ℓ를 붓고 30분 동안 끓여서 거른다. 이렇게 만든 두가지 액을 합친 다음 10% 염산을 약산성이 될 때까지 넣으면 이마닌 성분이 어두운 밤색의 앙금으로 가라앉는다. 이렇게 얻은 앙금을 증류수에 여러 번 씻은 다음 원심분리하여 수분을 없애고 40~60。의 어두운 곳에서 말린다. 그런 다음 맨 처음에 얻은 물레나물 엑기스에 이마닌 가루 1kg과 전분 약간을 넣고 10% 전분으로 반죽하여 한 알의 무게가 0.25g 되게 알약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알약을 한 번에 4알씩 하루 3~4번 밥먹는 중간에 물 한 사발과 함께 먹는다. 3~7일 사이에 자각증세가 뚜렷하게 없어지거나 가벼워지고 10일 안에 치유되어 다시 재발하지 않는다. 물레나물에 들어 있는 이마닌과 네오이마닌이 여러 가지 병원균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급성 신장염으로 몹시 부었을 때에는 물레나물, 택사, 질경이씨를 생즙을 내거나 달여서 하루 20ml를 두 번에 나누어 먹는다. 만성 신장염으로 요단백이 줄어들지 않고 병이 반복하여 재발할 때는 쇠뜨기와 마디풀을 생즙을 내어 하루 20ml를 하루 두 번에 나누어 먹으면 효력이 있다. 물레나물을 달인 물은 대장염, 입안 염증, 인후염 같은 온갖 피부병에 효과가 뛰어나게 좋다. 외상이나 피부염, 종기에는 물레나물을 달인 물을 바르거나 몸을 씻고 몸 속에서 생긴 염증에는 달인 물을 조금씩 마신다. 만성 질병보다는 급성 질병에 효과가 빠르다. 급성 간염이나 신장염으로 몸이 부었을 때에는 물레나물, 택사, 질경이씨 각 10g을 달여서 먹는다. |
◎ 옻나무는 위장병과 자궁암에 명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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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은 옻나무로 이름난 산이다. 치악산에는 옻나무가 지천이다. 개옻나무는 우리 나라의 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지만 참옻나무로 부르는 옻나무는 사람이 심어 가꾸는 것이 대부분이고 저절로 나서 자라는 것은 흔치 않다. 치악산 주변에는 옻나무밭이 많다. 옻은 고대에서부터 도료로서 매우 쓸모가 많았다. 그래서 옻나무를 많이 심었고, 큰 나무로 자라기 전에 다 잘라서 썼다. 야생 초식동물들은 대개 옻순을 잘 먹는다. 노루나 사슴은 옻순을 가장 좋아하여 쫓아버려도 다시 와서 옻나무 곁에 산다. 염소를 방목해보아도 옻순을 제일 잘 먹는 것을 알 수 있다. | |
옻순을 먹고 자란 짐승들은 약효가 뛰어나다고 한다. 6월부터 10월까지 옻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면 특이한 냄새가 나는 잿빛 진이 나오는데 이것이 옻진이다. 피부가 약하고 체질이 민감한 사람이 옻에 닿으면 몸이 가렵고 살이 부르트고 통통 부어올라 고생하게 된다. 심하게 옻을 타는 사람은 옻냄새만 맡거나, 옻나무 근처에만 거거나, 칠기점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옻이 오른다. 옻은 가장 훌륭한 방부제이며 살충제다. 그러므로 인체의 세포를 보존하여 상하지 않게 하면서 갖가지 질병을 다스린다. 옻독은 각종 암과 병으로 인한 독을 소멸하여 다시 살아나지 못하게 한다. 옻은 위장에서는 위를 따뜻하게 하고 염증을 없애며 소화를 잘 되게 하여 모든 위장병을 치료하고, 간에서는 어혈(瘀血)을 풀고 염증(炎症)을 다스리며, 심장에서는 청혈제(情血劑)가 되어 온갖 심장병을 다스리고, 폐에서는 살충제(殺蟲劑)가 되어 결핵균을 없애며, 콩팥에서는 이수약(利水藥)이 되어 온갖 신장질병을 다스린다. 옻은 오장육부의 여러 병을 다스릴 뿐 아니라 신경통, 관절염, 피부병 같은 데에도 훌륭한 약이 된다. 옻은 가장 좋은 약이기도 하지만 그 독도 무섭다. 옻에 약한 사람이 옻을 함부로 먹거나 손을 대면 심하게 옻이 올라 죽을 수도 있다. 옻독을 중화하기 위해서 닭이나 오리, 염소 등을 쓰는 것이다. 옻은 소음이나 태양체질인 사람, 곧 혈액형이 AB형이나 B형인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약이 될 수 있으나 태음체질 곧 혈액형이 A형인 사람한테는 별로 효과가 없고, 소양체질인 O형인 사람에게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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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나무로 만성 위염과 위암, 자궁암, 위하수, 간경화증 등을 고친 사례가 많다. 옻나무로 위장병과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적는다. 만성 위염, 위암, 자궁암:닭을 뜨거운 물에 튀겨 털을 뽑은 다음 내장을 꺼내어 버리고 배 안에 마늘 15g을 넣는다. 그런 다음 배 안에 옻진 1.5g을 고루 바르고 배 안에 들어 있는 마늘이 쏟아지지 않도록 실로 꿰맨다. 물을 닭이 잠길 정도로 붓고 천천히 6~8시간 동안 끓여 국물이 500ml쯤 되면 꺼내어 식힌다. 저녁에 국물을 단번에 다 먹고 더운 방에서 가벼운 이불을 덮고 30~40분 동안 땀을 낸다. 땀을 너무 많이 내면 안된다. 땀을 낸 다음 땀을 닦고 천천히 몸을 식힌 다음 닭고기를 반쯤 먹고 다음날 아침에 남은 고기를 마저 먹는다. 이때 목이 말라도 절대로 찬물을 먹지 말아야 하며, 찬 것을 만지거나 찬바람도 쏘이지 말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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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곰탕을 한 번 해 먹어서 효과가 없으면 10~15일 간격을 두고 2~3번 만들어 먹는다. 한 번씩 만들어 먹을 때마다 옻나무 진의 양을 1g씩 늘린다. 소양체질인 사람이나 혈액형이 O형인 사람은 옻이 심하게 오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양을 3분의 1 이하로 먹거나 아니면 조금씩 늘려 가면서 먹는 것이 안전하다. 약으로 쓸 닭은 시골에서 놓아 먹인 재래종 닭이나 오골계를 써야 한다. 양계장에서 키운 닭은 백해무익이다. 위암, 위하수:털빛이 검은 닭이나 토끼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옻나무 진 1g과 마늘 50g을 넣은 다음 닭이나 토끼를 단지에 넣고 푹 고아서 먹고 1시간 동안 땀을 푹 낸다. 약을 먹고 24시간 동안 찬바람을 쐬거나 찬물, 찬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 보통 서너 마리 먹으면 위하수로 인한 증상이 없어진다. 위암이나 자궁암에는 수십마리를 먹어야 한다. 반드시 시골에서 놓아서 먹인 닭이나 오골계를 써야 한다. |
◎ 근심을 잊게 하는 원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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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옆에 원추리가 분홍빛 큰 꽃을 피웠다. 산에 있는 원추리는 대개 노란 꽃이 피지만 더러 큼직한 분홍빛 꽃이 피는 것도 있다. 훤칠하게 크고 시원스럽게 생긴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의 시름을 잊을 만하다 원추리는 ‘근심풀이풀’, 곧 근심을 잊게 하는 풀로 널리 알려진 약초이다. 한자로는 훤초(萱草), 망우초(忘憂草), 금침채(金針菜), 의남초(宜男草), 황화채(黃花菜) 등으로 쓰며 어린 싹을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큼직한 꽃을 차로 우려내어 마시면 마음이 황홀해져서 근심을 잊게 된다는 것이다. 근심 많은 사람들이여 이곳에 와서 원추리꽃을 보고 온갖 시름을 잊을지어다. | |
원추리를 우리말로는 근심풀이풀 또는 넘나물이라고 하며 이른 봄에 올라오는 어린 싹을 나물로 무쳐 먹는데, 약간 달면서도 부드러우며 담백한 맛이 난다. 활짝 꽃을 따서 차로 달여서 마시면 은은한 꽃향기가 일품이다. 이른 봄철에 더러 재래시장에 할머니들이 원추리 나물을 채취해서 노상에서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원추리나물은 봄나물을 대표하는 산나물의 하나이지만 요즈음에는 그다지 많이 먹지 않는 것 같다. 옛날, 한 형제가 한꺼번에 부모를 모두 여의었다. 형제는 슬픔에 잠겨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형은 슬픔을 잊기 위해 부모님 무덤가에 원추리를 심었다. 그러나 동생은 부모님을 잊지 않으려고 무덤가에 난초를 심었다. 그 뒤로 세월이 흘러 형은 슬픔을 잊고 열심히 일을 했지만 동생은 슬픔이 더욱 깊어져서 병이 되었다. 그런 어느날 동생의 꿈에 부모님이 나타나 말했다. “사람은 슬픔을 잊을 줄도 알아야 하느니라. 너도 우리 무덤에 원추리를 심고 우리를 잊어 다오.” 이 말씀에 따라 동생도 부모님 무덤가에 원추리를 심고 슬픔을 잊었다고 한다. 이구화라는 사람이 쓴 「연수서(延壽書)」라는 책을 보면 “원추리의 어린 싹을 나물로 먹으면 홀연히 술에 취한 것 같이 마음이 황홀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풀을 망우초라고 한다”고 적혀 있다. 원추리는 백합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80~90cm쯤 자란다. 뿌리부분에서 가늘고 긴 잎이 돋아나는데, 잎은 끝쪽으로 갈수록 가늘어져서 끝은 뾰족하다. 여름철에 잎 사이에서 긴 꽃줄기가 올라와서 백합을 닮은 노랗고 큼직한 꽃이 핀다. 꽃줄기 끝에서 날마다 예닐곱 송이의 꽃이 새로 피고, 이 꽃에는 꿀이 많아서 벌들이 많이 모여든다. 높은 산의 풀밭에는 더러 수많은 개체가 군락을 지어 자라기도 한다. 더러 붉은색 꽃이 피는 것도 있고 보랏빛이 섞인 붉은 색의 꽃이 피는 것 등이 있으며, 꽃이 유달리 큰 것도 있으며 꽃이 겹으로 피는 것도 있다. 가짓수가 꽤 많아서 왕원추리, 큰원추리, 애기원추리, 각시원추리, 골잎원추리 등이 있으나 어느 것이나 다 같이 쓸 수 있다. 원추리는 약초라기보다는 요즈음에는 원예식물로 많이 가꾸는 편이다. 원추리 뿌리에는 맥문동을 닮은 길쭉하고 둥근 괴경이 여러 개씩 달리는데, 먹을 수 있어서 옛날에는 중요한 구황식물의 하나였다. 원추리 뿌리를 멧돼지가 즐겨 파서 먹는다. 녹말을 비롯하여 단백질 같은 영양이 많고 맛이 괜찮아서 선조들은 허약체질을 튼튼하게 하는 자양강장제로 흔히 먹었다. 녹말을 추출하여 쌀이나 보리 같은 곡식과 섞어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원추리 꽃술을 따 버리고 쌈을 싸서 먹기도 하고 밥을 지을 때 얹어서 먹기도 한다. 원추리 꽃을 밥을 지을 때 넣으면 밥이 노랗게 물이 들고 꽃향기가 배어서 특이한 향기가 나는 밥이 된다. 중국에서는 활짝 핀 꽃을 따서 펄펄 끓는 물에 데쳐서 말린 다음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요즈음에는 원추리 꽃에서 향료를 추출하여 화장품이나 향수를 만들기도 한다. 원추리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없애며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초로 알려져 있다. 옛날에는 흉격(胸膈)이라고 하여 사악한 기운이 영혼에 침입하여 생긴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데 매우 좋은 약이라고 하였다. 원추리나물은 변비를 없애는데에도 훌륭한 효과가 있다. 장기능이 나빠 변상태가 고르지 않거나 여행을 할 때나 긴장했을 때 생기는 긴장성 변비에 원추리나물을 먹으면 곧 변을 잘 볼 수 있게 된다. 우리 선조들은 원추리 어린 순을 따서 지푸라기로 무시래기 엮듯이 엮어서 처마 밑에 매달아 말려두었다가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국을 끓여 먹는 풍습이 있었다. 정월 보름날에 원추리나물을 먹으면 한 해 내내 걱정거리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원추리는 폐의 열을 내리고 진액을 늘리며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갖가지 균을 죽이는 작용이 있다. 폐결핵, 빈혈, 황달, 소변이 잘 안 나오는데, 변비, 위염, 장염, 인후염, 각혈, 자궁출혈 등에 쓸 수 있고, 해독작용이 있어서 독초를 먹고 중독된 것을 풀어준다. 중국 송나라 때의 의학자 소송(蘇頌)은 「도경본초(圖經本草)」에서 원추리가 사슴이 먹는 아홉가지 해독약초 가운데 하나라고 하여 사슴이 먹는 파, 곧 녹총( )이라고 하였다. 원추리는 습기를 몰아내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열을 내리고 콩팥과 방광의 돌을 녹아 나오게 하며, 갈증을 멎게 하고 가슴이 답답한 것을 뚫어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우울증을 낫게 한다. 그러나 약성이 온화하여 즉효가 있는 것이 아니라 효과가 천천히 나타난다. 원추리 잎은 뿌리와 거의 같은 효과가 있으며 독이 없다. 가슴이 답답하여 미칠 것 같은 증상을 없애고 소화를 잘 되게 하며, 변비를 없애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 소변이 붉고 탁하게 나오는 것과 황달, 부종을 낫게 한다. 신선한 것 20~40g을 물로 달여서 먹는다. 마른 것은 5~10g에 물 1.8ℓ를 붓고 절반이 되게 약한 불로 달여서 차 마시듯 마신다. 원추리 뿌리와 잎은 현대인들의 마음의 병과 화병,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데 좋은 효과가 있는 약초이다. 그러나 원추리 뿌리에는 독이 약간 있으므로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너무 많이 먹으면 콩팥에 심각한 탈이 생길 수 있다. 말린 것을 기준으로 하루에 40g 이상을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옛 의학책에는 원추리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60℃ 이상으로 열을 가하면 독성이 완전히 파괴되거나 현저하게 줄어들므로 날로 먹지 말고 달여서 먹으면 안전하다. 부득이하게 날로 써야 할 때에는 황련즙이나 황백을 우려낸 즙에 하룻저녁 동안 담가두었다가 쓰면 독성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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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이야기 10
골수염 고치는 피나무와 항암효과 높은 가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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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즉독선기신(窮則獨善基身, 궁핍할 때에는 홀로 깨우침을 얻기에 힘쓰고)이요, 통즉겸선천하(通則兼善天下, 깨우침을 얻었을 때에는 세상에 나가 좋은 일을 한다)라. 맹자(孟子)의 진심장(盡心章)에 나오는 글이다. 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글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왔다. 열심히 공부해서 지식과 지혜를 얻어 세상에 나가 봉사한다. 이것이 나의 좌우명이었다. 그러나 나는 늘 궁핍했다. 마음도 몸도 지식도 늘 굶주렸다.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기에 앞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았다. 깨달음을 얻는 것이 내 삶의 존재 이유였다. 이 땅의 풀과 나무들을 깊이 알고 싶었다. 식물의 생김새와 이름, 화학적인 성분 따위를 아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마음과 영혼을 알고 싶었다. 풀, 나무, 공기, 바위, 물, 흙, 바람, 별, 달, 새, 벌레, 산짐승 같은 것들과 마음과 뜻을 통하고 싶었다. 차라리 풀이나 나무, 돌이 되고 싶었다. 나는 자연과의 완전한 교감을 꿈꾸면서 온 세상을 순례했고, 수많은 밤을 대오각성을 향한 갈증으로 지새웠으며, 풀잎에 맺힌 이슬같은 것에서 영원한 진리를 배우려 했다. 옥계 석병산은 십 몇 년 전에 지식과 영혼과 육신의 가난이 극에 이르렀을 때 육신을 버릴 결심으로 찾아갔던 곳이다. 석병산 꼭대기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대한 바위병풍 아래로 몸을 날려 흔적없이 이 땅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석병산 꼭대기 바위 절벽에 일월문(日月門)이라는 제법 큰 구멍이 뻥 뚫려 있는데, 그 구멍으로 건너편의 산등성이들이 보인다. 이 구멍을 건너편 능선에서 보면 해와 달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일월문 왼쪽 아래에 20m쯤 높이로 솟아 있는 뾰족한 바위 봉우리 발치로 조심조심 내려갔다. 풍화가 심한 석회암 바위들은 건드리기만 하면 맥없이 부서져 내렸다. 돌 하나를 던졌더니 그것이 절벽에 부딪히면서 수많은 돌이 함께 굴러 떨어져 온 산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을 내며 수백 길 절벽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여기서 떨어지면 저 돌맹이들처럼 몸이 가루가 되어 버리겠지. 떨어질 때의 기분이 어떨까. 그거야 떨어져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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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꾼의 즐거움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라,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까지 가서 한 걸음 앞으로 내딛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비틀려 자란 아름드리 노간주나무와 분재처럼 자란 회양목, 신갈나무, 산오이풀, 산부추, 억새 따위들이 자라고 있는 좁은 바위틈을 기어 내려가 마침내 1cm도 앞으로 갈 수도 없고 옆으로도 갈 수 없는 절벽 틈에 섰다. 머리 위도 발 아래도 끝이 보이지 않는 수직 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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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몸을 던지려고 마지막 숨을 크게 들이쉬는 순간에 스르르 스륵 소리가 나서 밑을 보니 바로 발 옆에 팔뚝만큼 굵은 살무사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나를 노려보고 있지 않은가. 죽을 때 죽더라도 저 놈한테 물리는 건 기분 나쁘다.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 놈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3~4분을 기다렸지만 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4m 뒤돌아와서 서너 평 되는 풀밭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바람에 더덕 냄새가 진하게 묻어왔다. 불에 타 죽은 참나무 그루터기 옆에 칡넝쿨로 착각할 만큼 굵은 더덕덩굴이 눈에 띄었다. 죽은 싸리나무 막대기를 하나 꺾어서 더덕을 캐기 시작했다. 팔뚝만큼이나 굵은 더덕이었다. 주변에 더덕 내음이 진동했다. 큰 더덕을 캐고 나니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졌다. 더덕은 주변에 수십 뿌리가 더 있었다. 죽으려고 왔다는 것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한참동안 정신없이 더덕을 캤다. 다 캔 더덕을 모아 보니 백 개가 넘었고 무게도 5kg은 넘을 것 같았다. 그 때의 그 황홀한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온 몸에 넘쳐 났다. 무아경(無我境)! 열락(悅樂)!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채약(採藥) 올가즘! 죽다니, 내가 왜 죽어! 이렇게 좋은 일을 두고 죽으려 하다니 내가 미쳤지! 나는 죽으러 갔던 산에서 가장 큰 기쁨과 희망을 얻어 산을 내려왔다. 약초를 캐는 기쁨, 약초를 발견했을 때의 그 황홀함! 그 아름다움! 그렇다. 그 맛을 알아버린 탓에 나는 약초뿐이라는 직업과 산을 떠나서는 살 수 없게 되었다. 마약중독자가 마약을 끊고서는 살 수 없고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약초꾼은 약초를 떠나서 살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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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 고혈압 예방하는 고욤나무 거의 10년 만에 다시 찾은 석병산에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산 아래 마을에는 감나무마다 홍시가 익어가고 길옆에 구절초, 쑥부장이, 각시취 같은 것들이 저마다의 빛깔과 모양대로 꽃을 피웠다. 묵은 밭에 진득찰이 일부러 심은 것처럼 무리 지어 자랐고 간혹 도꼬마리 열매도 옷자락에 달라붙었다. 닥나무, 고욤나무, 호깨나무, 뽕나무, 참죽나무, 가래나무, 피나무 같은 것들도 눈에 띄었다. 여느 산에서는 보기 힘든 초피나무도 더러 보였다. 독활, 향유, 배초향, 장구채, 비단풀, 마디풀 같은 것도 흔했다. 석병산 자락에는 고욤나무가 유난히 많다. 고욤 풍년이 들어 나무마다 가지가 휘어질 만큼 달렸다. 고욤나무는 야생 감나무라고 할 수 있다. 감나무는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 키운다. 감나무는 사람이 손을 대지 않으면 스스로 번식을 할 수 없는 슬픈 운명을 지닌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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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욤은 감의 원종이며 시조이다. 무엇이든지 야생에 가까운 것, 원종에 가까운 것이 가장 고유의 특성을 많이 지니고 있는 법이다. 그래서 감보다는 고욤이, 개량종 배보다는 돌배가, 장미보다는 찔레가, 옻나무보다는 개옻나무가, 개량 복숭아보다는 돌복숭아가, 포도보다는 머루가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이름 앞에 ‘돌’자나 ‘개’ 자나 ‘쇠’자가 붙은 것이 토종에 가장 가까운 성질을 지니고 있는 것이 많다. 그래서 참다래라고 이름 붙인 키위는 가짜 다래이며 참옻나무라고 부르는 나무는 가짜 옻나무이다. 늦가을 잎이 다 떨어진 뒤에 고욤을 따서 오지항아리에 차곡차곡 넣어 두면 차츰 발효되어 죽같이 된다. 겨울철에 반쯤 언 고욤반죽을 몇 숟가락씩 떠서 먹는 재미가 각별하다. 고욤나무를 잘 활용하면 갖가지 난치병을 고칠 수 있다. 고욤나무 잎에 흑설탕이나 황설탕을 반씩 넣고 발효시켜 복용하면 중풍이나 고혈압, 관절염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고욤잎을 발효시키면 면역력을 키우는데에도 좋고 술독을 푸는데에도 신통한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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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꼬마리로 무병 장수한 이야기 |
묵은 밭에 도꼬마리가 무성하게 자라 가시투성이 씨앗이 익었다. 옛사람들은 도꼬마리 씨앗을 창이자라고 하여 나병, 축농증, 비염, 갖가지 피부병, 관절염 등을 치료하는 약으로 써 왔다. 도꼬마리는 축농증 치료에 효과가 좋다. 씨앗을 술에 타서 수시로 콧속을 씻어 주고 또 양치질을 하고, 이와 함께 잎과 줄기를 달여서 차 마시듯 마시면 웬만한 축농증은 보름이면 고칠 수 있다. 도꼬마리는 중풍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에도 효력이 있다. 씨앗을 볶아 가루 내어 한 번에 한 찻숟갈씩 하루 3번 먹거나 술에 담가서 우려내어 먹는다. 두통, 고혈압, 가벼운 중풍 등이 낫고 오래 복용하면 중풍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눈과 귀가 밝아지고 흰머리가 검어져서 무병장수할 수 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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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문시장에 야생약초를 채취해서 노점에서 파는 노인이 한 분 계셨는데, 이 할아버지는 나이가 90이 가까웠으면서도 머리털이나 수염 한 올도 희어지지 않고 얼굴에 주름도 별로 없으며 젊은이 못지않게 기력이 왕성하였고 또한 힘이 장사였다. 몇 번 그 비결을 물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어느 날 막걸리를 한 잔 대접하면서 넌지시 장수비결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할아버지의 선조들이 모두 단명하여 50을 넘긴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할아버지도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하여 어머니는 아들이 요절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노인이 17살쯤 되었을 때 태백산에서 왔다는 한 관상쟁이가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지나가는 말로 “이 아이는 스무 살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어머니가 요절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더니 “앞으로 평생 돼지고기와 개고기, 닭고기를 먹지 말고 도꼬마리씨를 날마다 달여 먹으면 혹 요절을 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 날부터 어머니는 들에 나가서 도꼬마리 씨를 따서 날마다 열심히 달여 먹이고 절대로 돼지고기와 개고기, 닭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였다. 그랬더니 허약하고 피부병 투성이던 몸이 차츰 튼튼하게 되고 피부도 깨끗해졌다. 지금까지 70년 동안 도꼬마리씨를 복용하였더니 이제 체질이 무쇠처럼 강해져서 술을 아무리 마셔도 잘 취하지 않게 되었으며, 나이 90이 가까웠으나 머리털 한 올도 희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에게는 50세가 넘은 아들이 하나 있는데, 역시 어려서부터 병약하여 도꼬마리 씨를 달여서 먹였더니 역시 살결이 고와지고 잔병치레를 일체 하지 않았으며 힘이 장사가 되었다. 음력 5월 5일에 도꼬마리 줄기와 잎을 채취하여 씻어 말렸다가 오래 달여서 고약처럼 만든 것을 만응고(萬應膏)라고 한다. 만응고는 모든 종류의 종기, 악창, 치통, 축농증, 중이염, 두드러기, 습진, 피부병 등에 놀랄 만큼 뛰어난 효과가 있다. 악창과 종기에는 아픈 곳에 바르고, 치통에는 아픈 치아에 바르며, 혓바닥이 부었을 때는 혓바닥에 바른다. 좋은 술과 함께 한 찻숟갈씩 복용하면 그 효력이 더욱 빠르다. 몸살, 감기, 뼈마디가 쑤시고 아플 때에는 씨앗을 가루 내어 더운 물에 타서 먹든지, 물 한 되에 볶은 씨앗 반 홉을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오래 복용하면 눈과 귀가 밝아지고 골수가 튼튼해지며 뼈가 단단해지고 관절염이 낫거나 예방되며, 머리카락이 검어지고 힘이 솟아나며 무병장수한다. 흔하면서도 그 참 가치를 모르고 있는 약초가 도꼬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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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염에는 피나무 기름이 최고 |
피나무가 길옆에서 시원스럽게 자랐다. 넓적한 잎이 보기에 좋다. 피나무 꽃과 줄기는 약재로 중요하다. 초여름에 하얗게 피는 꽃은 꿀이 많은 것으로 이름이 높지만 발한 작용이 뛰어나 감기, 몸살 등에 땀을 내는 약으로 쓰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신경쇠약이나 불면증을 치료하는 약으로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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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무 꽃에는 향기가 나는 정유 성분과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기침을 삭이고 열을 내리며 통증을 멎게 한다. 위암, 위염, 위궤양, 헛배 부른데, 류마티스 관절염, 신경통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꽃, 잎, 껍질에는 정유 성분과 후라보노이드 배당체, 사포닌, 탄닌, 망간 등이 들어 있는데, 특히 껍질에는 쿠마린이 많이 들어 있다. 피나무 껍질과 꽃, 잎에는 열을 내리고 온갖 균을 죽이며 염증을 없애는 작용이 뛰어나서 모든 열병과 염증성 질병에 쓸 수 있다. 골수염으로 오래 고생하는 사람이 있으면 피나무 기름을 내어 복용하기를 권한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한 아주머니가 골수염으로 15년을 고생하다가 피나무 기름을 내어 먹고 마침내 나았다. 피나무 기름을 내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깊은 산속에서 자란 피나무 줄기를 30cm 길이로 잘라서 토막을 낸 다음 잘게 쪼개어 3말 이상 들어가는 오지항아리에 넣는다. 그런 다음 피나무가 들어 있는 항아리보다 약간 더 큰 항아리를 땅을 파서 묻되 항아리 주둥이 부위만 땅 밖으로 나오게 한다. 그런 다음 피나무가 들어 있는 항아리의 주둥이를 삼베 천으로 두 겹 씌우고 명주실로 단단히 묶은 다음 땅에 묻힌 항아리 위에 거꾸로 엎어 놓고 새끼줄로 항아리 전체를 칭칭 동여맨다. 그 위에 진흙을 물로 이겨서 손바닥 두께로 붙이고 항아리 주둥이가 맞물리는 부분을 잘 밀봉한 다음 그 위에 왕겨를 10가마니쯤 쏟아 부어 놓고 불을 붙여 태운다. 일주일쯤 뒤에 왕겨가 다 타고 항아리가 식으면 아래 항아리에 고여 있는 피나무 기름을 꺼내어 깨끗한 그릇에 담아두고 한 번에 소주잔으로 반 잔에서 한 잔씩 물을 3~4배 타서 하루 3~5번 먹는다. 처음에는 조금씩 먹다가 차츰 양을 늘린다. 이밖에 피나무 껍질을 달여서 얼굴을 씻으면 살결이 고와지고 기미, 주근깨가 없어진다. 피나무 속껍질을 달여서 먹으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를 예방 치료할 수 있다. 피나무 잎과 껍질에는 매우 센 항암작용이 있어서 암 치료약으로도 널리 활용할 수 있다.
장염, 종기, 간염에 좋은 가래나무 가래열매가 익어서 떨어져 땅에 뒹군다. 알맹이가 호도를 닮았되 조금 더 작고 길쭉하게 생겼다. 돌맹이로 딱딱한 겉껍질을 깨뜨리고 알맹이를 꺼내어 먹으면 호도보다 더 고소한 맛이 난다. 가래나무 아래에서 잠시 풀숲을 뒤져도 가래열매를 한 자루쯤 주울 수 있겠다. 여기 와서 가래열매만 주워 먹고 살아도 겨울철 양식 걱정 따위는 안 해도 될 것을. 강원도 깊은 산 속에 사는 사람들은 가을철 가래열매가 익을 철이 되면 가래가 많이 달린 나무를 베어 눕히고 가래를 따서 한 군데 모은 다음 풀을 베어서 덮고 그 위에 흙을 얇게 덮어둔다. 한 달쯤 지나서 가래 겉껍질이 삭아 김이 무럭무럭 날 때 가래알맹이만을 골라 광에 쌓아두고 겨울철 내내 까서 먹는다. 화롯불에 가래 열매를 올려놓고 2~3분 지나면 ‘피이피이’하는 소리가 나면서 딱딱한 껍질에 금이 가면서 김이 새어나오는데, 그 때 낫끝을 금간 틈에 밀어 넣어 알맹이를 까서 먹는다. 가래열매는 호도와 마찬가지로 폐를 튼튼하게 하고 기침을 멎게 하며 기억력을 좋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 등의 약효가 있으나, 민간의학에서는 가래열매보다는 가래나무 껍질을 추목피(楸木皮)라고 하여 약으로 더 많이 쓴다. 가래나무의 약효에 대해서는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 다음과 같이 적혔다. “맛은 쓰고 성질은 약간 차며 독이 없다. 토하고 구역질이 나는 것을 고치고 몸 속과 피부에 있는 온갖 벌레를 죽인다. 악창, 종기, 옹종, 치질 등에 고약을 만들어 붙이면 피고름이 잘 빠지고 새살이 살아나며 힘줄과 뼈가 튼튼해진다. 잎을 짓찧어 다친 상처나 종기에 붙이거나 달여서 피고름이 나오는 헌데를 치료하기도 한다. 겨울에는 마른 잎을 달여서 쓴다. 범왕방에는 모든 종창과 옹종이 터지지 않은 데에는 가래나무 잎을 10겹으로 붙이면 낫는다고 하였다.” 가래나무 껍질은 항암 작용이 뛰어나다. 전에 발목 부위에 피부암에 걸린 사람이 가래나무 껍질을 진하게 달여서 암 부위에 계속 바르고 조금 연하게 달여서 먹었으며, 가래나무 껍질과 잎을 짓찧어서 아픈 부위에 붙였더니 종양이 있는 부위에서 진물이 계속 흐르더니 차츰 나았다고 했다. 이밖에 갖가지 암에 효과를 보았다는 사례가 있다.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가래나무 껍질을 대표적인 암 치료약으로 쓴다. 가래나무 껍질은 만성 장염, 이질, 간염, 간경화증, 요통, 신경통, 무좀, 습진 같은 갖가지 피부병 등에 효과가 뛰어나다. 줄기껍질보다는 뿌리껍질을 쓰는 것이 더 좋으며, 독이 약간 있으므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무좀이나 습진, 황선 같은 피부병에는 고약을 만들어 바르거나 진하게 달인 물로 아픈 부위를 씻는다. 가래나무로 간염, 간경화증과 요통을 치료하는 방법을 적는다. ① 간염, 간경화증:가래나무뿌리껍질, 다래나무껍질, 두릅나무껍질, 이스라지나무 가지 각 1kg, 창출 2kg을 잘게 잘라서 섞은 다음 물을 20~30ℓ붓고 3~4시간 동안 10ℓ가 될 때까지 달인다. 그런 다음 이것을 600g쯤 되게 졸여서 물엿처럼 만든다. 여기에 전분이나 인진쑥 가루를 섞어 한 알이 2g이 되게 알약을 만든다. 이것을 만성 간염에는 1번에 2알씩 하루 3번 밥먹기 한 시간 전에 먹고, 간경화증에는 한 번에 3알씩 하루 3번 밥먹기 30분 전에 먹는다. 3~7일 뒤부터 좋아지기 시작하여 차츰 모든 증상이 좋아진다. ② 요통:가래나무를 적당한 길이로 자른 것 10kg을 물 30ℓ에 넣고 솥에서 천천히 달이고 졸여서 1.2~1.5kg의 가래나무 엿을 만든다. 이것을 여러 겹의 천에 얇게 바른 다음 아픈 곳에 붙이고 붕대를 감는다. 하루 걸러 한 번씩 5~10번 붙인다. 갑자기 생긴 요통에 거의 100% 효과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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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이야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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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높지 않아도 신선이 있어야 명산이요(山不在高 有仙卽名), 물은 깊지 않아도 용이 살아야 신령한 물이라(水不在深 有龍卽靈)’ 하였던가. 제일 높은 봉우리인 마천대의 높이가 500m 밖에 되지 않는 변산은 높이로 치면 결코 명산의 반열에 들지 못한다. 그러나 수많은 선각자와 도인, 기인들을 길러 낸 것으로 치면 나라 안에서 이만한 명산을 찾기가 어렵다. ‘백제의 예수’로 불리는 진표율사가 이곳에 있는 불사의방(不思義房)에서 수도하여 대각을 얻었으며 원효대사, 의상대사 같은 분들도 변산에서 수도하였다. 특히, 호남 최고의 수도처로 알려져 있는 월명암에서는 부설거사와 묘화부인, 능운대사, 월명낭자의 한 가족이 모두 득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변산은 도인과 수도자들의 땅이다. 변산은 바위산이다. 바위이되 불꽃같이 하늘을 찌르는 형상이 아니라 둥글둥글하여 그 꼭대기에서 데굴데굴 굴러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바위들이다. 이처럼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바위들은 수행을 하기에 좋다. 기운이 세면서도 날카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수행을 하면 도량이 넓어지고 높은 덕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기운이 날카롭고 강한 바위들이 모인 곳에서 수행을 하면 사람의 성격도 산을 닮아서 날카롭고 우락부락하게 되기 쉽다. 바위에는 땅 속에서 올라오는 지기(地氣)가 응축되어 있다.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자석과 같아서 끊임없이 자기(磁氣)를 땅 위로 내뿜고 있는데, 부드러운 흙보다는 단단한 바위에서 나오는 기운이 더 강하다. 바위는 지기를 전달하는 구리선과 같아서 지기에 민감한 사람은 바위에 앉아 있으면 기운이 전류처럼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변산은 수행자들의 산이다. 그래서 수행에 도움이 되는 약초들이 많다. 변산의 바위는 북한산이나 설악산과 같은 화강암이 아니다. 화강암 덩어리의 산은 경치가 빼어나므로 명산은 될 수 있어도 영산(靈山)은 될 수 없다. 변산은 신령한 기운이 넘치는 산이다. 신령한 산에 신령한 약초가 자라기 마련이다. 화강암에는 어떤 식물도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변산의 바위들은 청량산이나 마이산 처럼 수성암에 가깝다. 수성암은 여러 가지 식물과 동물들이 오래 퇴적되어 바다 속에서 오랫동안 높은 압력과 열을 받아 굳어서 솟아오른 것으로 식물들한테는 영양의 덩어리이다. 그래서 변산이나 주왕산, 청량산의 바위에는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을 것 같은 매끈한 바위벽에도 온갖 이끼와 난초, 부처손, 키가 작은 나무 같은 것들이 빽빽하게 붙어서 자란다. 변산의 바위들은 지기(地氣)가 고도로 응축되어 있는 데다가 식물한테 필요한 영양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으므로 이 바위에 붙어 자라는 식물들은 모두 신령스러운 약효를 지니고 있다. 특히 거의 모든 바위마다 부처손이 가득 붙어 있는데, 이 부처손이야말로 정신수련자들이 영적인 기(氣)를 증폭시키고 정신을 맑게 하는데 뛰어난 효력이 있는 선약이다. 내소사에서 세봉과 관음봉을 넘어 직소폭포까지 가면서 길 주변에 있는 약초들을 관찰했다. 내소사 앞의 들판에는 곰보배추가 더러 눈에 띄었고, 세봉에서 관음봉에 이르는 바위에는 부처손이 빽빽하게 붙어 있다. 산길 옆에는 조릿대, 물푸레나무, 마삭줄, 남정목, 꾸지뽕나무, 천문동, 맥문동, 위령선, 새삼 같은 약초들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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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소 천식에 특효 곰보배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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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는 해소, 천식, 기침에 최고의 명약이다. 곰보배추를 경상도 지방에서는 문둥이배추라고도 부르며 아직 식물도감에도 실려 있지 않은 생소한 식물이다. 언뜻 보기에 배추를 닮았으나 배추보다 훨씬 작고 잎에 주름이 많으며 비릿한 맛이 난다. 곰보배추의 약효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실화가 있다. 10년 전쯤에 경상북도 예천에 천식, 해소, 기침, 기관지염 등을 귀신같이 고치는 할머니가 있었다. 약초로 술을 담가서 천식이나 해소 환자들한테 한 되에 30만원씩 받고 팔았는데, 그 술을 먹기만 하면 수십 년 된 기침이라 할지라도 신기하게 나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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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할머니의 옆마을에 권씨 성을 지닌 할아버지가 살았는데 약초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다. 그는 그 할머니가 무슨 약초로 술을 담그는지 몹시 궁금하였다. 몇 번 그 약초를 가르쳐 달라고 해 보았으나 가르쳐 주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약초를 채취하려고 들로 나가는 것을 보고 몰래 따라가 보기로 했다. 할머니는 저녁을 먹고 나서 주위가 어둑해지자 괭이와 바구니를 들고 들판으로 나가더니 묵은 밭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캐서 바구니에 담는 것이었다.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간 뒤에 묵은 밭에 가서 할머니가 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아니 이건 문둥이배추가 아닌가. 쓸모 없는 잡초인 줄 알았는데 바로 이것이 천식과 기침의 특효약이었군.” 할아버지는 문둥이배추를 한 광주리 캐서 푹 삶은 다음 막걸리를 만들어 기침을 심하게 하는 친척한테 주어 보았다. 과연 문둥이배추는 기침에 신통한 효력이 있어 며칠이 지나지 않아 기침이 깨끗하게 나았다. 몇 년 뒤에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권씨 할아버지는 문둥이배추로 기관지염, 천식, 해소, 기관지확장증, 기침 등을 많이 치료하여 그 일대에서 명의로 이름이 났다. 나는 이 권씨 할아버지를 96년에 만났다. 같이 밤을 새우면서 약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서로 자기만이 알고 있는 비방 한 가지씩을 나누어 갖자고 하여 알게 된 것이 바로 곰보배추이다. 곰보배추를 권씨 할아버지는 만병초라고도 부른다. 기침, 가래, 천식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온갖 부인병, 불임증, 냉증, 생리불순, 자궁염, 자궁근종, 고혈압, 당뇨병, 간염, 두통, 감기 등에도 두루 신통한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천식과 해소, 기침환자 여섯 사람한테 곰보배추로 막걸리를 담그거나 푹 달여서 먹게 해 보았는데 모두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깨끗하게 나았다. 곰보배추는 겨울철에도 잎이 시들지 않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5~6월에 보라빛으로 피고 생김새가 배암차조기라는 풀을 닮았다. 추위에 약하여 중부지방에는 자라지 않고 남부지방의 묵은 밭이나 논둑, 마당가 같은 곳에 흩어져 자란다. 몇 해 전에 경상남도 하동에 사는 어느 집을 방문했더니 한 가족 중에 세 사람이 천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집 마당에 곰보배추가 수북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마침 가족들이 기침을 콜록콜록 해대며 그것을 뽑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내버리려고 쌓아 놓은 곰보배추를 푹 달여서 마시게 했다. 그것을 먹고 가족들이 모두 천식을 고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처럼 약을 마당에 가득 쌓아 놓고 약을 찾아 온세상을 헤매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아무리 귀한 약초라도 그 약효를 모르면 하찮은 잡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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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에 좋은 남정목과 노화를 막는 여정목 변산에는 남정목과 여정목이 많다. 특히 남정목은 쥐눈처럼 새까만 열매를 달고 있다. 남정목이란 쥐똥나무이고 여정목은 광나무이다. 둘 다 마당 옆이나 길옆에 울타리로 흔히 심는 나무다. 그런데 이 쥐똥나무와 광나무가 당뇨병을 비롯하여 고혈압, 양기부족, 갖가지 암, 이명증 등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약초인 줄 누가 알랴. 남정목은 남자의 정력을 좋게 하는 나무라는 뜻이고, 여정목은 여성을 정숙하게 하는 나무라는 뜻이다. 남정목과 여정목은 생김새가 거의 같으나 남정목은 겨울에 잎이 떨어지고 여정목은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점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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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목을 충청도 지방에서는 물쪼가리나무 또는 조갈나무라고도 부른다. 이는 물쪼갈병 또는 조갈병을 고치는 나무라는 뜻이다. 물쪼갈병이나 조갈병은 당뇨병이다. 당뇨병을 옛날에는 소갈병이라고 불렀다. 조갈병은 소갈병의 사투리다. 남정목은 소갈병 곧, 목이 마르고 허기가 지는 병에 좋은 효과가 있다. 충청남도 태안에 사는 이창우 할아버지는 30년 넘게 약초를 연구하여 암과 당뇨병, 기관지염 등에 특효가 있는 ‘감탕’이라는 약을 발명하여 암과 당뇨병 환자 수백 명을 완치한 명의다. 감탕은 일곱 가지 약재를 12시간 넘게 달여서 만드는데 남정목은 감탕에 들어가는 일곱 가지 약재 중에 하나다. 태권도 사범을 지낸 전 모씨는 고혈압과 심장병으로 30년 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산을 좋아하여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산에 갔다. 한 번 동행할 기회가 있어 같이 산에 갔다가 팔뚝만큼 굵은 남정목이 한 그루 보이기에 이것을 뿌리채 캐어서 푹 달여 먹으면 고혈압이 나을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과연 그는 남정목 한 그루를 뿌리채 캐어 푹 달여서 먹고 30년 된 고혈압과 심장병이 완전하게 나았다. 남정목은 열매가 약성이 가장 좋다. 겨울철에 새까맣게 익은 것을 따서 말려서 가루 내어 먹거나 달여서 먹으면 위와 간, 신장이 튼튼해지고 고혈압, 요통, 신경통, 어지럼증, 이명증 등이 없어진다. 여정목은 남정목과 마찬가지로 초여름에 향기가 좋은 흰 꽃이 피고 겨울철에 지름 3mm, 길이 5mm쯤 되는 달걀꼴의 열매가 까맣게 익는다. 남정목은 중부 이북지방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나 여정목은 따뜻한 남쪽지방에서만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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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목은 남정목과 비슷한 효력이 있다. 노화를 방지하고 정력을 좋게 하며, 흰머리를 검게 하고 이명증과 어지럼증을 치료하며, 무릎과 허리를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여정목 열매를 여정실이라고 하여 한의학에서는 정력증강제나 최음약으로 쓴다. 실제로 여정실에는 남성의 정력을 좋게 하는 ‘만니톤’, 여성의 성감을 높이는 ‘시링긴’등의 성분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정목은 열매를 달여서 먹거나 잎을 말려서 가루 내어 복용한다. 햇볕에 말리면 약효성분이 날아가 버리므로 반드시 그늘에서 말려야 한다. 여정목 잎가루를 찻숟갈로 하나씩 하루 3~4번 따뜻한 물에 타서 차 마시듯 복용한다. 약간 쓰면서도 달고 독특한 향기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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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목 잎가루를 조금씩 밥에 섞어 비벼 먹어도 좋고 여정목 잎을 달인 물로 밥을 지어 먹어도 좋다.많은 사람들한테 여정목을 복용하도록 권해 보았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일산에 사는 73세 된 할머니는 여정목 차를 1년 동안 마셨더니 눈처럼 새하얗던 머리가 까마귀처럼 까맣게 바뀌었고, 어느 지방 신문사의 간부는 20년 된 이명증이 나았으며, 그밖에 많은 분들이 관절염, 요통, 양기부족, 오십견, 식욕부진, 위장병, 지방간, 불면증 등을 고쳤다. 고질적인 변비가 나은 사람도 있고, 살결이 고와지고 주근깨나 기미가 없어지거나 희미해진 사람도 많다. 여정목과 남정목은 산에서 야생으로 자란 것이어야 약효가 좋고 울타리로 심거나 정원에 심은 것은 약효가 별로 없다. 가능하면 깊은 산 속에서 자란 것을 채취하는 것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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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결을 곱게 하는 천문동 |
변산의 명물로 내세울 만한 약초는 천문동(天門冬)이다. 천문동이라는 이름은 하늘의 문을 열어주는 겨울약초라는 뜻이다. 잎과 줄기는 아스파라거스를 닮았고 뿌리에는 작은 고구마처럼 생긴 괴경이 여러 개 달린다. 이 천문동의 뿌리가 옛날부터 늙지 않고 병들지 않게 하는 약 곧, 신선이 되게 하는 것으로 이름난 약초이다. 조선 세종 임금 때 펴낸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신선방(神仙方)’이라고 하여 사람을 신선이 되게 하는 약, 곧 질병 없이 오래 살게 하는 약이라고 많이 나온다. 옛사람들한테 신선이란 이상적인 사람이란 뜻이고 요즈음 말로 하면 ‘슈퍼맨’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 ‘천문동을 먹고 살과 골수를 튼튼하게 하고 늙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고 하여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천문동 12kg을 잘게 썰어 그늘에서 말린 다음 가루 내어 한 번에 12g씩 하루 5~6번 술에 타서 먹는다. 200일 동안 먹으면 몸이 오그라지던 것이 펴지고 여윈 것이 튼튼해지며 300일 동안 먹으면 몸이 거뜬해지고, 2년 동안 먹으면 달리는 말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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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동 1,200g과 숙지황 600g을 가루 내어 졸인 꿀로 반죽하여 달걀 노른자 만하게 알약을 만든다. 이것을 한 번에 3개씩 하루 3번 더운 술에 풀어서 먹는다. 산길이나 먼 길을 갈 때 곡식을 안먹어도 배고프지 않고 10일 동안 먹으면 몸이 거뜬해지고 눈이 밝아지며, 20일 동안 먹으면 모든 병이 낫고 얼굴빛이 꽃처럼 된다. 30일 동안 먹으면 흰머리가 검어지고 빠졌던 이빨이 다시 나오며, 40일 동안 먹으면 달리는 말을 따라 잡을 수 있고 100일 동안 먹으면 무병장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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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정읍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는 박 선생은 음양오행과 풍수지리, 도가사상에도 일가견이 있는 분이다. 박 선생은 스무 살 무렵에 신선이 되겠다고 몇 달 동안 산에 들어가 수련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난 한 노인이 신선이 되려면 천문동을 열심히 먹으라고 하였다. 박 선생은 40년 동안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한약방을 아들한테 맡기고 산을 다니던 중에 천문동을 먹으면 신선이 될 수 있다고 한 말이 생각나서 천문동을 캐어 말려서 가루 내어 먹어 보았다. 그랬더니 맛도 좋고 먹으면 먹을수록 힘이 솟구치고 얼굴빛이 고와졌으며 희끗희끗하던 머리가 까맣게 되었고 험한 산을 온종일 뛰어다녀도 피곤한 줄을 모르게 되었다. 박 선생의 아내는 천문동을 복용하고 나서부터 주변에서 20년은 젊어졌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게 되었으며, 27살 된 딸은 얼굴에 여드름과 주근깨 같은 것이 없어지고 살결이 어린아이처럼 되어 마치 10대 소녀처럼 되었다. 천문동 뿌리는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많아 잘 마르지 않고 가루로 만들기가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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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로 만들려면 쪄서 말리기를 3~4번 반복한 다음에 가루를 내야 한다. 이렇게 만든 가루를 한 번에 4~5g씩 하루 3번 복용하면 온갖 질병이 물러가고, 기운이 나며 오래 살 수 있게 된다. 천문동은 우리 나라 남부지방과 섬 지방에 더러 자란다. 중국에서 수입한 것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약효가 거의 없다. 변산의 천문동이야말로 우리 민족을 신선 곧, 슈퍼맨으로 만들 수 있는 선약이 아닐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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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이야기 12
신경통에 좋은 고로쇠나무 수액과 구안와사 고치는 구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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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 얼음이 풀리고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따스한 봄기운에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경칩(驚蟄) 무렵이면 나무들도 물이 올라 파릇파릇한 잎들을 틔울 준비를 한다. 곧 뿌리에서 물을 한껏 빨아올려 가지 끝으로 올려 보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무렵에는 나무 전체가 땅 속의 수분과 영양분들을 밀어 올리는 펌프처럼 되는데, 이때 줄기에 상처를 내면 수액이 밖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거의 모든 나무가 수액을 지니고 있지만 그 수액이 고혈압, 당뇨병 같은 난치병은 말할 것도 없고 위장병, 허약체질, 신경통, 피부병 등에 좋은 효과가 있는 나무가 있다. 곧 경칩(3월 6일) 무렵에 수액을 채취하는 고로쇠나무와 곡우(4월 20일) 무렵에 수액을 채취하는 거제수나무가 신기한 수액을 품고 있는 나무들이다.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무대로 널리 알려진 화개장터에서 냇물 따라 거슬러 오르기를 삼십 리. 도중 쌍계사까지의 십 리 길은 나라 안에서 손꼽히는 벚꽃 터널로도 이름났다. 처녀 총각이 함박눈같이 쏟아지는 벚꽃 잎을 맞으며 걷다가 백년가약을 맺는 일이 많아 혼례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길이다. 그러나 아직 철이 일러서인지 앙상한 나목들만 차창을 지나칠 뿐이다. 쌍계사를 지나 십 리쯤 더 올라간 곳이 신흥마을. 천 년 전에 고운 최치원 선생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에서 싹이 나서 자랐다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길손을 반긴다. 최치원 선생이 신선들이 살 곳이라 하여 삼신동이라 이름 지은 곳. 냇가 바위에 새겨진 희미한 글자들만이 천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고운 선생의 유운(遺韻)을 전하고 있다. 일찍이 서산대사가 하늘이 일부러 산문(山門)을 험하게 하여 그 신령함을 숨긴 곳이라 했건마는 지금은 자동차 몇 대가 나란히 달릴 수 있는 큰 길이 되어 속인들이 예사롭게 드나든다. 다만 화개천의 무심한 냇물만이 예나 다름없이 바위를 뚫어 제 이름을 새기면서 흘러내리고 있을 뿐. 의신마을은 잔설로 모자를 쓴 지리산 봉우리들 아래 벽소령으로 오르는 길 옆에 있다. 양지바르고 비스듬히 경사가 진 넓은 산기슭에 자리잡은 마을이다. 아래쪽에 있는 목통, 단천 마을과 함께 나라 안에서 고로쇠 수액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다. 어느 민박집에 방을 정하고 함께 모여서 밤 늦게까지 고로쇠나무 수액을 실컷 마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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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생명수 고로쇠나무 수액 고로쇠나무 수액은 맛이 약간 달고 시원하며 약한 향기가 있다. 빛깔은 거의 없으나 물보다는 약간 탁하다. 수액에는 당분, 철, 마그네슘, 망간, 비타민 A, B, C 등 갖가지 무기물이 많고 산도 7쯤 되는 알칼리성 음료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에 딸린 넓은잎큰키나무다. 잎모양은 단풍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이 다섯 갈래로 얕게 갈라지며 가을에 단풍이 노랗게 든다. 키 20m, 직경 2m까지 자라며 우리 나라 곳곳의 산 속 물기 많은 땅에 잘 자란다. 수액은 직경이 30cm가 넘는 나무 밑동에 Y자 모양으로 칼로 홈을 내고 조릿대 잎을 끼워 그 끝으로 떨어지는 물을 막걸리통을 매달아서 받는다. 요즘은 나무들을 플라스틱 관으로 모두 연결하여 한 곳에 모으기도 한다. 낙숫물 지듯 방울방울 떨어지며 한 나무에서 두 되에서 다섯 되쯤 나온다. 경칩 전후 일주일 동안에 수액이 제일 많이 나온다고 했으나 요즘에는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채취한다. 수액은 날이 흐리거나 눈이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으면 나오지 않는다. 수액 채취에 이상적인 날씨는 기온이 밤에는 영하 2~3。C로 떨어지고 낮에는 영상 5~8。C쯤 되는 청명하고 바람이 없는 날이다. 낮기온이 12。C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영하로 떨어지면 수액이 나오지 않는다. 수액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이유는 줄기 안의 압력 변화 때문이다. 밤에 기온이 내려가면 나무의 몸통이 수축되어 뿌리로 물을 빨아올려 줄기 안을 가득 채웠다가 낮에 기온이 올라가면 나무 몸통 안의 물과 공기가 풍선처럼 팽창하는데 이때 나무껍질에 상처를 내면 수액이 밀려나오게 되는 것이다. 본디 고로쇠나무 수액을 받아 음료로 마시기 시작한 곳은 전남 광양의 백운산이다. 백운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온다. 풍수지리학의 시조인 도선국사가 백운산에서 수도할 때의 일이다. 오랫동안 용맹정진한 끝에 마침내 득도하여 일어나려고 했으나 오랫동안 앉아서 지낸 탓에 무릎이 펴지지 않아 일어설 수가 없었다. 마침 앞에 있는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려고 애를 쓰다가 그만 나뭇가지가 뚝 부러졌다. 부러진 나무에서 수액이 줄줄 흘러나오자 도선국사는 그것을 정신없이 받아 마셨다. 그랬더니 거짓말같이 무릎이 펴졌다. 그 뒤로 고로쇠나무 수액의 약효가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또다른 한 전설에는 천 몇 백 년 전에 신라와 백제가 지리산에서 전쟁을 벌이던 중에 한 병사가 화살이 박힌 나무에서 수액이 줄줄 흘러내리기에 손으로 받아서 마셔 보았더니 맛이 달고 시원했다. 다쳐서 신음하는 병사들한테 먹여 보았더니 갈증이 멎고 회복이 빨라졌다. 그 뒤로 활이나 칼에 다친 상처를 치료하는 약으로 썼다는 전설이다. 고로쇠나무 수액은 아무리 많이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으며 많이 마실수록 맛이 당기는 것이 특징이다. 많이 마시는 사람은 한 사람이 하루 저녁에 한 말(18ℓ)을 마시며,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하루 한 말씩 일주일 동안을 마셔야 한다고 한다. 수액은 굵고 오래 묵은 나무에서 채취한 것일수록 약효가 좋은데, 오래 묵은 나무에서 얻은 것은 수액의 빛깔이 짙고 향기가 더 진하다. 고로쇠나무 수액은 위장병, 신경통, 허약체질, 당뇨병, 치질, 수술후유증, 피부병, 비뇨기과 질병, 임산부의 여러 잔병 등에 좋은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다. 나는 신경통이나 위장병으로 고생하던 사람이 고로쇠나무 수액을 몇 말 마시고 깨끗하게 낫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특히 신경통이나 관절염 같은 뼈질환에 좋은 효험이 있다 하여 고로쇠나무를 한자로 골이수(骨利樹), 곧 뼈를 이롭게 하는 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로쇠나무 수액에 다른 약재를 넣어 달여 먹거나 술을 담그거나 식혜 같은 것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민간에서 모아 본 것은 다음과 같다. ○ 신경통에는 고로쇠나무 수액에 마늘과 명태를 넣고 푹 끓여서 먹는다. 또는 오미자 덩굴을 잘게 썰어서 고로쇠나무 수액에 넣고 달여서 먹으면 맛도 좋거니와 신경통이 빨리 낫는다. ○ 속병이나 위장병에는 마가목, 구룡목, 오갈피나무, 엄나무, 황철나무를 각각 같은 양으로 잘게 썰어서 고로쇠나무 수액에 넣고 달여서 먹는다. 이 방법은 신경통, 관절염, 요통, 중풍 등 온갖 질병에 효험이 크다. ○ 관절염, 각기, 신경통에는 쇠무릎지기, 골담초, 으름덩굴, 하늘수박뿌리를 잘게 썰어서 고로쇠나무 수액에 넣고 달여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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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에 좋은 머루 수액, 암치료제 다래덩굴 수액 |
나무의 생체 속에 들어 있는 물인 수액은 생명체에 가장 이로운 물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사탕단풍나무의 수액을 받아서 천천히 끓여 단풍 꿀을 만든다. 흔히 메이플 시럽이라고 하는 단풍 꿀은 맛과 향기가 좋아서 여러 가지 음식에 넣어서 먹는다. 고로쇠나무와 거제수나무 말고도 수액을 받아서 마실 수 있는 나무가 많다. 박달나무, 층층나무, 호깨나무, 노각나무, 머루덩굴, 다래덩굴, 으름덩굴, 자작나무, 단풍나무, 서나무, 피나무, 삼나무, 대나무 등에서 맛좋고 영양이 풍부하며 약효가 뛰어난 수액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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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나무 수액은 맛이 담담하고 시원하며, 층층나무는 수액의 양이 많고 특이한 향이 있고, 호깨나무 수액은 맛과 향이 일품일 뿐더러 간기능을 회복하고 술독을 푸는 데 최고의 음료가 될 만하다. 대나무 수액은 중풍이나 고혈압, 심장병에 좋은 효과가 있고, 머루덩굴 수액은 간장 질병이나 신장병으로 몸이 붓거나 복수가 차는 데 좋다. 다래덩굴 수액은 항암작용이 뛰어나고 부종이나 신장병 환자들한테 효력이 크다. 서나무와 박달나무 수액은 뼈를 튼튼하게 하는 데 좋고, 으름덩굴 수액은 독을 풀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효력이 있다. 일본에서는 삼나무 수액을 발효시켜 거의 만병통치 음료로 쓰고 있는데 신장이나 간장 기능을 좋게 하고 항암작용도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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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따라 수액을 채취하는 시기도 다르다. 단풍나무와 고로쇠나무류는 경칩 무렵이고, 박달나무, 거제수나무, 자작나무, 층층나무류는 곡우 무렵에 채취하며, 머루나 다래덩굴은 봄부터 초여름까지 채취하고, 대나무는 죽순이 다 자라서 성장이 멈출 무렵에 밑동을 잘라 흘러나오는 수액을 받으며, 삼나무는 4월 중순 무렵에 수액을 얻는다. 수액은 포도당, 과당, 자당 같은 당분이 주성분이지만 비타민 C, 비타민 A, 불소, 구리, 아연, 망간, 철 같은 미네랄과 효소 성분이 들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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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와 박달나무에는 불소와 망간이 많고, 층층나무와 대나무에는 유황 성분이 많다. 자작나무에는 철분도 많이 들어 있다. 그러나 수액에는 무엇보다 나무의 생명력, 곧 나무의 기운이 몽땅 들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음날, 나라 안에서 사람 살기가 가장 좋은 곳이라는 악양에서 약초를 관찰하고 채취했다. 악양의 매계는 청화산인 이중환이 좬택리지좭에서 우리 겨레의 전설적인 이상향인 청학동이라고 여겼던 곳이다. 지리산 자락의 한 봉우리인 형제봉, 신선봉, 옥녀봉 같은 봉우리들이 제법 넓은 분지를 사방으로 부드럽게 감싸고 있어서 분위기가 아늑하고 정답다. 누구라도 이곳에서 한번 살아봤으면 하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보리밭이 짙푸른 빛을 띠기 시작하고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양지쪽에서는 냉이, 쑥 꽃다지, 달래 같은 봄나물들이 연한 싹을 내밀고 있었다. 냇물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약초를 찾아보았다. 인동덩굴, 마삭줄, 소루장이, 구룡초, 곰보배추 같은 것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 바위에는 석창포가 무리를 지어 자라고, 길 옆이나 논두렁에는 마른 띠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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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과 구안와사 고치는 구룡초 구룡초는 물가에 더러 자라는 미나리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개구리자리 또는 놋동우라고 하며 그 즙액이 살갗에 닿기만 해도 물집이 생길 정도로 센 독성이 있다. 그러나 이 독성을 잘 이용하면 류마티스 관절염, 안면신경마비 등에 좋은 치료약이 될 수 있다. 구룡초로 안면신경마비를 치료하는 민간의사들이 예전에는 꽤 여럿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없어졌고 자세한 치료법도 전해지지 않는다. 경남 사천에 계시던 김씨 할아버지, 그리고 경북 달성군 현풍면에 계시던 제갈씨 할아버지 등이 모두 구룡초로 안면신경마비를 치료했는데 그 치료효과가 10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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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나 40년 동안 안면신경이 마비되어 얼굴이 일그러지고 한쪽 눈을 감을 수도 크게 뜰 수도 없으며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도 구룡초로 치료하면 7일에서 20일 안에 틀림없이 나았다. 여기에 그 자세한 치료법을 적는다. 구룡초 뿌리와 잎을 짓찧어 작은 병뚜껑이나 작은 조개껍질, 도토리깍지 같은 데 넣어 마비된 쪽의 반대쪽 얼굴 뺨 한가운데 붙이고 떨어지지 않도록 반창고로 고정한다. 조금 지나면 붙인 부위가 열이 나고 욱신욱신 쑤시고 아프다. 12시간이 지난 뒤에 떼어내면 붙인 자리에 물집이 생긴다. 물집을 바늘로 찔러 터뜨린 다음 하루에 6~15번 물집이 생긴 부위에 침을 바른다. 그러면 진물이 계속 흘러나오는데 7~10일이 지나면 진물이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는다. 진물이 마르기 시작하면서 마비가 차츰 풀리기 시작하여 상처가 아물면서 완전히 회복된다. 뺨에 남은 흉터는 3~4개월 지나면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다. 백발백중의 치료효과가 있는 완전무결한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달성의 제갈씨 할아버지는 50년 동안 이 방법으로 구안와사 환자를 수백 명을 치료하여 단 한 사람도 못 고친 예가 없었다고 한다. 마비된 쪽의 반대편 뺨에 붙이는 것이 효과가 가장 좋지만 몇 달 동안 흉터가 남기 때문에 흉터를 보이지 않게 하려면 마비된 쪽의 반대쪽 손목이나 허벅지 한가운데 또는 어깨의 견정혈(肩井穴)에 붙이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뺨에 붙이는 것보다 치료율이 약간 낮아서 8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구룡초는 관절염에도 치료효과가 크다. 구룡초를 아무 철에나 뿌리, 잎, 줄기를 채취하여 깨끗하게 씻은 다음 날것으로 즙이 나올 때까지 부드럽게 짓찧어 무릎을 130。로 구부렸을 때 무릎뼈 왼쪽 아래 오목한 곳과 오른쪽 아래 오목한 곳, 무릎뼈 안쪽 모서리 위와 바깥쪽 모서리 위 이렇게 네 군데에 한 곳에 4g을 두께 2~3mm 폭 2~3cm 되게 붙이고 테이프를 붙여 둔다. 24시간 뒤에 떼어내면 1~2일 뒤에 물집이 생기는데, 물집이 생긴 부위를 소독하고 침이나 바늘로 약하게 찔러 물을 빼낸 다음 솜을 대고 반창고를 붙인다. 이렇게 한 번 붙이고 낫기까지 12~14일이 걸린다. 한 번 해서 효과가 신통치 않으면 한 번 더 하고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한 번 더 하도록 한다. 한 번만 해도 대부분 증상이 없어진다. 이 방법은 만성관절염 치료에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부작용도 없고 나은 뒤에는 재발하지 않는다. 3번까지 하면 90% 이상 치유가 가능하다. 구룡초에는 배당체와 나눈쿨린, 프로토아네모닌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프로토아네모닌은 독성이 있어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며 세포를 괴사시키는 작용이 있다. 다른 한 방법으로는 5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구룡초 전초를 짓찧어서 반으로 쪼갠 도토리깍지 속에 넣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한테는 독비혈(犢鼻穴)이나 중봉혈(中封穴)에, 신경근염 환자는 중봉혈과 곤륜혈(崑崙穴)에 날마다 20~22시간씩 붙여 둔다. 붙이는 기간과 떼어내고 나서도 2~3일 동안은 통증이 심하고 열이 나고 저리다. 구룡초를 붙였다가 뗀 자리에는 밤톨만한 물집이 생긴다. 물집을 침으로 찔러 터뜨려 물이 밖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한다. 좌골신경통, 요통, 다리가 당기고 아픈 것 등의 여러 증상이 없어진다. 15~30일 동안 계속한다. 이 방법은 75~80% 치료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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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기, 부스럼 명약 소루장이 |
소루장이는 물기가 있는 땅이면 아무데서나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생김새가 수영을 닮았으나 그보다 더 크고 신맛이 나지 않는다. 노랗고 굵은 뿌리가 달린다. 한의원이나 한약방에서 흔히 쓰는 설사약인 대황을 닮았으므로 한자로 토대황, 또는 조선대황으로 쓴다. 소루장이는 종기나 부스럼을 치료하는 데 특효약이라 할 만하다. 흔히 종기나 부스럼 치료에 느릅나무 껍질을 많이 쓰고 있으나 소루장이가 효과가 더 좋다. 소루장이 잎이나 뿌리를 짓찧어서 상처가 덧나서 곪은 데나 부스럼에 붙이면 신통하다고 할 만큼 잘 낫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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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몸에 부스럼이 나거나 상처가 덧나서 곪거나 종기가 나면 아버지께서 소루장이를 짓찧어 붙여 주곤 하셨는데 신기하게 잘 나았다. 소루장이를 나물로 먹을 수도 있다. 데쳐서 참기름으로 무쳐 먹어도 괜찮고 국을 끊여 먹으면 미역국 같은 맛이 난다. 국을 끊여 먹으면 고질적이고 심한 변비를 치료할 수 있다. 소루장이는 대황처럼 센 사하작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완만하고 지속적인 완하작용이 있으므로 아무런 부작용 없이 변비를 낫게 한다. 염증을 없애고 갖가지 균을 죽이는 작용도 탁월하여 위염이나, 위궤양, 위암, 만성 장염 등 염증이나 암 치료에도 쓸 수 있다. 잎과 뿌리를 그늘에서 말려 달여 먹거나 국을 끓여서 먹으면 된다. 병원에서 4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위암 환자가 소루장이 뿌리를 캐서 달여 먹고 완치되는 것을 보았다. 소루장이에 상당히 센 항암작용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소루장이는 도시 주변이나 길 옆, 더러운 물이 흐르는 수채 주변 같은 곳에도 흔히 자라는 식물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이 풀이 앞으로 인류의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명약으로 각광을 받게 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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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초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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