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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부부로 산다는 것

나의 이야기

by 적산 2013. 3. 1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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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 산다는 것 / 조 은 미 

 

요즘 허리를 치료하느라 이틀에 한번 꼴로 침 맞으러 병원울 들락 거리다 보니 몸도 마음도 고단하고 매사에 의욕도 없고

힘이들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입맛이 없어 나 먹기기도 귀찮으니 남편 밥상도 소홀해지고 성의가 없어진다.

 

엊그제가 결혼 38주년이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래도 같이 살아왔다.

아들 장가 보내고 뒷치닥거리 하느라 너무 분주하게 지내다 보니 결혼 기념일도 언제 지나가는지 생각도 못하기도 했지만

새삼스레 결혼 기념일 까지 들먹이며 챙길 나이도 아니고 그것 잊어버리고 지나간다고 딱히 서운 할 것도 없을 만큼

남편과 더불어 사는 게 익숙해 늘 옆에 있는 사람이니 든든하고 남편이거니 하고 살아가는 덤덤하고 평범한 나날인 것 같다.

 

어제 저녁 밥상에 조기 한마리 구워 올려놓았더니 몇번 젓가락으로 뒤적이다 먹기 편하게 뜯어놓지 않았다고 투덜거리는

남편이 괜스리 미워져 "자기는 손이 없나?"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뱉고 달갑지 않은 손끝으로 생선을  발라 준다.

말하기 전에 생선 가시 발라놓고 "이 것 들어봐요" 하며 먹는 것만 쳐다봐도 행복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내 몸이 귀찮으니 남편 한테까지도 이유 없이 짜증으로 받는다.

 

아무 말 없이 식사를  끝낸 남편이 빈 그릇을 주섬주섬 담아 설겆이통에 담가두고 남은 반찬 그릇을 챙겨 냉장고에 넣어준다.

아까 퉁명떤 것이 좀 미안해지기 시작한다.

설겆이 하고  나와 빨래하고 깜박했던 세탁기 생각이 나서 세탁조 뚜껑을

열어보니 어느새 빨래를 갖다 널었는지 세탁기가 비어 있다.

속으로 웃음이 나온다. 마누라 아프다고 빨래까지 널어주고 생색 한마디 내지 않고 있는 남편이 고마워

"언제 당신이  빨래 널었어요? 고마워요" 한마디 칭찬에 쑥스럽게 웃는다.

 

오늘 아침엔 어제 저녁  퉁명 떤게 미안해 아침 일찍 등산 가는 남편 보통 때는 식사 대신 세이크 한잔과 찰떡

한 조각으로 대신하는 간단한 아침 식사지만 행여 등산 가다 시장 할까봐 아침 밥을 챙겨  

조기 한마리 더 꺼내 정성으로 노릇노릇하게 구워 뜨거운 손 호호 불어 가며 가시를 발라 들기 좋게 접시에 담아 낸다. 

그리곤 겸연쩍어 마주 보고 씩 웃어준다.

등산 다녀오더니 옷도 안벗고  허리 아프다는 마누라 뜨끈하게 지지라고 찜질방에 가자고 나선다.

그렇게 말없이 챙겨주는 남편의 속정에 코끝이 찡하다. 이 남편 없으면 내 꼴은 얼마나 초라할까?

믿거라 소홀했던  남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고 요즘 좀 활기가 떨어져보이는 남편이 제대로 챙겨 먹이지 못한

내탓인가 싶어 짠한 생각이 든다. 

 

찜질방 문 앞에 절세 미인 마네킹이 공손하게 우리를 맞는다.

미인이고 공손하기 이를데  없지만 아무런 감동이 없다.

너무나 완벽해서 내가 채워줄 구석이 없는 남편 보다 가끔은 마땅치 않아  퉁명도 떨지만 늘 말없이 깊은 속정을

쏟아아주는 남편이 고맙고 소중한 생각이 든다. 부부로 산다는건 이런건가 보다.

여보 미안 해요. 고맙고 사랑합니다.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 남아 있는 시간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며 다정하게 친구처럼 편안하게 살아갑시다.

 

 

 

 

 

출처 : 시가머무는뜨락
글쓴이 : 누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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