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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리말의 장단 발음

유익한정보방

by 적산 2013. 3. 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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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史學者 창주 이재호(滄州 李載浩) 선생님 댁에 가서 대화중에 평
소의 버릇대로 광을 길게 발음하여 光:化門 앞에서 친구를 만났다고 말씀
드렸더니 광:화문이 어디있는 문인가요? 하고 되물으십니다. 태평로의
정부청사 북쪽이라 하니 거기는 짧고 세게 발음하는 광화문이라 하십니다.
그리고 그 참에 전라도에 있는 광주(光州)는 짧고 강하게 발음해야 하고
경기도에 있는 광주(廣:州)는 길고 약하게 발음해야 한다고 해주셨습니다.
한가지 더하여, 우리가 무심하게 길게 전통(傳:統)이라고 발음하던 이 말은
전두환 전통의 말버릇처럼 전통이라 짧게 발음해야 옳다고 일러 주셨습니다.

우리는 한시라도 말을 하지 않고는 잠시도 못 삽니다.
그런데 그 말은 발음으로 이뤄지며 발음에는 말마다 또 각각 액센트가 있고,
장단이 있고, 한 문장 마다에는 인토네이션이 있어야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이처럼 말에는 소리의 고저장단(高低長短)과 강약완급(强弱緩急)이 있습니
다. 언어학자들은 대체로 영어는 강약 액센트이고, 중국어는 고저로 의미가
변별되고 우리말에서는 음의 장단에 따라 뜻이 좌우된다고 말합니다. 그래
서 우리말을 잘 하는데는 정확한 장단 구분을 강조하게 됩니다.

흘러간 추억의 한 장면으로 버스에 여차장이 안내하던 시절에 소리치기를
"종로(鐘路) 사가(四街)요"
"만원(滿員)입니다. 만원이오"
옛날 평양의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더니, 지금 종로를 단돈
만원에 팔겠다는 놈이 있어 따라가 보니 "오라잇"하고 훌쩍 떠나 버립니다.
짧게 발음하는 사가는 買入하고, 길게 발음하는 4街는 발음이 틀립니다.
또 만원의 만을 길게 소리내면 돈 10,000원이지만, 사람이 가득한 것으로
말하면 짧은 발음의 만원이라야 맞습니다.

나같은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말의 고저장단을 잘 모르는데
서당글로 공부한 어른들은 우리말의 장단이나 고저를 잘 터득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뭘까? 가만히 생각하니 옛 어른들이 서당에서 자꾸 소리내어 읽
으며 글자를 외워 체화했기 때문에 입에 익어서 말만하면 그 태깔이 자연스
레 재생하여 저절로 바르게 발음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우리의 국어생활이나 국어사전에서 한자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니 한자를 바로 아는 공부도 중요하므로 현대식 속도전적인 학교공
부에다 재래식 곰삭히는 양조적 서당공부를 가미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학계의 이설을 하나 소개합니다.
여러 나라의 말을 발음하는데는 장단의 말과 고저 피치의 말과 강약의 말이
있는데, 지금까지 장단의 언어로 알려져 온 우리말이 대전대 황희영교수의
10여간에 걸친 연구의 결과 우리말은 고저의 언어에 속한다고 결론지였습
니다. 황교수는 우리의 명시와 노래를 녹음하여 외국의 음소측정기에 넣어
나온 수치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결론에 이르렀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나도 이제까지 경험한 것을 토대로 한마디 거든다면
우리나라 TV를 시청하다 볼륨을 그대로 둔채 채널을 AFKN으로 옮기면 아
까 보다 분명히 적게 들리는 것을 감지할 수 있게 되니까 우리국민이 큰 소
리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어쩌다 영어권과 우리말의 발음강도
의 수치를 1:1.885 라고 적어 놓은 책을 본적도 있는데 이것도 그러한 또
하나의 유력한 방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말들은 소리를 내어 의사소통을 할때
범세계 언어의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자음접변의 리에종, 구개음화, 모음조
화, 모음 충돌회피의 히야투스현상 등으로 음운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이러
한 음운변화 외에도 우리말에 특유한 두음볍칙이 있어서 첫소리에 ㄹ ㄴ 소
리가 올 수 없으며 그 자리에 ㅇ을 대표적으로 쓰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는 언어생활의 세계화에도 역행하는 조치이며 심지어는 동일언어를 사용
하는 북한에서조차도 인정하지 않는 규칙으로, 시대역행적이고 다국어화된
언어현실에서 동떨어진, 하루 빨리 폐기해야 할 규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정우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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