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가 담긴 자연유산, 노거수
성현聖賢이나 위인偉人과 관련된 나무라든지 전설이 깃든 명목名木, 당산목(또는 성황목)으로 불리는 나무, 그리고 향교나 서당에 풍치風致를 위해 심은 정자목에 이르기까지 국가에서 지정한 노거수는 현재 162건에 이른다. 자연물을 소중하게 여겼던 옛 사람들은 마을의 역사적 증거물인 노거수에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례(동제, 당제)를 올리고 함부로 나무에 손대지 않을 만큼 신성시 했다.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대체로 설화를 담고 있고 마을 신앙의 대상인 경우가 많다. 식물문화재(252건) 중에서 노거수가 차지하는 비율(65.1%)이 높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 중에서 유독 마을 내에 위치한 경우가 많은 까닭은 마을차원에서 오랫동안 나무를 자연스럽게 보존해 왔기 때문이다. 자연물을 가까이하면서 아끼고 보호하는 옛사람들의 정서와 정성이 우리에게 오늘날 식물문화재를 풍부하게 남겨준 셈이다.
삶의 변화에 따른 노거수 보호·관리의 어려움
통해 절기나 벼농사와 관련된 강우량을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급격한 사회 변동으로 인한 마을 사람들의 이동, 의식의 변화 등으로 노거수는 제 역할을 잃었고, 노거수를 대상으로 한 마을 제사도 중단되는 사례가 늘어났다. 특히 마을 제사는 마을 사람들과 노거수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였기 때문에 제사의 중단은 노거수의 보존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었다.
자연유산(식물, 동물, 지질·광물 및 천연보호구역) 중에서 노거수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관리하는 것은 그 나무가 생명체로서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곳에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와 정서를 담은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무엇보다 천연기념물로서 노거수의 생물학적이고 사회·문화적인 의미를 온전히 되살리는 현실적인 보호·관리 방법이 필요했다.
천연기념물과 공동체의 전통을 함께 살린‘자연유산 민속행사’
노거수 보존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노거수의 생육환경을 고려한 국가차원의 보호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직접적인 관리와 가치의 지속은 마을(또는 지역)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인식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점에 착안한 문화재청(천연기념물과)에서는 여러 가지 여건으로 인해 중단된 마을 제사의 복원을 골자로 한 민속행사 지원을 기획하게 된다.
제물과 제례복 구입 등 제례에 관한 직접적인 지원과 함께 제례 과정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하여 천연기념물이자 마을의 문화자산으로서 노거수의 가치를 남기는 작업도 병행했다. 2003년 노거수 2건에 대한 제례 지원으로 시작한 ‘자연유산 민속행사’는 명승에까지 확대되어 올해까지 168건의 자연유산이 안정적인 보존관리의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자연유산이 갖는 식물학적 가치를 뛰어넘어 공동체의 역사·문화적 경험과 상징성이 담겨있는 마을제례에 주목한 아이디어. 자연유산에 접근하는 탁월한 발상으로 천연기념물과 마을의 문화자산을 동시에 지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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