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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진짜 한국茶는 펄펄 끓는 물에 우려 마셔야"

나의 이야기

by 적산 2011. 11. 1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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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선사 '茶脈' 3대째 잇는 박동춘 소장 내달 서울 시음회...식힌 물에 마시는 건 日녹차, 韓·中·日 중 찻잎 볶고 찌면서 절정의 맛 살리는 건 한국뿐 진짜 우리茶 맛 보여주겠다. 박동춘 동아시아 차문화연구소 소장이 차를 덖는 무쇠솥 뚜껑을 열 때마다 퍼져나오는 향이 마법처럼 변했다. 재스민 혹은 박하처럼 싱그럽고 달착지근한 허브향이 나던 생찻잎을 한 번 볶고 나자 매운 풋내가 나더니, 다시 한 번 더 볶았을 때는 고소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마지막 볶는 과정을 거쳐 솥뚜껑이 열렸을 땐 싱그러움과 구수함이 동시에 퍼졌다.

전남 순천 부근 깊은 산골 야생차밭에서 올해의 햇차를 만드는 박 소장은 불가 스님들과 다인들 사이에서 '동춘차'로 유명하다. 한국 차의 중흥조라 불리는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의 다맥(茶脈)을 3대째 잇는 인물이다. 초의선사의 제자였던 대흥사 주지 고(故) 응송 스님으로부터 초의선사의 제다법(製茶法)을 전수받았다. 배우 배용준씨가 2009년 에세이집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을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 장인 11명을 소개하면서 다도 분야에서는 그를 꼽았다.

                      

                                                             ♦초의스님의 친필 글씨 ‘봉하’(鳳下)

박 소장은 "한국의 제다는 찌는 방법과 볶는 방법의 중간을 절묘하게 잡아낸 것"이라고 했다. "자부하건대, 차의 차가운 기운 혹은 독성을 중화시키면서 차의 효능을 드러내는 기술은 현재 한국·중국·일본 중에서 가장 정교하다"고도 했다. 일본은 찻잎을 찌기만 하고 중국은 찻잎을 볶기만 한다. 반면 우리는 찻잎을 볶는 것과 함께 뚜껑을 덮어 열기(熱氣)로 찌는 공정을 절묘하게 합쳐 차의 맛과 효능을 절정으로 드러내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펄펄 끓을 정도로 뜨거운 물인 '열탕'에 우려 마시는 것이 한국의 전통 차 문화라고 말한다. 끓는 물을 한 번 식혀 녹차를 우려 마셔야 한다는 '상식'과 대조된다. 박 소장은 "1970년대 후반 일본에 유학 갔다 온 한국 사람들이 차 보급 문화운동을 벌이면서 식힌 물에 우려 마시는 일본 개량종 녹차를 한국에 집중 소개했고 그 바람에 그 녹차가 한국 전통차처럼 대접받게 됐다"고 했다. "전남 보성과 제주 등에서 대량 생산되는 야부기다종 찻잎으로 차를 만들면 떫은맛이 강한데 뜨거운 물에 우리면 떫은맛이 더 강해서 미지근한 물에 우리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소장은 "구증구포(九蒸九曝)가 전통 제다법이라는 인식이 한국 다도계의 제일 큰 문제"라고도 했다. 구증구포란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려 차를 만든다는 뜻. "구증구포가 나온 근거가 19세기 유학자 이유원이 쓴 '임하필기'입니다. 여기서 이유원은 다산 정약용이 보림사 승려들에게 구증구포를 가르쳤다고 했지요. 그러나 이때의 구증구포는 아홉 번의 제다 공정을 뜻하기보다는 찻잎을 찌거나 말릴 때 가장 조심해야 함을 강조하는 말로 봐야 합니다. 나물도 한 번에 데쳐야 하는데 하물며 찻잎이야…. 전통적으로 불교문화의 핵심인 차를 다산이 스님들에게 가르쳤다는 것부터가 모순입니다."

박 소장에게 좋은 차 고르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차를 끓여 보세요. 물에 풀어진 찻잎이 또렷하고 차가 맑아야 합니다. 나쁜 차는 뿌연 기운이 돌죠. 향을 맡았을 때 싱그럽고 시원해야 하고요." 찻잎을 보관할 때는 비닐 은박지 또는 도자기처럼 잡향이 없어서 차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재질이 이상적이라고 했다. 찻잔은 배가 불룩하고 입이 좁아서 향과 온기를 다 마실 때까지 보존할 수 있어야 좋다고 했다.

박 소장이 한 해 생산하는 차는 500g짜리 500봉지가 채 안 된다. 가격 매기기도 어렵지만 굳이 매기자면 봉지당 100만원이 훌쩍 넘으니 팔수도 없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priceless)'이란 표현이 꼭 맞는다. 스님들 그리고 동춘차후원회 회원들과 겨우 나누는 형편이다. 그런 그가 올해부터는 '진짜 전통차 문화' 보급을 위해 직접 나서기로 했다. "한국 차란 무엇이며 어떤 맛이고 어떻게 만드는지 표준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대중을 상대로 처음 열리는 '동춘차 시음회'는 6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출처 : 차마시는 사람들
글쓴이 : 북봉횡사 君陋齋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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